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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혜정

충북도 여성정책관

작년만큼 스타일이라는 용어가 대세인 적은 없다. 싸이의 강남스타일로 인한 파급효과이다. 강남 스타일을 패러디 하여 주조된 충북 스타일, 연예인 스타일, 민간인 스타일이라는 용어들이 낯설지 않다. 필자도 공무원이지만 주변에서는 민간인 스타일로 일을 한다고 이야기한다. '공무원인데 민간인 스타일이네요'라는 언급은 칭찬일까 아니면 욕일까· 물론 공무원 된지 9개월이 넘어가니 '이제는 공무원 스타일 같네요'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그렇다면 다행스러운 것인지 자성해본다. 처음에 필자에게 민간이 어떤 일을 직접 요청해오면 나름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직접 해결하기도 했다. 그랬더니 꼭 실무자를 통하라고 공무원들이 가르쳐 준다. 민간을 통해서 직접 일을 실행하면 실무자가 그 업무를 모를 수 있으며 필자의 일이 너무 많아진다는 것이다. 어떤 점에서는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업무의 실행이 느릴 수 있다. 처음에는 그렇게 일을 하면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그러한 방식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일처리 순서를 배워갈수록 필자도 절차를 밞고 있다. 자율성을 갖기보다 행정제도라는 틀 안에서 원칙과 방법을 고수한다. 또 상하 위계 구조 속에서 위의 의견을 더 듣게 되며 의전을 중시한다.

그런데 법과 제도에 따른 원칙을 지키기에는 세상은 너무 빠르게 움직인다. 당장 눈앞의 고통이 보인다. 예를 들어 한국사회에서 낙태는 불법이다. 성폭력 당한 피해자의 경우에는 낙태 할 수 있지만 성폭력을 입증할 그 기간 동안 배속의 태아는 자란다. 나중에 성폭력으로 인정받아 낙태를 하기에는 너무 늦을 수도 있다. 어쩌면 극단적인 예일 수 있지만 이 사회에는 이러한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원칙적인 방식과 규칙을 통해 집행하는 공무원 스타일은 현행법의 경계를 넘어 신속하게 민의 고통을 해결하기 어렵다.

반면 민간인들은 법과 제도의 테두리 안에서 일을 해결하기보다 어떤 일을 해결하기 위한 목표를 가지고 법과 제도를 새롭게 해석한다. 이를 위해 기존 법과 제도에 강하게 저항하며 문제해결을 위해 새로운 것을 주장하기도 한다. 물론 공무원이 보기에는 말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일을 해결하려는 당사자의 관점에서 일을 처리하기 때문에 더욱 신속하게 일이 해결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언젠가 간부회의 때 '법과 제도의 범위 내에서 일을 해결하기보다 도민의 입장에서 일을 해결하려는 감성의 행정을 하라'고 지사님이 강조하셨다. 그것은 어쩌면 민간인의 스타일이다. 물론 너무 오랜 역사를 가진 행정 시스템에서 이러한 주문은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원래 법과 제도는 인간이 만든 것이다. 일을 잘 하기 위한 평균적이고 효율적인 시각에서 만든 제도일 수 있다. 따라서 법과 제도는 변화할 수 있고 또 있는 법과 제도도 새롭게 해석될 수 있다.

언제부터인지 '민간 거버넌스(governance·협치(協治))' 라는 용어가 유행처럼 언급되고 있다. 공무원은 민간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민간인의 욕구를 알고 민간인은 공무원의 제도와 관행의 도움을 상호 주고 받으라는 것이다. 그래서 각각의 스타일을 성찰하면서 상호적으로 일을 처리하라는 주문이다. 이것이 바로 민과 관의 협치이유이다. 특히 젠더 거버넌스(gender governance)라는 용어는 여성/약자의 고통을 해결하는데 아주 중요하다. 낙태, 성폭력, 일자리 등의 성평등 문제 해결은 정부와 시민사회, 다양한 집단과 전문가 네트워크를 통한 협치를 통해서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민간인 스타일과 공무원 스타일이 다른 것 같지만 도민의 목소리를 듣고 고통을 해결하려고 한다면 이 두 스타일은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일 수 있다. 즉 민과 관이 도민을 위해 협동해서 행정과 정치를 한다면 도민의 어려움은 빠르게 해결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공무원 된지 9개월 된 필자가 '공무원 스타일'이 되어가는 것은 결코 긍정적인 칭찬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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