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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판자집서 7명 쪽잠…"이번 명절 춥지나 않았으면"

지적장애 영동 하늘이네의 쓸쓸한 새해맞이
월세 10만원 판자집… 전세자금 지원 절실

  • 웹출고시간2013.02.07 20:22:14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하늘이네 7명 가족이 생활하는 월세 10만원 짜리 판자집의 모습. 난방이 잘 안 돼 바람막이용 천막을 쳐놨다.

또 하룻밤을 간신히 버텼다. 3평 남짓한 작은 방에서 7명의 식구가 쪽잠을 잤다. 다른 방도 있지만, 난방이 되지 않는 탓에 7명이 서로의 체온에 의지해야만 한다. 안 그러면 얼어 죽는다.

영동군 영동읍 주곡리에 사는 하늘이(13)는 이 집의 큰 아들이다. 밑으론 4명의 동생이 있다. 두 살배기 막내를 비롯해 모두 감기를 달고 산다. 하루 종일 콧물을 훌쩍이면서도 TV 만화만 틀어주면 이내 넋이 나가는 순수한 시골 아이들이다.

아빠(43)가 손을 호호 불며 들어왔다. 생계유지 수단인 폐품을 얼마 주워오지 못해 표정이 썩 좋지 않다. 12년 전 교통사고로 제 기능을 잃은 두 다리가 원망스러울 따름이다.

아빠의 한 달 수입은 대략 40만원. 정부 보조금 100만원을 받고 있으나 본인 의료비와 아이들 식비, 교육비 등을 지출하고 나면 항상 마이너스 통장이다.

아빠는 설상가상으로 2천만원의 빚을 달고 있다. 국가에서 무이자 대출을 해준다는 지인의 말에 속아 2천만원을 카드회사에서 빌렸다가 덤터기를 썼다. 건설 일용직 노동과 아이스크림 배달 등을 해오고 있으나 빚을 갚기란 역부족이다.

하늘이(앞줄 왼쪽 첫번째)네 가족들. 지금은 쪽방에서 생활하지만, "언젠간 나아지겠지"란 희망만은 버리지 않고 있다.

아이들을 돌보느라 정신이 팔린 엄마(33)에게 말을 걸었다. 뭔가 좀 이상했다. 자신의 주소와 주민등록번호도 제대로 몰랐다. 지적장애 판정은 받지 않았다고 하나 충분히 의심스러웠다.

그 영향일까. 하늘이는 IQ 75 이하인 지적장애 2급 아동이었다. 이제 초등학교 6학년인데 인지기능 향상 같은 치료는 한 번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돈이 없어서다.

"으앙~." 화장실을 다녀오던 넷째(5)가 갑자기 울음보를 터트렸다. 벽에서 떨어진 타일과 시멘트에 발을 찔린 거다. 환풍이 되지 않는 화장실은 매캐한 냄새로 가득했고, 수도에선 물이 졸졸 새고 있었다. 부엌에선 아예 물도 나오지 않았다. 엄마는 "겨울만 되면 수도가 언다. 애들 아빠가 동네 공원에서 매일 물을 길어온다"고 했다.

월세 10만 원짜리 낡은 판자집은 60~70년대 피란촌을 연상케 했다. 곳곳에 곰팡이가 슬었고, 방안에선 가스 냄새가 났다. 너무 추워 휴대용 부탄가스 난로를 땠다고 했다.

하늘이네 가족의 최대 소망은 '새 집'이다. 뜨뜻한 아랫목에서 고구마를 까먹는 모습을 상상으로만 그릴 뿐이다.

얼마 전 영동군과 어린이재단이 주거 자금을 얻어주기 위해 방송국에 사연 신청을 했지만, 부부가 아직 젊다는 이유로 탈락했다고 한다. 읍내 원룸촌으로 이사하기 위해선 전세 자금 2천만원이 필요하다는데, 사기 당한 빚만 2천만원인 하늘이네 가족으로선 꿈도 못 꿀 일이다.

분위기가 너무 어두워 화제를 돌렸다. "이제 설인데 명절은 어떻게 보내세요?".

질문이 실수였다. 집안에 더 차가운 공기가 흘렀다. "하루하루 먹고 사는 것도 벅찬데, 명절이 다 무슨 소용이에요. 그냥 설날에 춥지나 않았으면 좋겠어요."

창 밖에 걸린 바람막이용 천막의 요란한 춤 소리가 부부의 한숨을 꿀꺽 삼켰다.

/ 임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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