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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3.01.06 15:34:09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박영수

수필가. 딩하돌하문예원 이사장

충청북도와 강원도는 나무 중의 나무 소나무로 맺은 사돈지간이다.

10여 년 전 한국을 대표하는 보은 정이품송의 혈통보전을 위해 신붓감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형질이 우수하고 아름다운 소나무를 찾을 때, 동해 바닷가 삼척의 미인송이 간택되어 전통혼례를 올린 바 있다.

송수천년(松壽千年) 이라던가. 6백 살 신랑과 1백 살 신부는 50여 그루의 2세를 탄생시켰다. 그 장자목(長子木)이 서울 남산에서도, 정이품송 옆에서도 무럭무럭 잘 자라, 사람의 키를 훌쩍 넘겼다.

나는 이 신부나무를 참으로 우연한 기회에 만나는 행운을 누렸다. 강원도 지역 유적답사 여행 중 조선 개국신화를 간직한 준경묘(태조 이성계의 5대조)를 찾아가는 길에서였다.

꽤나 높은 깔딱 고개를 넘느라 가쁜 숨을 몰아쉬던 나의 입에서 탄성이 절로 나오게 한 금강송 군락의 장관, 그 한 복판에 정이품송 혼례소나무가 있었다. 하늘을 찌를 듯 쭉쭉 뻗어 올라간 의연한 자태, 조선 소나무의 진수를 보는 듯했다. 나는 원시림의 미인송들이 내 뿜는 청정한 솔향에 취해, 몸과 마음의 찌든 때를 말끔히 씻어 내고 돌아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저지난 가을 그 숲에서 보았던 소나무 몇 그루가 내가 살고 있는 도회의 거리에 내려와 서 있지 않은가. 바로 청주 성안길 북쪽 중앙로 차 없는 거리에 심어 진 열다섯 그루의 소나무를 보는 순간 그리던 정인을 만난 것처럼 가슴이 일렁였다.

곧게 뻗은 크기와 생김새, 색깔까지 똑같아만 보였으나 알고 보니 삼척에서 그리 멀지 않은 홍천의 금강송이었다. 어떻게 이토록 귀한 나무를 구할 수 있었을까. 그 사연이 눈물겹다. 날로 상권이 침체되어 가고 있는 구(舊)도심 주민들이 똘똘 뭉쳐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 프로젝트로 어렵사리 국고 지원을 따 냈고, 심을 나무를 고르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 다닌 끝에 운 좋게 목재로 팔려나가기 직전 잡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키가 너무 큰 소나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쓰러진다, 예산 낭비다, 살리기 어렵다' 등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과욕이었을까. 나무도 사람의 축복을 먹고 사는 걸까. 말도 많던 이 70세 금강송들은 심은 지 1년 만에 7그루가 죽어 버리고 말았다. 옮겨 오는데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뿌리 돌림을 하여 잔뿌리가 나게 한 뒤 옮겨 심어야 했다는 것이다. 반절만 살았으니 절반의 성공일까. 죽은 소나무가 베어질 때, 나는 진혼곡이라도 불러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이제 남은 8그루를 어떻게 잘 지켜 내느냐가 관건이다.

지난 가을, 빈자리에 키는 작으나 잘 길러져 황톳빛 물이 오른 대목들이 보충 식재되면서 낙락장송과 균형미를 살렸다. 또 실개천을 끼고 배를 형상화한 분수대 조형물도 설치했다. 주민 자치위원회에서는 청주의 명동이라 불리는 성안길에서 청소년광장으로 이어지는 이 보행자 천국에 '소나무길'이란 이름을 붙이고 축제까지 벌였다. 주말이면 각종 전시회와 공연이 줄을 이으면서 젊은이들의 발길이 날로 넘쳐나고 있다.

저탄소 녹색도시를 내세운 청주시에서는 지난 한 해에만 5백 그루의 소나무를 비롯, 수십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도시 공간 마다 손바닥 공원도 만들었다. 이 때문일까. 요즈음 강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추운 날씨에도 거리풍경이 덜 삭막하다. 소나무는 아무리 추워도 푸른 빛을 잃지 않는다.

새해에도 나무 심기는 계속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내가 살고 있는 도심 한 복판에 위풍당당한 금강송이 있음이 자랑스럽다. 푸른 세상 만드는 소나무들에게 축복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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