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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수필가·딩아돌하문예원 이사장

봄이다. 온 대지에 스멀스멀 생명의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폭설과 혹한이 매섭기만 하던 겨울을 보내고 맞는 새봄이 더없이 살갑기만 하다.

봄바람이 제일 먼저 다다르는 곳은 '이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진리의 동산'이라 불리는 대학 캠퍼스가 아닐까. 좁은 문을 뚫고 들어 온 신입생들의 풋내 나는 얼굴에 개나리, 진달래 보다 먼저 꽃이 핀다. 탐구의 열정 가득한 지성의 광장에 활기가 넘쳐난다. 3월은 도전과 창조의 새로운 하늘이 열리는 시작의 달이다.

청주대 평생교육원에서 수필창작 강좌를 맡고 있는 나는 3월의 캠퍼스가 그립다. 무언가 세상에 나온 기척을 하고 싶어 찾아오는 늦깎이 수강생들과 새로운 인연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어떤 분들이 새로 오실까, 마냥 가슴이 설레기만 한다.

지난 해 개강 날 아침 생각이 난다. 첫 만남에서 '무슨 이야기로 말문을 열까' 고민하다 무심코 펼쳐 든 조간신문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사회면 톱기사 '배우니까 청춘이다'를 발견하는 순간 '이거다!' 싶었다.

정한택 전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가 아흔 살의 나이로 한국방송통신대 영문과에 입학했다는 특종기사, 경외감이 느껴졌다. 70살이나 어린 학우들이 놀라 몸 둘 바를 몰라 하자, 9순(旬)의 노옹(老翁)은 묵묵히 강의에 집중하면서, '배움에 나이가 어디 있느냐, 백 살이 되더라도 계속 공부할 것'이라고 했다는 것-.

나는 이 감동 스토리에 '불타는 의지, 뜨거운 정열, 두려움을 물리치는 모험심을 가진 사람이 청춘'이라고 노래한 사무엘 울만의 '청춘'이란 시를 함께 복사하여, 오리엔테이션 자료로 활용했다. 50대 이상이 절반이나 되는 수필교실에 숙연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맞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시기가 아니라/ 어떤 마음 가짐을 뜻하나니/ 때로는 스무 살 청년보다/ 예순 살의 노인이 더 청춘일 수 있네'이다. 나는 '수필을 배우는 여러분도 청춘'이라고 목청을 높혔다.

이제 백세시대가 눈앞이다. '60에 죽으면 요절, 70에 가면 단명'이라는 그럴싸한 익살도 생겨났다. 옛날 59세에 세상을 뜬 두보는 70을 고희(古稀)라 했지만 그가 오늘에 살았다면 '인생 백세 고래희'라 하지 않았을까.

유오(yo)세대란 신조어도 등장했다. 정년후인 65세에서 75세까지를 영 올드(young old) 즉 '젊고 건강한 신 중년'이라 부른다는 것이다. 나이에 0,7을 곱하는 장수시대 셈법도 생겨났다. 그러니까 60세면 42세, 70세면 49세란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페러디한 '배우니까 청춘이다'는 정교수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닐 것이다. 지난해 7순의 조민희 씨는 중앙 일간지 신춘문예에 시조로 당선의 영예를 안았고, 87세의 권춘식 옹은 최고령 대학 졸업생이란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올해 청주에서는 77세의 시조시인이 문학박사 학위를 받아 화제다. 우암동 김선옥 여사가 그 주인공이다. 어찌 이 분들 뿐이랴.

리 수필교실에도 거미박사인 8순의 임문순 교수를 비롯, 노년 등단 문인이 다수 나와 왕성한 창작활동을 선도하고 있다. 늦게 피는 꽃이 화려하고, 배움은 꿀보다도 달은 법이다.

'배우니까 청춘이다'는 단순한 신문기사 제목이 아니다. 오늘날 전국 대학 캠퍼스는 물론 동사무소, 문화원, 박물관, 미술관 등에 여러 형태로 개설된 평생교육기관의 깃발이요, 자격증 과정에서부터 문화예술, 취미, 교양강좌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펼쳐지는 배움의 광장을 가득 메운 중장년층 시민 모두를 '청춘'으로 만드는 이 시대의 아이콘이다.

이제 공부는 학생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죽을 때까지 배우고 또 배워야 하는 평생교육의 시대가 온 것이다. '배움을 포기하는 순간 사람은 늙기 시작 한다'고 갈파한 세익스피어의 명언은 오늘에도 유효하다.

아득한 옛날부터 제사에도 현고학생부군(顯考學生府君), 묘비에도 학생지묘(學生之墓)라 쓰는 겸허의 예법을 전승(傳承)해 온 우리 민족이고 보면 정녕 한국인에게 '공부'란 숙명과도 같은 존재다.

수필은 마음속에 들어 있는 아름다움을 찾아내 가꾸기 위해 쓴다. 글을 쓰는데 법이 있는가? 있다. 나는 일주일에 한 번 수필창작교실에 간다. '가르치러'가 아니다. 문학 후배들과 함께 '배움'을 즐기기 위해 간다. 아직도 글 쓰는 공부를 하고 있으니 나도 청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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