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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수필가·딩아돌하문예원 이사장

오래 전, 어느 방송사의 대하드라마 '태조 왕건'이 인기몰이를 할 때 청주 사람 이미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 일이 있다. 궁예가 철원에서 후고구려를 세울 무렵부터 등장하는 청주호족 '아지태'란 극중 인물 때문이었다.

왕건의 반대편에서 모함, 배신 등 온갖 나쁜 일만 도맡아 하는 간신배를 청주사람으로 설정을 하는 바람에 생뚱맞게도 그로부터 천년이 지난 오늘의 청주사람들이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세상사 얄궂다. 그 얼마 뒤 방영된 '무인 시대'란 드라마에서는 청주 출신 개혁성향의 청년장군 '경대승'이 정의롭고 청렴한 인물로 부각되어 인기몰이를 하는 바람에 덕을 본 일이 있다.

"맞아, 믿을 사람이 못돼"에서,

"그래, 역시 청주사람 의리 있어, 믿을 만 해!"로 반전되었다고 할까.

이처럼 역사는 살아 있는 과거인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땅에서 어떤 인물이 배출되었는가, 또한 어떻게 발굴하고 재조명하느냐에 따라, 그 지역의 정체성과 이미지에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 지속적인 향토사 연구가 필요한 연유다. 출신 인물 선양을 통해 정체성을 높이는 일이 그 고장 사람들의 자긍심과 애향심을 북돋는 일이다. 이런 맥락에서 근현대인물 발굴, 연구와 살아 있는 출향명사들 까지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각료를 비롯, 신선한 많은 인물들이 발탁되었다. 지역 언론에서는 도민 정서를 대변하여 충북사람 누가, 몇 사람이, 어느 자리에 발탁 되느냐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홀대, 무대접'이란 실망스런 기사가 나오던 날, 방송의 뉴스 특보는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청주, 환경부장관 후보자가 충주 출신'이라는 낭보를 전했다.

그런데 선망의 대상으로 떠오른 뜻밖의 인물 '현오석'이란 분이 궁금하여 이튿날 아침 지역신문을 설레는 마음으로 펼쳤다. 당연히 나올 줄 알았던 인물 소개가 보이지 않았다.

궁금증은 하루 지난 후에 다소 풀렸다. 친구의 아들이 무역협회 연구소에 발령을 받고 갔을 때 소장이던 현오석 부총리가 '나도 청주출신인데 너무 어려서 떠나와 고향에 대해서 기억나는 게 없다'면서 반기더라는 얘기였다. 어려서 떠나왔으나 출생지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로 들렸다.

고향의 사전적 의미는 '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곳'으로 되어 있다. 그러니까 '6·25때 청주에서 태어났다'는 현 부총리는 청주 태생이 맞고, 사전적 의미로는 고향이라 할만하다. 사람은 땅의 정기를 받고 태어난다고 하지 않는가. 물론 태어난 곳에서 얼마나 살았느냐 보다 중요한 것은 그곳 사람다운 얼(정신)일 터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런 인적자산에 대한 정보나 자료 구축이 미흡했던 점, 살펴보아야 한다.

청주문화원에서 일하던 시절, 쟁쟁한 출향인사들의 고향을 그리는 수필 75편을 모아 '내 사랑 청주'를 펴 낸 일이 있다. 구구절절 고향사랑이 넘쳐났다. 타향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새삼 고향을 일깨워 주고,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자긍심을 일깨워 주는 역할을 했다.

'현해탄은 알고 있다'의 작가 한운사 선생은 첫 장에 실린 '내 작품속의 청주'란 글에서 주인공 아로운은 아름답고 순수한 청주사람으로 그렸다며, "청주사람은 겸손하고, 옳다고 믿는 길로 접어들면 전후 가리지 않는 외골수다."라고 청주를 예찬했다. 이곳 사람들은 속내가 깊다. 한반도 중앙에 위치한 지정학적 영향 탓인지 융합, 통합, 조화의 기질이 배어 있다.

신임 현오석 부총리의 최근 행보와 언행에서 이런 청주인적인 정체성이 엿보였다고 한다면 아전인수라 할까.

홍재형 부총리도 있었으니 우암산 기슭이 경제 재상이 줄지어 나오는 낙토길지인가. 현 부총리가 어려운 나라 경제를 잘 이끌어, 역사에 남는 청주인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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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