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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충북은 아름다웠다"

세상에 빛과 소금 선물한 천사들
평생 모은 전 재산 기부 고 임순득 여사
도내 첫 400회 헌혈 송득준씨 등 감동

  • 웹출고시간2012.12.30 20:06:11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임진(壬辰)년 흑룡(黑龍)의 기운이 스멀스멀 사라져간다. 도민 모두가 희망을 품고 한 해를 시작했지만 묵은 해가 지는 지금, 생각만큼의 웃음소리가 들리진 않는다. 그만큼 기쁠 때보단 슬플 때가 더 많았단 얘기다.

하지만 차분히 한 해를 되돌아보자. 그래도 우리에겐 희망과 빛이 샘솟았다. 단지 관심을 갖지 않았을 뿐이다. 나보다 남을, 절망보다 희망을 떠올리게 한 도민은 생각보다 많았다. 그들은 그저 자신만의 방법으로 잔잔히 우리 곁을 지켰다.

충북일보 '사람들-People'면에는 그들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그들은 통해 우리는 말한다. "세상은 살만하다"고.

청원군 남이면의 김학수(41)·김금려(36)씨 가족이 임진년 첫날 태어난 10번째 아이와 함께 활짝 웃고 있다.

◇10번째 아기와 한 해를 시작한 다둥이네-1월3일자

2012년 1월1일 오전 3시. 청주의 한 산부인과에서 4.3㎏의 건강한 여자아이가 태어났다. 청원군 남이면에 사는 김학수(41)씨와 김금려(36)씨의 막둥이였다. 이로써 부부의 자녀는 올해 중학교 3학년에 진학한 큰 딸과 건일, 태민, 태경, 수성, 에스더, 요셉, 소망, 에녹을 더해 10명이 됐다. 아들 6명에 딸 4명의 대가족이 탄생한 거다.

다둥이 아빠는 "임진년 새해 첫날 10번째 복덩이가 탄생해 기쁘다"며 "편안한 환경 속에서 가족들이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주거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새해 소망을 전했다.

공군 17전투비행단 박효수(22) 일병.

◇'맨손 격투' 강력범 잡은 늠름한 군인들-2월1일자

2월의 첫 페이지는 늠름한 군인 아저씨들의 이야기로 시작됐다. 공군 17전투비행단 소속 박효수(22) 일병과 특전사 흑표부대 소속 박동진(23) 하사가 그 주인공.

이들은 각각 소매치기범과 편의점 강도를 현장에서 추격한 끝에 맨손으로 제압했다. 복싱과 특공무술로 단련된 이들에게 강력범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져나갔다.

박 하사는 충북지방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용감한 시민' 포상금 30만원을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하기도 했다. 그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군인으로서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스스로를 낮췄다.

송득준(60)씨가 아들 근영(33)씨와 함께 도내 최초로 400번째 헌혈을 하고 있다.

◇도내 첫 400회 헌혈자 탄생-2월9일자

청주시 흥덕구 사직2동에 사는 송득준(60)씨는 환갑인 2월8일 특별한 사랑을 실천했다. 아들 근영(33)씨와 함께 청주대 앞 헌혈의 집을 찾아 도내 최초로 400번째 헌혈을 한 거다.

'헌혈량이 부족해 혈액을 수입하고 있다'는 소식을 우연히 접한 송씨는 지난 1982년부터 생명 나눔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뽑은 혈액만 20만㎖. 그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헌혈을 할 수 있는 만 69세까지 팔을 걷을 것"이라며 "요즘 전국적으로 헌혈이 줄고 있다는데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생명 나눔에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극한 효심으로 보건복지부장관상을 받은 오세웅씨.

◇죽을 고비에서 부모님 살려낸 '孝誠'-5월8일자

효자(孝子) 오세웅(49·청주시 흥덕구 수곡1동)씨는 몇 번이나 죽을 고비에 놓인 부모를 기적적으로 살려냈다. 지난 1997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어머지는 2005년 세 번째 재발과 급성폐렴 위기에 빠졌지만, 3남2년 중 둘째인 오씨의 극진한 간병 덕에 생명을 건졌다.

그런데 이번엔 아버지가 몸져누웠다. 치료약도 없는 '핵상운동 저하병' 판정을 받으며 식물인간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아들은 또 한 번의 기적을 일궈냈다. 죽음만을 기다리던 아버지를 아들의 부축을 받아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호전시킨 것이다.

