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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재

청주대 한문교육과 교수

엊그제가 입춘(立春)이었다. 입춘은 '들 입(入)'자를 쓰지 않고, '설 립(立)'자를 쓰는데, 말 그대로 봄이 되었다는 의미다.

입춘은 대체로 양력 2월 4일경으로, 24절기의 가장 첫 번째 절기에 해당한다. 봄은 사계절의 시작으로, 겨우내 움츠려있던 생명들이 비로소 약동하는 시기다. 그래서 농경사회에서는 입춘을 새해의 시작을 상징하는 날이라 생각하였다. 입춘에는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등의 입춘첩을 써 붙이면서, 올 한해 좋은 일들만 가득하기를 기원한다.

오늘날 우리는 서구에서 전래된 태양력(太陽曆)에 의해 일상생활을 하고 있지만, 설이나 추석과 같은 전통 명절이나 조상 제사 등은 대체로 동양의 전통적인 태음력(太陰曆)을 따르고 있다. 우리나라에 양력이 처음 도입된 것은 1895년(高宗 32년)이고, 그 이전에는 음력을 사용했었다.

태양력은 지구의 태양 공전주기인 365.24일을 12달로 나누어 만든 것이다. 현재 사용하는 양력은, 로마의 황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만든 율리우스력을 1582년에 로마 교황 그레고리 13세가 개선하여 만든 그레고리력이다. 양력은 1년의 길이를 비교적 정확히 반영하고 있으며, 현재 세계의 대다수 국가가 공식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양력에서 왜 2월은 28일까지만 있고, 7월과 8월은 연이어 31일까지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는 율리우스력을 만든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자신이 태어난 7월을 자신의 이름인 JURY로 바꾸고 31일로 늘리면서 2월에서 하루를 줄였으며, 이후 그의 조카인 아우구스투스 황제도 자신이 태어난 8월을 자신의 이름인 AUGUST라 부르고 2월에서 또 하루를 줄여 8월을 31일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점에서 양력도 모두가 과학적 근거에 의해 만들어진 달력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동양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태음력은, 달의 주기인 29.53일을 기준으로 한 달을 29일과 30일로 번갈아 만든 것이다. 그런데 순수한 달의 주기만으로 계산하면 태양력과 1년에 11일 정도의 차이가 생기고 계절의 변화와도 차이 나게 되기 때문에, 대략 19년에 7번의 윤(閏)달을 넣어 계절의 변화와 일치시키고자 하였다. 음력을 기준으로 하되 태양의 공전주기와 맞추고자 하였기 때문에, 정확하게는 태음태양력(太陰太陽曆)이라 하겠다.

그런데 이 경우에도 역시 윤달을 사용함으로 인해, 계절의 변화와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는 문제가 생기게 된다. 이 때문에 음력 설날이 양력 1월에 있기도 하고 2월에 있기도 한 것이다. 윤달은 말 그대로 남는 달이기 때문에 귀신이 활동을 하지 않아서 액운이 끼지 않는다고 하여, 수의(壽衣)를 장만하거나 이장(移葬)을 하기도 하며, 반대로 윤달에는 혼사를 꺼리기도 한다. 이러한 점은 바로 오늘날 우리가 양력을 따르면서도 전통적인 음력을 무시하지 않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농경을 중심으로 하던 동양사회에서 천문의 변화는 농사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이었다. 이에 농사를 위한 계절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태양의 1년 주기를 나누어 대략 15일 간격의 24절기(節氣)를 만들었다. 농경사회에서 24절기는 태음력이나 태양력보다 더 중요한 역법이었다. 즉 농사를 지을 때는 24절기를 알아야 내가 지금 씨를 뿌려야 할지, 추수를 해야 할지를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철부지'라는 말은, 곧 24절기를 모르는 사람을 의미하는 말이었다. 이 24절기는 태음력이나 태양력에 비해, 계절의 변화를 더 정확하게 나타내는 과학적인 역법이었다.

과거 우리의 선조들이 24절기에 따라 농사를 준비했던 것처럼,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을 잘 깨닫고 이를 성실하게 해 나가는 것이 곧 대길(大吉)의 지름길이 아닐까· 새봄을 맞이하며, 모든 이들에게 입춘첩의 글처럼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들이 가득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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