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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3.03.03 17:44:56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박걸순

충북대 사학과 교수

초기 박근혜 정부를 이끌어 갈 장관 후보에 대한 청문회가 진행되고 있다.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으로 전 정권의 장관과 현 정권의 장관 지명자가 동거하는 한 지붕 두 장관의 어색한 동거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새 정부의 발목잡기라는 비판과,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이라는 비판이 날을 세우고 있다.

정권과 역사인식

박근혜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 되던 시각, 한 공중파 방송은 5·16 군사정변을 5·16이라고만 표현하고, '5·16 군사혁명'이라고 쓴 당시의 화면을 끼워 내보냈다. 새 정권에 아첨하고자 하는 얄팍한 속내를 드러내 보인 편집이었다. 이 장면을 보며 엘바 섬을 탈출하여 파리로 진격해 들어오는 나폴레옹에 대해 시시각각 시류에 영합하는 보도를 한 프랑스 언론을 떠올린 것은 필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권력을 장악하였다고 해서 역사의 해석마저 좌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한 발상이다. 누구나 역사 앞에 겸손해야 한다. 특히 박정희의 역사적 공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새 정부는 더더욱 역사의 평가를 두려워해야 한다. 우리의 굴곡진 현대사에 덧칠을 하면 할수록 곧 그 본래의 속살이 켜켜이 드러날 것이고, 더욱 호된 역사적 평가에 직면하게 된다는 사실을 유념하여야 할 것이다.

평가를 주저하고 회피하는 장관 후보

이번 장관 청문회도 후보들의 불법적 사실과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논란이 예외가 아니다. 항간에서는 위장 전입, 탈세,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전관예우 등의 전력이 없으면 장관 후보가 될 수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다시 회자되고 있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사안은 그들의 모호한 역사인식이다. 적지 않은 후보자들이 5·16쿠데타를 군사정변이라고 표현하기에 주저하고 있다. 심지어는 국무위원이 역사적 사건에 대해 의견을 밝히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해괴한 논리로 답변을 회피한 후보도 있다. 비겁한 짓이고 온당치 못한 처사이다. 이미 박근혜 대통령도 후보 시절에 5·16과 유신, 인혁당사건 등으로 헌법 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인정하고 사과한 바 있다.

국사교과서의 5·16 군사정변 표현

현행 중학교 국정 국사교과서에는 5·16쿠데타를 '5·16 군사정변'으로, 고등학교 국정 국사교과서에는 '박정희 등 군부 세력의 정변'으로 표현하거나 서술하고 있다. 물론 고등학교 근현대사 검정교과서에는 모두 '5·16 군사정변'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 장관 후보는 교과서의 기술을 존중한다면서 직답을 하지 못하는 것을 이해해 달라고 답변을 회피하였다. 법무부 장관 후보는 이전에 5·16을 혁명이라고 표현한 바 있으며, 청문회에서는 애매한 입장을 취하였다. 한 친박계 장관 후보는 답변하기가 어렵다며 회피하였다. 중고등학교 국정 국사교과서는 우리나라 역사서술과 역사인식의 지표이다. 그 조차 알지 못하거나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장관을 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역사의 진실은 불변

장관 등 새 정권의 주요 보직자들은 올바른 역사인식을 지닌 인물이어야 한다. 5·16의 역사적 평가에 대한 답변을 어정쩡하게 흐리거나 회피하는 것은 결국 대통령을 역사의 논쟁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대통령을 올바로 보필하는 것은 아버지의 원죄에 연좌시키지 말고 자유롭게 해주는 일임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잠시 구름이 하늘을 가린다고 하여 하늘에 태양이 없어지지 않듯이 역사의 진실은 변치 않는 엄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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