오씨는 "자식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인데 세상에 회자돼 부끄럽다"며 "두 분 모두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란 희망을 꿈꾼다"고 겸손해했다.

정부는 이런 오씨의 효심에 감동받아 5월8일 40회 어버이날에 보건복지부장관상을 표창했다.

10년 후 자신들과의 약속을 주제로 편지를 쓴 미평여자학교 원생들.

◇청주소년원, 새로운 희망을 꿈꾸다-5월15일자

"10년 전에 경험한 소년원 생활은 좌절의 시기가 아니라 오히려 내 꿈인 간호사가 되기 위한 준비와 시련의 시간이었을 거야."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청주소년원(미평여자학교)에서 6개월을 복역한 A(17)양이 10년 후 자신에게 쓴 편지다. A양은 이 글로 1회 미평여자학교 글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자신과의 약속'이란 주제로 열린 이번 대회는 원생들의 문학적 감성을 키우는 것은 물론, 자신과의 약속을 통해 건전한 사회인으로 복귀하라는 뜻에서 마련됐다.

A양은 "공모전을 계기로 나 자신과의 약속을 다지게 됐다"며 "과거의 실수를 거울삼아 꼭 훌륭한 사회인이 되겠다"고 기뻐했다.

76년이나 부부의 연을 맺고 있는 이두봉(90)·권영선(90)옹.

◇76년 해로 비결은 '사랑'-6월27일자

황혼 이혼 등 가족 해체의 위기 속에서 무려 76년이나 부부의 연을 맺고 있는 노부부가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청원군 오창읍 복현리에 사는 이두봉(90)·권영선(90)옹 부부는 매일 같이 마을 환경정화를 하면서 바쁜 나날을 보낸다. 남편인 이옹은 90세의 고령임에도 노인일자리사업 반장을 맡아 항상 솔선수범하고 있다.

일제강점기인 1937년 혼인한 노부부는 슬하에 4남3녀의 자녀를 뒀다. 이옹은 아직까지 부인을 "영선씨"라 불러 주변에서 '닭살 커플'이란 놀림 아닌 놀림까지 받는다고 한다.

노부부는 "항상 긍정적인 마음으로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며 "한 번만 더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한다면 사람을 미워하는 마음은 없어질 것"이라고 젊은 세대에 조언했다.

조부와 부친에 이어 3대 째 충주 앙성면장으로 임명된 홍을표(57)씨.

◇3代에 걸친 고향면장 '행정 명문가'-7월3일자

7월2일 29대 충주시 앙성면장으로 임명된 홍을표(57)씨는 조부와 부친에 이어 3대째 같은 지역에서 면장으로 일하게 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앙성면 본평리 당평마을에서 태어난 홍 면장의 조부는 초대 앙성면장(1946년2월1일~1949년 9월30일)을 지낸 고 홍종한(1979년 81세로 작고)씨다. 아버지는 8대 앙성면장(1961년 6월24일~1961년 10월12일)을 지낸 고 홍순영(2000년 82세로 작고)씨.

한 집안에서 3대째 면장이 배출되면서 홍 면장 집안은 이 마을에서 어엿한 '행정 명문가'로 존경받고 있다. 홍 면장은 "3대에 걸쳐 앙성면장직을 수행하게 돼 가문의 영광"이라며 "고향 발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직원들에게 매주 편지 쓰는 이상용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장.

◇직원들에게 매주 편지 쓰는 국책기관장-8월27일자

청원군 오송생명과학단지에 입주해 있는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에 새 바람이 불었다. 이상용(57) 원장이 매주 금요일마다 직원들에게 이메일 편지를 보내면서다.

내용도 다양했다. 개발원 안팎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부터 이 원장의 전원생활, 지역행사에 참가한 후기 등 딱딱하지 않은 내용들로 채워졌다.

이 원장은 "직원들과 격의 없는 소통을 나누고 싶어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다"며 "비밀스러운 리더십보단 함께하는 리더십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메일 편지를 받은 한 직원은 "처음엔 당황했지만 직원들과 모든 것을 터놓고 얘기하고 싶어 하는 원장님의 진심을 차츰 알게 됐다"며 "이제는 금요일마다 어떤 편지가 도착할까 기다려진다"고 했다.

