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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의 집권기간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한 나라의 정권을 거머쥔다는 것은 옛날 표현으로 치면 ‘천하를 잡은 것’이다. 천하를 한 손아귀에 쥐기 위해서 세상 사람들은 온갖 음모와 지혜를 동원한다. 세습에 의해서 정권을 물려받던 왕조시대에도 왕위에 오르기 까지 단 하루도 편할 날이 없을 만큼 세자의 자리는 좌불안석(坐不安席)이었다.

명령일하에 움직일 것 같은 신하들이 언제 떼를 뭉쳐 반정을 꾀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임금은 당근과 채찍을 함께 써야만 했다. 생살여탈의 권력으로서도 누르기만 하면 안 되는 정권의 묘미가 여기에 있었다. 임금은 끊임없이 공부하고 조정대신의 눈치를 살펴야 했으며 인사의 공정성을 잃으면 사간원의 가차 없는 질책상소를 받아야 하는 입장이었다.

스스로 양위하지 않는 한 붕어할 때까지 왕위가 보장된다고 하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중도에 쫓겨난 임금도 부지기수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이나 총리처럼 임기가 보장된 집권자는 옛 임금보다 편안하게 국정을 요리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탄핵이나 쿠데타에 의해서 물러나는 수가 아주 없지는 않지만 옛날보다 임기보장은 확실한 편이다.

게다가 집권자의 권한은 왕보다 더 크고 많다. 정보와 통신의 발달로 산간벽촌의 조그마한 사건도 실시간으로 알게 된다. 정보가 빠르다는 것은 권한행세의 기회를 그만큼 증대시킨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되고 있지만 예전에는 지방 원님의 권한이 임금보다 더 세다고 할 만큼 무소불위였다. 왕이 아무리 큰 권력을 휘두른다고 할망정 요즘처럼 실시간으로 명령이 전달 될 수 없었기 때문에 선참후계(先斬後啓)가 성행했다.

요즘 대통령은 마음만 먹는다면 아무리 작은 일이라 할지라도 자기의 뜻을 관철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만큼 권력의 폭이 크고 넓어진 셈이다. 대통령 직은 권한이 큰 만큼 조심스럽게 운용해 나가야 한다. 우리나라도 일제치하에서 광복을 이룬 후 새로운 나라를 세운지 금년으로 60년째가 된다. 민주공화국을 표방하고 대통령에게 전권을 위임하고 있다.

그동안 대통령을 역임한 사람이 아홉 사람이다. 그 중에서 한 때 국부로 일컬어졌던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3.15부정선거를 규탄하는 4.19혁명으로 12년 독재를 마감하고 하와이로 망명하여 그 곳에서 생을 마쳤다. 18년 유신독재를 감행한 박정희는 부하인 중앙정보부장에 의해서 시해되었으며 전두환 노태우는 퇴임 후 감옥살이를 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김영삼과 김대중은 외환위기와 자식들의 부정비리로 생불여사(生不如死)의 신세로 전락하여 국민들의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내각책임제 하의 윤보선과 국보위에 가로막힌 최규하는 대통령으로서의 권한행세를 못했기에 논외로 한다. 이제 노무현도 그들의 뒤를 이어 전직 대통령이 되었다. 다른 사람과 달리 고향땅 봉화마을로 금의환향했다.

타향에서 만나면 까마귀도 반갑다는데 일국의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 고향으로 돌아와 여생을 살겠다는데 마다할 고향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다만 봉하 마을에 거창한 집을 짓고 김해시에서는 5백억에 가까운 돈을 들여 이 마을을 관광지로 개발한다고 해서 국민들의 눈은 싸늘하게 식어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대통령 지내고 고향으로 내려간 사람은 노무현 뿐이다. 대통령 할 때부터 행보가 예사롭지 않더니 물러나서도 다른 사람과 다르다. 그는 자수성가 대통령으로서도 국민들에게 각인되었지만 대통령 직위를 낮추는데도 공을 세웠다. ‘권위’를 탈피한다는 이유로 스스로의 언행을 ‘대통령답지 않게 한다.’는 평을 들었다. 그가 없애겠다는 대통령의 권위는 사실 불필요한 ‘권위주의’를 없애겠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꼭 있어야할 ‘권위’마저 부인하는 자가당착을 저지르며 대통령 자리를 희화화한 책임은 노무현 스스로 져야만 한다. 그래서 그는 국민의 입 노리개 감이 ‘놈현스럽다’는 신조어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차마 입에 담기도 싫어하는 걸러지지 않는 용어가 대통령의 입에서 거침없이 쏟아져 나올 때 국민들은 얼굴을 들지 못하고 부끄러워해야만 했으니 노무현 5년의 치세는 결국 이명박 당선의 풍요한 토양이 된 셈이다.

떠나는 마당에서도 “나의 국정철학과 가치를 새 정부가 들어선 다음 고치거나 말거나 하라”고 정부 조직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공언할 만큼 국가 운용에 대한 철학의 빈곤함을 노정한 노무현이다. 그러나 그의 시대는 끝났다. 그는 향리에서 유유자적하며 정치행보와는 담을 쌓을 것이다.

현직에서도 아슬아슬했던 그의 행보에 국민들은 이제야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새 정부에 주는 큰 교훈을 그는 남기고 갔다. 새로운 대통령은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권력의 힘을 믿지 말고 국민의 참 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이 지혜는 국민을 존중하고 공경하는데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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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길형 충주시장 "부담 없는 시민골프장 추진"

[충북일보] 조길형 충주시장이 공익적 차원에서 시민골프장 조성 계획을 세우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비싸진 골프장 요금과 관련해 시민들이 골프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인데, 갑론을박이 뜨겁다. 자치단체장으로서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는 시민골프장 건설 계획을 어떤 계기에서 하게됐는지, 앞으로의 추진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여부에 대해 들어보았다. ◇시민골프장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충주의 창동 시유지와 수안보 옛 스키장 자리에 민간에서 골프장 사업을 해보겠다고 제안이 여럿 들어왔다. '시유지는 소유권 이전', '스키장은 행정적 문제 해소'를 조건으로 걸었는데, 여러 방향으로 고심한 결과 민간에게 넘기기보다 시에서 직접 골프장을 만들어서 시민에게 혜택을 줘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충주에 골프장 많음에도 정작 시민들은 이용할 수가 없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시민골프장 추진 계획은. "아직 많이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오랜 기간의 노력을 들여 전체 과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 볼 수 있는 시민의 공감을 확보했다. 골프장의 필요성과 대상지에 대해 시민들이 고개를 끄덕여 주셨다. 이제는 사업의 실현가능성 여부를 연구하는 용역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