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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3.02.11 15:35:08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누구나 어릴 적 세뱃돈과 관련된 추억 한두 가지 쯤은 갖고 있다. 세뱃돈 받을 생각에 이른 아침부터 설레기도 했다. 그런데 어른이 되고나서부터는 달라졌다. 큰 고민거리가 됐다. 세뱃돈이 또 다른 '명절 스트레스'가 됐다. 입장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받음이 아니라 줘야 함이 중압감으로 작용하고 한다.

***올해는 줄일 수밖에 없었다

설 차례를 막 마쳤다.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인 조카가 쪼르르 달려온다. 기대에 찬 눈빛으로 올려다본다. 곧 세뱃돈을 얼마나 줄거냐고 묻는다. 떡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 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형국이다. 난감했다.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먼저 세배를 올리자고 했다.

처가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생겼다. 큰 놈들은 눈치만 살폈다. 하지만 아직 어린 녀석들은 양팔을 잡고 세배부터 청했다. 녀석들의 꼼수가 한 눈에 보였다. 미적미적 녀석들의 꼼수를 받아들였다.

준비는 했지만 약간의 망설임이 생겼다. 너무 적은 액수가 아닌가 하는 고민이 순간 머리를 스쳤다. 마누라 눈치를 살짝 살핀 뒤 나이에 따라 차등해 나눠줬다. 실망한 눈치였다. 미안했다.

아이들에게 설날의 아이콘은 뭐니 뭐니 해도 세뱃돈이다. 어린 날 설날에 대한 추억이 정겨운 것도 세뱃돈의 역할이 크지 싶다. 설날은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 찼던 희망의 날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렇다.

어린 시절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은 세뱃돈에 대한 기대감은 아주 컸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보니 명절이 오는 게 썩 좋지는 않다. 물가는 최근 몇 년 동안 계속 오르고 있다. 가계 소득은 제자리걸음이다. 쓰임새는 자꾸만 커진다. 세뱃돈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세뱃돈은 중국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우리의 설날 풍습 관련 서적에 세뱃돈 얘기는 없다. 조선 순조 때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엔 연중 세시풍속이 빠짐없이 수록돼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세뱃돈 얘기는 없다.

세뱃돈 유래는 분명하지 않다. 언제부터 돈을 줬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우리의 세시풍속을 소개한 어느 곳에도 기록된 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우리의 설 풍습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중요한 것은 세뱃돈의 의미다. 세뱃돈은 전통적으로 수고에 대한 대가의 성격이 짙었다. 하지만 점차 세배에 대한 답례가 됐다. 여기에 건강과 재복을 기원하는 의미가 더해진 것 같다. 세배를 받고 하는 "건강해라" "취직해라" "부자돼라" 등의 덕담에서 알 수 있다.

요즘 세뱃돈은 본질을 벗어나고 있다. 상속의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그 규모가 수천만원 수조원에 이른다는 설도 있다. 그렇다면 세뱃돈의 적정한 액수는 얼마가 좋을까. 일부 언론에서는 연령대별 세뱃돈의 액수를 제시하기도 했다.

지난해 세뱃돈은 보통 초등학생 1만원, 중학생 2만원, 고등학생 3만원이었다. 그러나 얼마 전 어느 인터넷 쇼핑몰 설문 조사에선 "올해는 예년보다 세뱃돈을 줄이겠다"거나 "아예 주지 않겠다"는 답이 절반을 넘었다.

초등학생에겐 5천~1만원을 주겠다는 답이 40%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1만원'이 일 년 새 또 추락했다. 중·고생에겐 1만~3만원이 45%를 차지했다. 설을 손꼽아 기다리던 아이들의 가슴에도 경기 침체의 찬바람이 불어닥친 셈이다.

아이들은 이번 설날에도 많은 세뱃돈을 기대했다. 그래서 섣달 그믐밤을 기분 좋게 지새웠다. 설날 아침 희망은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곧 풀이 죽었다. 지난 설보다 줄어든 세뱃돈 모금액 때문이다. 어른들은 세뱃돈마저 줄일 수밖에 없었다. 어려워진 어른들의 삶이 아이들의 설날 아침 희망까지 꺾었다.

***소박한 액수라도 행복이다

형편이 어려워 소박한 세뱃돈을 주는 게 부끄러운 일은 아니다. 부끄러워할 일도 아니다. 세월이 흘러 되돌아볼 행복의 추억일 뿐이다. 세뱃돈을 주고받는 사람들은 대개 가족으로 인연을 맺고 있다. 그 인연은 그들만의 역사다. 1만원이면 어떻고 5천원이면 어떤가.

설날 아이들에게 주는 세뱃돈은 미덕이었다. 그러나 10명 넘게 줘야 하다 보니 몇 십만 원은 있어야 한다. 먹고사는 일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부담되는 액수다. 그래도 우리는 올 설에도 세배 올리고 세배 받고, 세뱃돈을 건넸다. 덕담도 나눴다. 근심 걱정도 함께 했다.

세뱃돈은 그저 정성이었다. 액수의 크고 작음은 문제되지 않았다. 서로 보듬으면서 더 큰 꿈과 희망을 가슴 한가득 품었다. 내년 설엔 더 많은 세뱃돈을 줄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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