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서정교

진천소방서 소방위

지난 겨울 땅 속에서 키웠던 꿈들이 파릇하게 피어 봄나물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나물을 하나의 음식문화로 승화시킨 것은 다른 나라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것으로 이는 오래전부터 우리가 농경사회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이다. 영농법이 발달하지 못했던 과거에는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 기후의 특성상 농한기인 겨울을 지나 봄을 맞아 보리를 수확하기까지의 기간, 즉 보릿고개를 넘어야 했다. 곡식이 떨어져 끼니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이 기간에 주로 섭취했던 음식이 바로 냉이, 취나물, 쑥 등 봄나물이었다. 적은 양의 보리쌀에 봄나물을 가득하게 채워 양을 부풀려 먹었던 그 시절의 식생활이었다. 이렇듯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각종 나물 가운데 식용으로 가능한 것이 300여 가지나 되는 것은 보릿고개가 낳은 우리나라 특유의 음식문화임과 동시에 조상들이 생을 이어갔던 아픈 흔적이라고 하겠다.

이런 우리들의 식습관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얼마 전 방송에서 근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밥그릇 크기의 변천사를 다룬 적이 있는데 경제가 성장할수록 밥그릇의 크기는 외려 반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전에는 특별한 날이 아니면 배부르게 먹지 못해서 기회가 되면 큰 밥그릇 수북히 밥을 담아 먹었는데, 우리는 이를 고봉밥 또는 머슴밥이라 불렀다. 그러나 지금은 먹을 것이 흔해도 먹지 않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데 밥의 주성분인 탄수화물이 다이어트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에서 쌀의 소비와 함께 밥그릇의 크기가 줄어드는 것이다. 더욱이 아이러니 한 것은 어릴적 질리도록 먹어서 다시는 찾지 않을 것 같았던 나물밥, 나물죽의 향수에 빠져서 소위 웰빙 식단이라는 그럴싸한 이름을 붙여 일부러 맛 집을 찾아 다니는게 오늘날의 자화상이다.

이와 더불어 우리의 밥상 문화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예전에 흔히 보았던 삼대가 모여 사는 모습은 이제 보기가 힘들어졌고, 한 발 더 나아가 이른바 나홀로 세대가 늘어나는 추세다. 식탁이 아닌 구들장 위에 놓인 밥상에 빙 둘러 앉아 비록 산해진미는 아닐지언정 음식과 함께 가족의 마음과 정을 곱씹으며 배와 마음 모두의 허기를 채웠던 그 시절의 밥상머리에는 조상들의 살아 온 지혜가 있었다. 핵가족화 되고, 맞벌이 가정의 증가, 외식문화의 급성장으로 인하여 급기야 우리들의 집안에서 밥상머리는 설 자리를 잃고 말았다. 그만큼 먹을 것이 넘쳐나는 까닭에 먹거리의 소중함과 가치가 실종된 지금, 이제는 오히려 우리가 먹다 버린 음식물로 인하여 환경오염이라는 재앙에 스스로를 가두고 말았다. 이제 밥심으로 산다는 말이 농경사회의 유물처럼 치부되는 세태지만 아직 밥상에는 우리들이 살아갈 좌표가 있기에 예전의 밥상머리 문화는 되새겨 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밥상머리 교육이 새삼 화두가 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모 방송사프로그램에서는 밥상머리에서 가족을 찾는다는 주제로 만연하는 가정폭력, 학교폭력, 청소년 문제 해결책으로 밥상머리 교육을 대안으로 제시한 적이 있었다. 모름지기 식구란 밥을 함께 먹는 사람을 뜻한다. 식구들이 밥상머리를 사이에 두고 밥상에 올라 온 반찬에서부터 시작하여 서로의 일상생활, 더 나아가 말 못할 고민에 이르기까지 마음의 대화를 나누는 밥상머리라면 늘 가족애가 피어날 것이다. 그 가족애가 커져서 사회로 뻗어나가면 현대사회의 많은 병폐들을 치유하는 정화제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다.

예전 삼대가 함께 살던 집에서는 손자 손녀들을 할아버지, 할머니와 합상을 시켰다. 이유는 어릴적부터 식사예절을 통하여 인성교육을 꾀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수저를 들기 전에는 먼저 들지 않고, 수저를 놓기 전에도 미리 놓지 않고 자리를 뜨지 않기, 밥상을 차려 준 어른들께 고맙게 잘 먹었다는 공경의 마음을 배우게 함이었다. 또한 밥상에 음식으로 오르기까지 땀흘린 이들에게도 고마워하는 마음도 배우게 했다. 어른들과 식사하면서 칭찬과 야단도 맞고, 인내심도 키우는 밥상교육은 가정교육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인으로 나아가는데 디딤돌이 되어 준 중요한 가르침이었다. 이런 밥상머리의 교훈을 떠올리며 오늘 저녁에는 외식을 하기보다는 냉이와 달래를 넣은 된장국에 온 가족이 둘러 앉아 그동안 하지 못했던 얘기를 나눠보면 어떨까.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