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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현숙

수곡초 교사

"선생님~ 어떻게 해요. 큰일 났어요!"

세상 모르고 자다가 무심히 확인한 문자, 눈꺼풀에 붙어 있던 잠이 확 달아난다.

'이크! 부산한 연말연시, 사고는 꼭 이럴 때 난다니까.'

마음이 다급해졌다.

"왜 그래? 무슨 일이니?"

"낼모래 쌤 마흔이예요!!!!!"

'에휴~ 이 녀석…'

신이나 어쩔 줄 몰라 하는 Y의 얼굴이 눈앞에 있는 것 같다.

새해가 되면 중학교 2학년이 되는 Y는 간판일을 하시는 아버지와 단 둘이 산다. 눈발이 희끗희끗 날리던 졸업식 날, 조용히 인사를 건네던 Y 아버지의 머리가 눈이 고스란히 내려앉은 듯 하얗던 것이 생생하다. 육십을 바라보는 아버지와 때로는 다투면서, 투덜대면서.. 그러나 저녁마다 밥을 지어 일에서 돌아오는 아버지를 기다리던 녀석을 생각하면 성적이 자꾸 떨어지는 것도 잊을 만큼 애잔하게 마음이 간다.

보따리장수처럼 이 학교 저 학교로 옮겨 다니다 보면 점점 흐려져 가는 나의 흔적으로 한동안 연락이 닿았던 아이들과의 인연도 함께 흐려졌었는데 이름을 누가 지었는지 참 잘 지었다, '스마트폰'. 소식을 모르고 지내던 아이들이 카카오톡으로 어느 날 불쑥 반가운 인사를 해오고, 사진을 보내주고, 근황을 전해주지만 아이들의 소식에 사실 나는 마음이 무거울 때가 더 많다. 갖가지 사연을 안고 사는 아이들을 내가 맡은 동안은 보듬어 주고 북돋워 주며 보살펴 줄 수 있지만 이후에 결국 아이들 혼자 짊어지고 가야 할 나날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였다. 그런 아이들의 소식을 나는 어쩌면 눈을 질끈 감아버리고 싶었을 것이다.

교직이 전문직인가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이 교사의 일이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도 교단에 서면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여 교직의 전문성을 의심한다. 이것은 교사가 하는 일을 '교육'이 아닌 '교과를 가르치는 일'에 국한시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그러나 교사가 하는 일은 분명 '교육'이다. 교육은 미성숙한 인간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의도적인 행위이며 저마다가 가진 잠재력을 일깨우고 때로는 그 잠재력을 키워주는 일이다. Stronge & Tucker는 교사가 하는 일을 '교과에 대한 지식, 교과를 잘 가르칠 수 있는 교수 능력, 학생 상담 및 지도 능력, 학급 관리 능력, 교육적 안목·가치관·태도, 평생학습자로서의 자기계발 등의 총합'이라고 하였다. 교육은 지극히 복잡한 인간의 성장과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인간의 발달 과정이나 심리 정서적 특성 등 인간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수반하여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일로 의사처럼 한 인간의 생사를 결정짓지는 않지만, 한 인간의 삶의 질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일이다.

한 인간을 바르게 기르는 교육은 분명 쉽지 않다. 정범모는 '교육은 철학이고 과학이며 동시에 예술'이라고 하였다. 예술은 시작은 있으되 죽는 날까지 끊임없이 발전에 발전을 더하여 마지막 순간에 가장 찬란한 결실을 맺는 끝이 없는 여정이다. 교육도 마찬가지일 터, 교육에 왕도는 없으며 매일매일의 교육활동을 되돌아보고 더 나은 방법을 모색하는 반성적 사고와 성찰로 진일보하여야 하는 것이다.

교사의 권위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친 지 오래지만, 교사로서 전문성을 개발하는 것은 스스로의 지위와 권위를 찾는 일임과 동시에 적극적으로 윤리적인 책임을 지는 일이다. 이렇듯 교사로서 내가 해야 할 일들을 곰곰히 생각하다 보면 한가할 새가 없다. 또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지만 혹한의 새벽어둠을 뚫고 오늘도 강의실로 달려가야 할 이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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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