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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톱은 원래 일본의 화투놀이문화 잔재인데 정작 일본에서 하지 않는다. 일제강점기시 일본으로부터 유입된 화투놀이가 시대에 따라 변형된 것으로 보인다.

고스톱 놀이문화는 어느덧 가장 대중적인 놀이문화로 우리나라에서 자리를 잡았다. 직장이건, 유원지이건 고 스톱 치는 장면은 흔히 목격된다. 오죽하면 ‘우리나라 남자 셋만 모이면 고 스톱을 친다’는 말까지 나왔을까. 한국의 고스톱은 일본의 ‘파친코’ 만큼이나 대중오락으로 번지고 있다. ‘놀이’와 ‘노름’의 차이도 애매모호하지만 말이다.

고스톱은 보통 3명이 치는데 경우에 따라선 2명이 치는‘맞 고’도 있고 3명이상이 치기도 한다. 시대에 따라, 지방에 따라 규칙이 하도 복잡해 여기에 적응하기도 쉽지 않다. 시대상을 반영이라도 하듯 00 고 스톱 등이 출몰하는가 하면 지방에 따라, 모임의 성격 등에 따라 규칙이 약간씩 다르다.

누가 만들어 놓았는지는 몰라도 많은 사람들이 놀이문화로 선호할 정도로 재미가 있는 모양이다. 그것이 재미에서 끝나면 그만인데 발전하면 도박으로 변질되고 과열되다 보면 가족 간에, 친지간에 싸움판이 벌이지는 해프닝을 빚고 만다.

정답던 이웃이 고스톱으로 인해 멀어진 사례를 얼마든지 볼 수 있다.

몇 년 전, 청주에서 부자간에 고스톱을 치다 아들이 아버지를 폭행하는 패륜적 사건이 발생했다. 이유인즉 ‘아버지가 자꾸 가리(빌림)를 한다’는 것 이었다. 고스톱의 규칙과 순간의 감정이 어이없는 사태를 불러왔다. 지난 설 연휴에는 서울 에서 가족이 모여 고스톱을 치다가 시누이와 올케가 물고 뜯는 싸움을 벌이다 경찰서에 입건됐다. 여기에서 싸운 이유는 ‘투 고냐’‘쓰리 고냐’에 있었다.

쓰리 고를 했다고 손치더라도 이 판의 규칙은 8천원에 불과한데 그것을 놓고 평소 사이가 좋던 시누와 올케가 육박전을 벌인 것이다. 이럴 때 남편들은 누구 편을 들어야 하나 실로 난감하다. 오순도순 살아가던 가족간체도 예기치 않은 돌발 사태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바로 고스톱이다. 어느 곳에서는 빨간 ‘똥 피’가 피 한장이냐, 두 장이냐를 놓고 싸우다가 뇌진탕으로 목숨을 잃은 예도 있었다 한다.

고스톱은 농경사회 공동체 문화의 소산으로 보인다. 삼발이 모양으로 통상 셋이 치는데 강자는‘투 고, 쓰리 고’를 외치며 길길이 뛰고 약자는 점점 주눅이 들어간다. 중간에 그만두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끝까지 엮여들어 가면서 피박, 광박을 쓰기 예사다. 화투 패를 흔든 사람이 ‘쓰리 고’에다 광박, 피박을 씌우면 그 액수가 콩글리시로 따따따블, 졸지에 기본점수의 8배로 늘어난다.

이처럼 고스톱은 강자 위주의 게임이므로 비신사적이다. 여기에 비해 서양의 포커는 고스톱보다 신사적이다. 약자는 초반에 물러나고 강자끼리 붙어 최후의 강자를 가리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초반에 패가 안 좋거나 중간에 받는 패도 신통치 않으면 얼마든지 포기할 권리가 있는데 비해 고 스톱은 일단 시작했다면 아무리 패가 좋지 않더라도 포기할 권리가 없다. 고스톱은 농경문화의 소산이고 포커는 유목문화의 소산이기 때문에 놀이 방법도 이처럼 다른 것이다. 노을이 질 무렵 대평원에서 두 총잡이가 최후의 결투를 벌이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게 포커의 속성이라면 고스톱은 승리의 나팔을 부는 한 명의 승자아래 두 명의 패자가 슬슬 기며 공동으로 주머니를 털어 월계관을 씌어주는 공동책임제를 연상케 한다. 포커는 다른 멤버를 원망하지 않는 반면 고스톱은 승자의 점수가 많을 경우 패자끼리 “화투패를 잘못 내놔 그렇게 됐다”고 다투기 예사다.

고스톱은 국적불명의 게임이다. ‘고도리’는 일본말이고 ‘쓰리 고’는 영어이며 ‘피 박’은 우리말이다.

무려 3개 국어가 섞여 난무하는 투전놀이를 과연 국민오락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느 조사에서 명절날 무슨 놀이를 가장 많이 하느냐는 질문에 단연 고스톱이 으뜸이었다. 우리의 전통놀이인 윷놀이와 쌍륙, 투호, 승경도(陞卿圖)놀이를 뒷전으로 밀어버린 고스톱 문화를 그대로 수용할 것인지 깊이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투전놀이는 인간의 내재된 심리이긴 하나 그 탈출구가 고스톱이 되어서는 안 된다. 첫째는 일본문화의 잔재이고 둘째는 정답던 이웃을 멀게 하는 역 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독버섯 처럼 번져가는 고 스톱을 막으려면 우선 나부터 손을 대지 않는 솔선수범의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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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