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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08.03.10 16:29:42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세상에서 가장 빨리 변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모든 일이 빨리 벌어지고 빨리 자취를 감추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우리말도 ‘빨리 빨리'다. 한국인이 많이 찾는 해외 관광지에서 최대 유행어도 '빨리 빨리'라고 한다.

***어머니와 아들의 대화처럼

말이 상품이 되면서 말의 공해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서점에 가보면 말과 관련된 책이 넘쳐난다. TV를 켜면 말도 모자라 자막으로 압사당할 것만 같다.

대선과 총선 정국이 거듭되면서 말의 홍수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말의 소통은 자꾸만 힘들어지고 있다. ‘빨리 빨리'와는 아주 다른 상황이다.

말(언어)은 인류를 다른 동물과 구별해 주는 특징 중 하나다. 지구상 모든 인류는 고유의 말을 갖고 있다. 그런데 그 고유의 말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상처받고 힘들어한다. 심적 고통을 당하는 사람일수록 정도는 더 심하다.

대화는 둘이서 하는 상호 언어전달 행위다. 그런데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도 혼자서 떠드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현대 사회로 접어들면서 생겨난 인간관계의 특징이다. 서로 속마음은 닫아둔 채 입으로만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대화를 마치고도 늘 외롭고 고독하다. ‘군중 속의 고독??이니 하는 말이 나온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잘못을 저지른 아들을 향해 어머니가 꾸짖는 표현이 있다. “엄마 생각에는 그건 옳지 않아"다. 누구나 대개 이 같은 엄마 얘길 듣고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을 만큼 부끄러워지곤 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아들이 어머니의 꾸지람을 자신의 방법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뒀기 때문이다. 대화법의 진수다. 함부로 규정하지 않고 단지 자신의 생각만을 제시하면서 한발 비켜서 스스로 돌이켜보게 하는 지혜이기도 하다.

나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불문학과 언어학을 전공했다. 그 덕에 잠깐 동안 학생들을 가르친 적도 있다. 지금은 글쓰기로 먹고 사는 신문기자를 업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상대방과 진정한 대화를 하는 데는 서툴었던 것 같다. 부모, 형제, 친구 등 모두에게 그랬던 것 같다. 예로 든 어머니와 아들 간의 대화처럼 진정성을 갖춘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는 얘기다.

늘 대화 상대자가 눈빛으로 전하는 마음의 공간을 읽어내는 역량이 부족했다. 한 마디로 ‘헛똑똑이'였다. 내 마음의 자리를 내어주지 않고 언제나 상대방이 마음을 열어주길 원했다. 그저 아는 체 하려는 욕심만 냈을 뿐이다.

눈빛이 갖는 진정성은 말이 갖는 전달력보다 더 깊고 진하다. 그래서 지금은 말을 잘하려는 테크닉에 의존하기보다는 먼저 눈빛의 힘을 믿는 자세를 중요시 하고 있다.

정을 담아 들려주는 칭찬의 말 한마디는 상대방의 하루를 기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부주의한 말 한 마디는 파괴의 씨가 돼 절망만을 부추길 수 있다.

오늘도 우리는 ‘빨리 빨리'를 외치고 있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세상은 옳은 일만 일어나는 곳이 아니다. 부당한 일도 일어난다. 그래서 '빨리 빨리'만으론 해결되지 않는다. 천천히 느림의 대화로 해결하자.

***느림의 대화로 돌파구 찾자

두 사람이 마주보고 번갈아 가며 아무 이야기나 지껄인다고 다 대화는 아니다. 대화는 마음의 소통이 이뤄질 때 가능하다. 소통이 이뤄지기 위해선 반드시 서로의 진정성이 담보돼야 한다.

오는 4월 9일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들이 공천자를 발표하고 있다. 공천의 기쁨에 환호하는 사람보다 낙천의 슬픔에 절망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진실한 위로의 말 한 마디는 상한 마음을 아물게 할 수 있다. 그 사람의 인생을 변하게 할 수도 있다.

아기도 한 번 심하게 앓고 나면 부쩍 크고 약아진다. 어른도 다르지 않다. 시련과 역경이 오히려 인생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서로의 마음을 이 기회에 터놓자. 전하지 못한 말 이가 있다면 지금 하자. 서로의 마음 소통이 이뤄질 때 대화의 가치는 자꾸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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