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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혜정

충북 여성정책관

요즘 날씨는 정말 모르겠다. 지난 토요일은 초여름 같은 날씨이더니 오늘 아침은 다시 겨울처럼 춥다. 그래도 곧 추운 겨울이 지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놓인다. 아주 추운 날씨에 보일러가 고장 나서 냉방에서 잠을 지 샌 이후 병이 났기 때문에 날씨에 민감해졌다.

1월 어느 날 워크샵을 끝내고 집에 오니 밤 1시 경이었다. 그런데 보일러가 작동하지 않았다. 주변의 도움을 요청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허물없이 잠을 재워달라고 부탁할 수 있는 지인도 없었다. 24시간 찜질방을 생각했지만 찾아가기에는 밤 1시라는 시간이 부담스러웠다.

전기온열기구도 없었기 때문에 겉옷과 양말을 벗지 않고 비상용으로 갖다 놓았던 침낭에 들어가서 잠을 청하는 것, 그 외에 특별한 방법은 없었다. 방안의 온도는 5도! 영하로 떨어지지 않음을 다행스럽게 여기며 잠을 청했다. 그러나 너무 피곤함에도 잠은 오지 않았다. 많은 생각들로 마음만 복잡해지더니 나중에는 너무 추워 고통스러웠다.

'왜 전기장판이라도 갖다 놓지 않았을까' 라는 자책에서부터 '노숙하는 분들이 얼마나 추위에 고통 받을지', 나중에는 '군대를 가지 않아서 추위에 못 이기는 것이 아닌지' 라는 엉뚱한 생각으로 밤을 지새웠다. 만약 내가 여자가 아니었다면 택시를 타고 24시간 찜질방이라도 찾아 갔을까? 결국 밤새 여자임을 원망하며 방법을 찾기보다 그냥 웅크리고 잠자는 것을 택한 나는 결국 병이 났다.

다음 날 환기구의 창을 닫지 않아 가스관이 얼어 가스보일러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을 관리센터로부터 들었다. 가스보일러가 유지되는 기제에 대해 무관심한 내가 참 한심스러웠다. 그리고 밤이 자유롭지 않은 여성들의 사회적 환경이 새삼 속상했다. '여성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제까지 많은 여성들은 아버지, 오빠, 애인, 남편 등의 주변의 남성들의 도움을 받아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해 왔다. 그래서 남성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혼자 사는 여성들은 부족한 여자로 보인다(실제로 손해를 보기도 한다). 어릴 때부터 수없이 들어온 '밤 길 조심해'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도움을 줄 남성들이 없는, 여성 혼자 오는 밤길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여성들 스스로 밤늦게 집에 오기보다 일찍 들어오려고 애쓴다. 능력 있는 여성들도 여전히 밤은 무섭다. 바로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들 때문이다. 특히 도와 줄 남성들이 없다고 간주되는 혼자 사는 여성들이 범죄의 타격이 되기도 한다. 그 결과 혼자 사는 여성들이 집을 구할 때 가장 신경 쓰는 것이 가격보다 안전이다.

최근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크게 늘면서 여성 1인 가구 비중이 높은 주거 보안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여성들이 집을 고르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였던 도심 접근성, 생활편의시설 조건과 함께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보안시스템이 중요한 요건으로 등장한 것이다. 지자체가 올해부터 혼자 사는 여성을 위해 무료 안심택배서비스 시범 운영에 들어가거나 중앙부처가 오피스텔 등 준주택 공급 시 '건축물 범죄예방 설계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것도 이런 추세를 반영했기 때문이다.

일전에 '여성친화도 충북건설'을 위해 방문한 경찰들에게 이러한 어려움을 호소했더니 같이 만들어보자고 한다. 물론 지금도 충북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도움서비스(sos국민안심서비스)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것 그러나 너무 어려운 것! 혼자 사는 여성들을 바라보는 시선부터 변화시킬 것'을 말하고 싶다. 안전한 원룸에 살아도 혼자 사는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이 여전히 여성들을 불편하게 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월요일 새벽마다 오송역에서 택시 탈 때 기사들로부터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 "남편 어떻게 하고 혼자 내려와요? 여자 혼자 사는 것, 어려운데 또 보기도 안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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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길형 충주시장 "부담 없는 시민골프장 추진"

[충북일보] 조길형 충주시장이 공익적 차원에서 시민골프장 조성 계획을 세우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비싸진 골프장 요금과 관련해 시민들이 골프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인데, 갑론을박이 뜨겁다. 자치단체장으로서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는 시민골프장 건설 계획을 어떤 계기에서 하게됐는지, 앞으로의 추진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여부에 대해 들어보았다. ◇시민골프장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충주의 창동 시유지와 수안보 옛 스키장 자리에 민간에서 골프장 사업을 해보겠다고 제안이 여럿 들어왔다. '시유지는 소유권 이전', '스키장은 행정적 문제 해소'를 조건으로 걸었는데, 여러 방향으로 고심한 결과 민간에게 넘기기보다 시에서 직접 골프장을 만들어서 시민에게 혜택을 줘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충주에 골프장 많음에도 정작 시민들은 이용할 수가 없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시민골프장 추진 계획은. "아직 많이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오랜 기간의 노력을 들여 전체 과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 볼 수 있는 시민의 공감을 확보했다. 골프장의 필요성과 대상지에 대해 시민들이 고개를 끄덕여 주셨다. 이제는 사업의 실현가능성 여부를 연구하는 용역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