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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

시인 · 문화비평가

봄비가 내렸다. 폭설과 맹추로 힘겹던 지난겨울의 시린 기억을 밀어내고 축복처럼 봄비가 왔다. 봄비를 머금은 대지는 올해도 어김없이 푸른 새싹과 예쁜 꽃들을 피워 올리리라.

그렇지. 봄이 오면 이 땅에 초목들이 기지개를 펴고 저마다 눈부신 꽃을 피워내듯, 고단한 겨울을 이겨낸 이 땅의 선남선녀들의 얼굴에도 시름을 더는 환한 웃음꽃이 피어나면 얼마나 좋으랴. 충북이라는 공동체에도 이처럼 희망과 사랑, 배려와 상생의 봄기운이 가득하길 소망하며 이 글을 쓴다.

요즘 충북도에는 충북경제자유구역청(이하 경자청) 설치 문제를 놓고 한랭전선이 펼쳐지고 있다. 신설되는 경자청을 어디에 두느냐를 놓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니 골짜기에 냉기가 도는 것이다. 봄은 왔으나 아직도 이런 살얼음과 황사가 도처에 남아있어 봄을 만끽할 수 없느니.

도대체 경자청이 뭐 길래 예의범절이 깍듯한 점잖은 충주분들이 경자청을 충주에 몽땅 두지 않으면, 그들이 사랑하고 지지했던 본향출신 이시종 도지사를 '읍참'하겠다고 저리 으름장을 놓는단 말인가·

읍참시종. 이 끔찍한 말을 시정잡배들이 술자리에서 홧김에 내뱉은 말이 아니라, 22만 충주시민들의 대표 모임임을 자임하는 충북경제자유구역청 충주유치원회가 공식 성명서를 통해 천명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정제되지 않고 여과 없이 송출된 이 수사가 매스컴을 타고 유포되어, 전국에 뉴스로 가십거리로 충북이 희화되고 있고, 갈 길 바쁜 경제자유구역 업무가 발목 잡혀 지지부진하니 도민들의 우려와 상심이 매우 크다.

자유민주국가에 있어서 표현의 자유와 주장은 헌법적 가치로서 존중되어야 한다. 그것이 예술적이든 정치적이든 종교적이든 말이다. 그러나 표현과 주장에도 품격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품격 있고 아름다운 표현과 주장에 감동하고 환호하나, 악의적이거나 저질적인 표현과 주장에는 되려 거부감을 갖거나 고개를 돌린다. 그러므로 간절한 소망을 담은 결사나 주장일수록 품격 있는 표현을 써야 되는 이치가 여기에 있다.

'읍참시종'은 '읍참마속'을 원용한 표현이니, 누구든 빗되어 쓸 수 있다. 문제는 적절성에 있다. '읍참'이란 군대나 조직을 경영함에 있어 수장이 아끼는 휘하 장수일지라도 령을 어기고 해를 끼치면 울면서 그의 목을 참해 경계로 삼음을 이르는 말이다. 삼국지에서 제갈량이 전장에서 자신이 아끼던 마속이 군령을 어기고 패전하고 돌아오자 군령의 지엄함을 보여주기 위해 울면서 목을 벤데 유래된 사자성어이다.

이시종 지사는 160만 도민을 대표하는 충북도의 수장이다. 특정지역을 대표하는 휘하장수가 아니다. 더욱이 이 지사는 군령을 어긴 패장도 아닐 뿐더러. 6년여를 끌어온 충북경제자유구역 유치 전쟁에서 승전한 장수이다. 개선장군처럼 헹가래를 쳐주지는 못할망정,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여 전공을 세운 장수를 "읍참"하겠다고 윽박지르면 되겠는가·

물론 안다. 충주분들이 충주발전과 지역의 균형발전을 얼마나 갈망하는 지를. 문제의 '읍참시종'이라는 용어의 선택도 그런 충정과 다급함에서 온 단발마라는 것을. 하지만 금도를 넘어선 표현으로 인해 당사자의 명예는 물론이거니와 경자청에서 한 발 물러서서 지켜보고 있는 여타 시·군민들의 심기도 헤아렸어야 했다. 아무튼 정제되지 않은 표현으로 상처를 입힌 경자청충주유치위가 결자해지했으면 한다. 성숙된 시위문화를 위해서, 균형발전의 원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꼭 그리했으면 한다.

필자도 충주를 한없이 사랑한다. 공직의 시작을 충주시에서 했고, 아내와 두 아들을 충주에서 얻었으며, 부모님 유택을 충주에 모셨다. 하여 충주의 역사는 물론 충주의 풀 한포기 모래 하나라도 가슴깊이 사랑하고자 했다.

또한 청주 청원 통합에 따른 공룡시 등장에 균형추 역할을 해야 될 곳도 충주임을 안다. 충주가 건강해야 충북도가 건강해 진다는 믿음도 확고하다. 어찌 충주의 발전을 염원하지 않으며, 충북의 균형발전을 소망하지 않으랴.

충북경제자유구역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이시종 도지사가 본부를 도에 두고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우선 도의 정책적 판단에 맡겨보고 업무에 효율성이 떨어지거나 지지부진하면 그 때 따져서 관철시키면 될 터이다.

아무튼 우리 서로 배려하며 상생의 길을 찾자. 이 봄, 다가올 가을의 넉넉한 수확을 기약하며 충북경제자유구역이라는 번영의 씨앗을 힘을 합쳐 함께 파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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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