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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마다 색(色)들이 부서지는 봄꽃여행

광양 매화, 화엄사 흑매, 구례 산수유를 찾아 떠나보자

  • 웹출고시간2013.04.01 10:02:15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조금은 늦었다 싶었지요. 봄이 오자, 남녘에서 불어오는 꽃바람이 연신 엉덩이를 한 달 내내 들썩이게 만들었답니다. 3월이 지나버리면 봄꽃들이 바람에 날려 사라질까 두려워 서둘러 꽃 여행을 떠났습니다. 3월의 마지막 주말은 온통 사람물결, 꽃물결로 넘쳤습니다. 상춘객이 만들어낸 형형색색의 옷과 빨강, 분홍, 순백의 꽃들이 어우러져 색다른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매화도 좋고, 산수유도 좋고, 벚꽃도 좋은 구례와 화엄사 그리고 광양 매화마을로 달려갑니다. 산수유로 흠뻑 마음을 적신 후, 매화를 맞으러 가는 길만큼 행복한 길이 있을까요. 섬진강 길을 따라 달리면 그야말로 울긋불긋 꽃 대궐이 따로 없겠지요.


광양매화

2시간 30분이면 도착할 광양 청매실농원이 몰려든 상춘객으로 4시간이 족히 걸렸습니다. 애초는 구례의 산수유부터 보려했으나 길 막힐 것이 걱정되어 거꾸로 가장 먼 광양부터 거슬러 오기로 마음먹었지만 소용없었어요. 차가 막히니 사람들은 차를 한쪽에 세워놓고 섬진강변을 따라 하염없이 걸었지요. 벚꽃이 만발한 강가를 걷는 여정은 또 다른 기쁨을 안겨주네요. 청매실농장을 처음 연 김오천옹의 25주기를 알리는 거리의 현수막이 봄바람에 흔들거리고 지나는 행인들의 머리에는 하얗게 벚꽃과 매화가 눈처럼 쌓입니다. 사람들의 눈은 연신 꽃들을 따라 다니네요.

청매실농원의 비탈진 언덕엔 2,500여개의 장독대가 늘어서 있고 장독마다 매실로 만든 된장과 고추장이 뭉근히 익어갑니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천년학'의 세트장이었던 초가집을 지나 전망대에 오르면 구름처럼 피어난 매화꽃과 섬진강, 그리고 강 건너 하동의 평사리가 한눈에 들어오니 다들 여기서 주저앉아 땀을 식히며 그저 풍경에 몸을 맡겨봅니다. 농원 본채 뒤로 이어지는 산책로는 청매실농장의 절정입니다. 30여 만 평 매실농장의 만개한 매화와 청청한 대숲과의 조화는 멀리서 온 객의 노고를 저절로 위로합니다.


화엄사 흑매(黑梅)

매화에 취한 눈을 다시 돌려 화엄사로 향했지요. 화엄사에는 유명한 화엄매가 있다지요. 얼마나 붉길래 붉다 못해 검은빛이 난다고 흑매라 했을까요. 화엄사에 들어서면 무엇보다도 오래된 나무의 고졸한 빛이 마음이 듭니다.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과 잘 어우러진 조각품과 지리산 자락을 거스르지 않는 곡선의 건축이 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일주문을 지나자마자 홍매(紅梅)가 먼저 반기는군요. 금강문, 천왕문을 차례로 지나 금당이 있는 중심 영역의 아래 마당에 이르러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니 아아, 흑매가 고고히 자리를 잡고 있더군요. 봄기운이 만연한 지리산의 청명한 공기 속에 예불의 잔향과 매향이 뒤섞여 코끝을 스치니 이보다 더한 천연의 향기가 있을까요. 눈으로 보고, 다시 눈을 닫으니 매향이 더욱 가득합니다. 이곳의 흑매를 흔히 '화엄매'라 부르지요. 400년을 훌쩍 넘긴 고고한 자태가 경탄스럽습니다. 지나는 객들은 갈 길이 아득해도 봄빛 아래 그저 서성이기만 합니다.


구례 산수유축제

구례군 산동면에 접어드니 노란 산수유 꽃이 담장 밖으로, 처마 밖으로 주체할 수 없이 터져 나오네요. 온 세상은 그저 환호작약합니다. 이미 해는 뉘엿뉘엿 기울고 있지만 노란 산수유 불빛으로 어둠이 쉬이 오지 않네요. 3월31일이면 끝나는 구례산수유축제의 여운이 아쉬운지, 사람들은 자꾸만 몰려듭니다. 마치 서둘러 떠나는 봄꽃과 이별하는 현장 같아요. 현천, 계척, 상위, 반곡마을 같은 산수유 군락지를 소달구지를 타고 도는 산수유 꽃길 유람은 색다른 체험이더군요. 무엇보다도 이곳 산수유 일경은 상위마을입니다. 가도 가도 노란 산수유물결속에 거닐다보면 온 몸이 둥둥 떠다니는 듯합니다. 아침부터 나선 꽃길 여행이지만, 무엇보다 금강산도 식후경, 유명한 구례대통밥집(061/783-0997)에 몸을 쉬었습니다. 대나무의 찬 성질을 대추와 녹차를 조화시켜 먹는 사람의 체질까지 고려한 건강식이랍니다. 죽염으로 간 하고 자연조미료로 깔끔한 맛을 낸 산나물들은 쫀득한 대통밥과 찰떡궁합이네요. 재료로 쓰이는 대나무는 지리산 자락에서 자라는 '왕대'라지요. 된장국은 물론 고사리, 취나물, 시금치, 녹두나물이 딸려 나오는 10여 가지 반찬의 맛에 빠져 꽃들을 잠시 잊게 됩니다. 식사 후, 뜨거운 산수유차로 몸을 녹이고 산수유족욕탕에서 피로를 푸니 오늘 하루는 그야말로 꽃 천국입니다.

*가는 길 / 순천, 완주 고속도로를 이용해 구례화엄사 IC에서 나와 남쪽으로 가면 매화마을로, 북쪽으로 가면 산수유마을이 나온다. 나들목으로 나와 19번 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달리면 된다. 남쪽으로는 화개장터 섬진강을 가로지르는 남도대교를 건너 861번 지방도로를 약10km가면 매화마을 등장이다. 산수유마을은 구례 화엄사 IC에서 19번 국도를 타고 10분정도 가면 지리산 온천랜드 이정표가 나오는데, 그곳이 산수유마을 초입이다.

윤기윤 기자 jawoon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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