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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원

영동대학교 발명특허학과 교수

'차례상 맨 앞에 올리는 과일', '다산(多産) 및 자손의 번창을 상징하는 과일.'

대추를 두고 하는 말이다. 과실 씨 가운데 대추의 씨가 제일 단단하다. 그 단단함이 자손에게 이어져 더욱 번성하라는 뜻에서 제사상의 단골손님이 되었다. 대추는 햇볕이 잘 드는 동쪽에 심기 때문에 동쪽과 밝음을 상징한다. 어쩌면 우리 민족의 속성과도 상통(相通)한다. 이제는 사시사철 일상생활에서 가장 흔한 과일이면서, 자연 보존력이 뛰어나기에 중요한 과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추 열매는 영양소의 보고(寶庫)라 할 만하다. 대표적으로 비타민 C는 사과나 복숭아의 100배, 귤이나 오렌지의 10배에 달한다. 그 외에도 사포닌, 포도당, 과당, 다당, 유기산, 칼슘, 인 등 무기원소가 가득하다.

한방에서는 음식이나 약재의 독성 등을 중화시켜 주는 효능에 주목한다. 또한 쇠약한 내장의 기능을 골고루 회복시키고 전신을 튼튼하게 해주고, 노화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어 약방의 감초처럼 사용되는 약재이다. 그 역사가 2,000년이 훨씬 넘는다.

대학의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대추잎도 혈당 강화 및 간 기능 보호 효과에 탁월하다고 한다. 대추나무는 어떤가· 그 재질이 단단하고 무거워 장식용 소품이나 도구, 노리개를 만드는데 많이 사용되었다.

그러고 보면 대추의 열매, 잎, 씨, 나무 그 하나 버릴 것 없는 소중한 자산(資産)임이 틀림없다. 돈(富)을 만드는 똑똑한 효자(孝子) 대추 탄생이 보장된 셈이다. 그 중심에 속리산 자락에 있는 '보은대추'가 있다. 풍부한 일조량, 비옥한 황토, 큰 일교차의 절묘한 어우러짐은 높은 당도, 탱탱한 육질의 보은 대추를 탄생시킨다.

이 같은 우수성 때문에 조선 시대에는 해마다 임금께 진상을 올렸으며, 근래에는 청와대 설

선물로 선정된 적도 있다. 자연이 준 최고의 선물. 보은대추의 '품격(品格)'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지금은 21세기 지식기반사회다. 지식재산권이 대세(大勢)다. 상상력과 아이디어가 돈 벌어주는 시대를 의미한다. 참신하고 차별화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최종 특허로 갈무리 될 때 돈으로 연결된다. 탁월한 대추의 상품성도 산업재산권(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상표권)으로 무장되지 않으면 무용지물(無用之物)이 된다.

이제 시대적 흐름에 걸맞게 우리 지역의 '매력 덩어리' 보은대추에 상상력과 아이디어의 입김을 신 나게 불어넣을 때이다. 대추를 과일로만 보는 짧은 시야(視野)를 뛰어넘어 숨겨진 대추의 힘을 깨닫자.

남들은 대추를 어떻게 돈으로 만들어가고 있을까· 특허 현황을 살펴보면 대충 감(感)이 온다. 흥미로운 몇 가지만 살펴보자. 먼저 대추 열매를 신속하고 쉽게 차(茶)로서 마실 수 있도록 잘게 분쇄하여 티백으로 제조하는 기술이 있다. 여기에는 6단계라는 특허기술이 적용된다. 온수에 녹는 장점이 있어서, 맛과 향이 진하고 약효가 우수하다. 기존의 분쇄기술을 대추열매에 적용한 아이디어가 참신하다.

이어 대추잎에 유산균과 효모를 혼합 발효 숙성시키는 기술이 있다. 자양강장, 신경안정, 콜레스테롤 저하 등의 효능을 갖는다. 대추잎과 발효기술의 만남으로 빚어낸 결과이다. 특히 대추나무 등을 태워 그 연기와 특유의 냄새를 활용하여 공기정화 및 심리적 치료에 적용되는 기술도 눈에 띈다. 불을 태워도 특허기술이 된다니 대추의 끝이 어딘지 모르겠다. 돈 되는 대추 특허기술 확보를 위해, 전문 싸움꾼들의 집합소로 비친다.

상표권은 어떤가. 상표는 상품을 남들과 차별화하기 위한 것이다. 독점 사용을 위해 특허청에 등록해야 한다. 상표권의 분쟁건수가 가장 많다. 이런 분쟁들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미리 권리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표권은 소비자에게 홍보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다. 어찌 보면 지역 경쟁력의 미래까지 좌우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갖고 있다.

'대추 농장 · 다 함께 茶茶茶 · 밀양 대추 · 대추 물들이는 가을 햇살 · 솔 표 우리 대추 · 조황 대추 · 웅진 진한 가을 대추 · 동서 참맛 대추 · 대추 나라 · 대추 마을 · 사상체질 소음인을 위한 대추 액 · 파르죤 흑 대추 · 경산 으뜸 대추 · 金 대추 · 얼음골 대추.'

쉽게 식별되면서 흥미로운 대추 관련 상표권들이다. 차별화 냄새가 그득하다.

요즘 이 같은 특허기술과 상표권을 적용한 술 · 잼 · 차 · 고추장 · 젤리 · 정과 · 화채 · 식초 · 죽 · 기능성 음료 · 비누 · 샴푸 등이 풍성하게 개발되고 있다. 수출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어 기대된다. 자연의 정기(精氣)를 잔뜩 머금은 붉은 대추의 결실이다.

대추의 자연 생명력을 미적(美的)으로 잘 표현 해주는 시(詩)가 있다. 장석주의 시 '대추 한 알'이다.

'대추가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저 안에 태풍 몇 개/저 안에 천둥 몇 개/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서서/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

계사(癸巳)년에도 태풍, 천둥, 번개를 잔뜩 품은 대추의 상서로운 힘이 지속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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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표 충북농협 본부장 취임 1년 인터뷰

[충북일보] 이정표 충북농협 본부장이 취임 1년을 맞아 농업농촌 활성화와 인력지원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 취임한 이 본부장은 취임 이후 1년간 쉴틈없이 도내 농촌 현장을 살피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이 본부장은 "지난해 쌀값 하락이 계속되고 불안한 국제 정세의 영향으로 비료와 사료 가격이 폭등하는 등 농업인들의 고충이 매우 컸다"며 "다행히 추경 예산 편성과 쌀 수확기 대책 마련으로 농업인들의 부담이 조금이나마 줄어들어 충북농협이 조합장님들을 중심으로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을 받은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1년간의 소회를 전했다. 충북농협은 지난 1일부터 시행된 고향사랑기부제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고자 다각적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의 도입 취지가 국가 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인 만큼 지자체와의 협의를 통해 지역 농축산물 중심의 답례품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충북지역 농·축협과 농협은행은 전 창구에 기부창구를 만들어 누구나 쉽게 기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으며, 고향사랑기부 참여자에게 우대금리 제공과 적립금액의 일부를 공익기금으로 적립하는 '고향사랑기부 적금'을 출시했다. 오는 3월 8일은 도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