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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어야 산다"… 주유업계 錢의 전쟁

청주 A충전소, 6만원 넣으면 '1달러'
아이스커피·슬러시 이어 신종 마케팅
돈 모으는 재미에 '수집광'까지 등장

  • 웹출고시간2013.01.31 20:01:03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고유가 시대 소비자를 유혹하기 위한 주유소들의 노력이 눈물겹다. 화장지, 워셔액 등은 이미 고전이 돼 버렸고, 최근엔 현찰을 손에 쥐어주는 신종 마케팅까지 등장했다.

청주시 흥덕구 산남동의 한 가스 충전소. 인근 충전소와의 경쟁력에서 이기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생긴 지 얼마 안 된 탓에 단골을 확보하기가 만만치 않았다. ㎥당 4~5원 비싼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아이디어가 '달러 증정'. 6만원을 충전하면 1달러를 그 자리에서 준다. 3만원 영수증 2개를 가져와도 1달러로 바꿔준다.

31일 오후 한 손님과 종업원이 때 아닌 승강이를 하고 있다. 속된 말로 '만땅'을 충전했는데, 6만원을 넘기지 못했다는 거다. 계기판에 찍힌 금액은 5만8천998원. 1천2원을 더 넣겠다고 우기는 사람은 종업원이 아니라 차주였다. 그는 어떻게든 6만원을 넘겨 '1달러'를 손에 쥐겠다는 '황당한 고집'을 부렸다.

종업원이 "지금 영수증과 다음 충전을 합산해 6만원이 되면 1달러를 주겠다"고 했지만, 차주는 "바퀴를 조금 굴릴 테니 다시 넣어보라"며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연출했다.

차주 김모(34)씨는 "달러 모으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벌써 50달러가 쌓였는데, 나중에 해외여행을 가게 되면 용돈으로 쓸 생각"이라고 겸연쩍어 했다.

처음엔 충전소 업주도 이 정도의 폭발적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저 뭔가 특이한 마케팅을 써보자는 뜻에서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고객들의 반응이 좋아 본인들도 놀랐다고 한다.

지금은 하루에 많게는 120달러가 서랍에서 나간다. 달러 당 6만원을 계산할 때 하루 720만원 어치의 LPG를 판단 얘기다. 고유가 시대 살아남는 법을 '달러'에서 터득한 셈이다.

지난해 여름에는 청주시청 인근 주유소가 아이스커피와 슬러시를 서비스로 줘 인기를 끌었다. 일정액 이상 주유 시에만 세차 서비스를 해주던 주유소들도 대부분 공짜 세차로 돌아섰다. 한 주유소 업주는 "똑같이, 비슷한 가격에 기름을 팔아선 절대 성공할 수 없다"며 "뭔가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고객의 유심(油心)을 잡아야 한다"고 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기발한 판매 전략이 쏟아지자 이를 바라보는 행정기관도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다. 청주시 관계자는 "보다보다 달러를 준다는 얘기는 처음 들었다"며 "일단 우리가 지도·감독의 근거로 쓰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이나 액화석유가스충전사업법에는 저촉되지 않는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물어봐야 할 것 같지만 이런 선례가 없어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 임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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