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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주

청성초등학교 교사

2003년 청주교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날, 선배들이 신입생들의 입학을 축하하며 가슴에 달아주었던 '좋은 선생님' 뱃지. 그 때부터 나의 교육철학은 '좋은 선생님'이 되었다. 지금도 나의 부족함에 부딪혀 힘들어 할 때면 그 뱃지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곤 한다.

2007년 1월 12일의 일기를 펼쳐보니 초등임용고시 합격에 벅찬 감동을 안고 눈물을 흘리며 '정말 감사합니다. 꼭 좋은 선생님이 될게요.' 라고 적은 구절이 보인다. 온 가족이 부둥켜안고 축하를 나누던 그 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타인이 보기에는 '경쟁률도 높지 않은 초등임용고시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눈물까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너무나도 간절한 길이었다. 대학시절 1년에 한 번씩 있는 교생실습 기간만을 기다렸었고, 30명가량의 아이들 앞에 서서 수업하는 40분의 시간이 너무 소중하고 행복하여 임용고시에서 반드시 합격하여 교육현장에 어서 나갈 수 있기를 간절히 기다렸던 나였다.

처음으로 담임교사가 되어 만났던 진천 한천초등학교 5학년 1반 27명의 아이들. 설렘과 부담감이 동시에 찾아오는 3월, 아이들은 천진난만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이 아이들에게 1년이란 소중하고 긴 시간을 내가 더욱 알차게 채워주어야지.' 라는 생각으로 시작된 1년은 참으로 행복하면서도 참으로 어려웠던 1년이 되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 욕심이 너무 많았던 탓이다. 어느 날인가 한 아이가 "선생님은 우리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세요." 라고 무심코 던진 말이 나에게는 많은 반성과 배움을 얻게 하였다. 아이들을 내 방식대로만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들을 사랑한다는 포장으로 나의 욕심이 가득 찬 이것저것을 아이들에게 투입하고 얼마가지 못해 포기하고 또 다른 시도를 하고 이것의 반복이 아이들을 지치게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직업이 어떻게 되세요?" 라고 교사에게 물으면"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칩니다.""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칩니다."

이렇게 두 가지로 답변으로 나뉜다고 한다. 어느 답변이 옳고 그른지 답은 없지만 '좋은 선생님'이란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춘 교사라고 생각한다. 요즘 가수들 노래만으론 정상에 오를 수 없고 훌륭한 노래 실력과 멋진 춤이 모두 필요하듯이 교사에게도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만으론 전문가가 될 수 없다. 부모님도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이의 주변인들도 아이를 사랑한다. 교사에게는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지식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초임교사시절 나에겐 그저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만 넘쳐났던 것이다. '초등학교에서 무슨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해.' 라며 전문적인 지식을 등한시하고 무시하는 풍토는 위험하고 얕은 생각이다. 나날이 새로워지는 세상에 나갈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들이 바로 교사이다. 누구보다 앞서 생각하고 아이들을 이끌 줄 아는 전문성이 교사에게 필요한 것이다.

교사가 되어 가장 두려워진 2월이 어김없이 다시 다가오고 있다. 헤어짐은 언제나 슬프고 힘들다. 도종환 시인의 '스승의 기도'라는 시를 참 좋아하는데 그 중 '날려 보내기 위해 새들을 키웁니다.' 라는 구절을 되새겨본다. 1년 동안 함께 한 아이들과의 헤어짐이 슬프고 걱정되기도 하지만 앞으로 더 높은 곳으로 날아갈 아이들의 뒷모습에 고마움, 뿌듯함과 든든함으로 위로를 받는다. 훗날 아이들이 '송현주 선생님, 참 좋은 선생님이셨어.' 라는 고마운 한 마디를 건네길 바라며 항상 열심히 배우며 이 자리에서 늘 낮은 자세로 노력하고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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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 "재정 자율화 최우선 과제"

[충북일보]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은 "도체육회의 자립을 위해서는 재정자율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간 민선 초대 도체육회장을 지내며 느낀 가장 시급한 일로 '재정자율화'를 꼽았다. "지난 2019년 민선 체육회장시대가 열렸음에도 그동안에는 각 사업마다 충북지사나 충북도에 예산 배정을 사정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는 것이 윤 회장은 설명이다. 윤 회장이 '재정자율화'를 주창하는 이유는 충북지역 각 경기선수단의 경기력 하락을 우려해서다. 도체육회가 자체적으로 중장기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보니 단순 행사성 예산만 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선수단을 새로 창단한다거나 유망선수 육성을 위한 인프라 마련 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충북은 종합순위 6위를 목표로 했지만 대구에게 자리를 내주며 7위에 그쳤다. 이같은 배경에는 체육회의 예산차이와 선수풀의 부족 등이 주요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시각이다. 현재 충북도체육회에 한 해에 지원되는 예산은 110억 원으로, 올해 초 기준 전국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