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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호

직지불교대학 교무처장

이제 봄이다. 아무리 혹독한 한파가 몰아쳐도 북한 핵실험에 대한 갈등이 증폭되었어도 우리네 들녘에는 희망을 안겨 주는 봄이 어김없이 찾아 왔다. 벌써부터 나뭇가지에 새싹이 움트고 성질 급한 야생화들은 꽃망울을 터트렸다. 새내기 학생들은 교복을 맞추고 새로 배울 공부와 인연 맺어질 친구들에 대한 설렘이 가득하다.

지난 2월 25일 박근혜정부가 출범을 하였다. 국민들은 항상 그렇듯이 정치가 우리에게 삶의 희망을 주고 평화와 행복을 찾아주기를 바란다.

새롭게 출발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경제정책 중 하나는 '중산층 70% 재건 프로젝트'다. 경제의 허리인 중산층을 늘려 내수의 활력을 높이고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중산층 비중은 1990년까지 만해도 75.4%에 달했지만 2011년에는 64.0%로 떨어졌다. 중산층이 줄어 든 반면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이는 1998년 IMF,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한 소득의 감소, 가계부채의 증가, 불안정한 일자리, 자녀교육비 증가 등이 주요 원인으로 대두되었다. 더욱 심각한 현상은 상위계층으로 올라가기 어렵다는 인식이 중산층 98.1%가 느끼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계층 간의 갈등이 심해져가는 반증이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 우리나라 사람들이 설정하는 중산층의 기준은 부채 없는 아파트 30평 이상 소유하고, 월급여 500만 원 이상이며, 자동차는 2천CC급 중형차 소유하고, 예금액 잔고 1억 원 이상 보유하며, 해외여행 1년에 몇 차례 이상 다닐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반면 신사의 나라 영국 옥스포드대학에서 제시한 중산층 기준은 페어플레이를 할 것, 자신의 주장과 신념을 가질 것, 독선적으로 행동하지 말 것, 약자를 두둔하고 강자에 대응할 것, 불의, 불평, 불법에 의연히 대처하는 것이다. 대부분 선진국이라고 자부하는 나라에서는 경제적 가치보다는 정신적 가치를 기준으로 중산층을 구분하는 것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대부분 경제적인 조건으로 중산층 판단 기준이 된 것이다. 경제성장을 가장 높은 가치로 알고 달려 온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조선시대에 선비들이 중산층으로 기준을 삼은 것은 경제적으로는 두어 칸 집에 두어이랑 전답이 있고 겨울솜옷과 여름베옷이 각 두어 벌 있으면 되었다. 또한 서적 한 시렁, 거문고 한 벌, 햇볕 쬘 마루 하나, 차 다릴 화로 하나, 늙은 몸 부축할 지팡이 하나, 봄 경치 찾아다닐 나귀 한 마리만 있으면 유유자적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보았으며, 정신적 가치로는 의리를 지키고 도의를 어기지 않으며 나라의 어려운 일에 바른말 하고 사는 것이라 하였으니 되돌아보아야 할 우리의 정신이 아닌가.

부처님은 재가자들의 즐거움을 이렇게 가르쳤다. "남에게 빚지지 않고 자신에게도 남에게도 부끄러운 빚이 없는 것이 가장 낮은 즐거움이라 하고, 즐겨 보시를 행하는 것을 중간의 즐거움이라 하고, 나쁜 업을 짓지 않고 총명하며 지혜롭고 법을 많이 듣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 가장 훌륭한 즐거움이라고 한다."라고 하였다. 또 진정한 재물은 없어지지 않는 일곱 가지 재물을 말씀하셨는데 믿음의 재산, 계행의 재산, 양심의 재산, 잘못함에 대한 두려움의 재산, 배우고 들은 재산, 관용심의 재산, 지혜의 재산을 손꼽았다. 이것들은 불에 타지 않고 물에 휩쓸려가지 않고 왕이나 도둑, 적이나 상속인이 빼앗아 갈 수 없다고 하였다.

박근혜정부가 중산층 복원을 위해 중점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정책의 핵심은 '중산층으로의 편입'과 '중산층의 이탈 방지'다. 양질의 일자리를 통해 소득을 늘려 중산층으로의 편입을 늘리고, 정부가 가계의 부담을 줄여 기존 중산층의 이탈을 막겠다는 것이다. 약속대로 정책을 추진하면서 정신적인 품격까지 갖춘 중산층을 만드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삶의 질은 경제로만 매겨 지는 것이 아니다. 결코 돈으로만 행복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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