한국전쟁에서 국군의 첫승전을 이끈 동락전투의 민간인 영웅 고 김재옥 교사에게 62년만에 훈장이 추서됐다. 가운데가 고인의 아들 이훈(62)씨다.

◇'동락전투 영웅' 김재옥 교사 훈장 추서-9월27일자

6·25전쟁에서 국군의 첫 승전을 이끈 동락전투의 민간인 영웅 고 김재옥(1934~1963) 교사에게 훈장이 추서됐다. 사건 발생 후 62년 만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9월26일 제64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고 김재옥 교사를 대신, 아들 이훈(61)씨에게 보국훈장 삼일장을 수여했다. 이씨는 "뒤늦게나마 어머니의 호국정신이 인정돼 기쁘다. 살아계셨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한국전쟁이 발발하기 직전 충주 동락초 교사로 부임한 고 김 교사는 각종 무기와 탱크를 앞세운 북한군 15사단 48연대를 운동장에서 맞았다. 당시 "국군은 다 도망가고 없다"며 북한군을 안심시킨 뒤 학교에서 4㎞ 떨어진 국군의 매복지에 몰래 찾아가 적의 동태를 상세히 설명했다. 국군은 이튿날 기습공격을 가해 사살 2천186명, 생포 132명이란 큰 전과를 올렸다. 이 때 뺏은 소련제 군사장비는 UN에 전달돼 UN군 참전 계기가 됐다.

친형에게 신장을 떼어준 구종근(40)씨.

◇'물보다 진한 피'… 형에게 신장 기증-10월25일자

병마와 힘겹게 싸우는 형에게 자신의 장기를 제공, 새 삶을 이어준 동생의 형제애가 눈시울을 적셨다.

진천군 진천읍에서 휴대폰 대리점을 운영하는 구종근(40)씨는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형 종환(45)씨에게 자신의 신장을 내줬다. 신장 이식만이 유일한 치료 수단이라는 의사의 말을 듣자마자 그 자리에서 장기 이식을 결정했다.

구씨는 성공적인 이식을 위해 금연과 금주를 하는 등 형의 쾌유만을 빌었다. 그의 간절한 바람 덕분인지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아버지 구용부(73)씨는 "평소 형제애가 남달랐고, 부모에 대한 효심도 깊었다"며 "둘째의 아름다운 결정이 고마울 뿐"이라고 눈물을 흘렸다.

충북대 '기부천사'로 불리는 고 임순득 여사의 생전 모습.

◇충북대 기부천사 임순득 여사 별세-12월8일자

행상을 하면서 억척스럽게 모은 전 재산을 충북대에 기탁한 임순득 여사가 12월7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90세.

한국전쟁 때 남편과 사별한 고 임 여사는 콩나물과 두부, 묵 등을 길거리에서 팔며 자식들을 키웠다. 지난 1991년 배움의 한이 남아있던 고인은 평생 모은 12억원 상당의 건물을 충북대에 장학금으로 기탁했다. 충북대는 '임순득 장학기금'을 설립, 지금까지 학생 151명에게 3억원을 지급했다.

고인의 별세를 접한 충북대는 대학본부에서 충북대학교장으로 영결식을 치른 뒤 대학 체육관 뒤 교육독지가 묘역에 '콩나물 할머니'를 고이 모셨다.

이를 감사히 여긴 유족들은 충북대에 발전기금 500만원을 또 다시 기탁, 고인의 숭고한 뜻을 이었다.

/ 임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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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 "재정 자율화 최우선 과제"

[충북일보]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은 "도체육회의 자립을 위해서는 재정자율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간 민선 초대 도체육회장을 지내며 느낀 가장 시급한 일로 '재정자율화'를 꼽았다. "지난 2019년 민선 체육회장시대가 열렸음에도 그동안에는 각 사업마다 충북지사나 충북도에 예산 배정을 사정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는 것이 윤 회장은 설명이다. 윤 회장이 '재정자율화'를 주창하는 이유는 충북지역 각 경기선수단의 경기력 하락을 우려해서다. 도체육회가 자체적으로 중장기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보니 단순 행사성 예산만 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선수단을 새로 창단한다거나 유망선수 육성을 위한 인프라 마련 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충북은 종합순위 6위를 목표로 했지만 대구에게 자리를 내주며 7위에 그쳤다. 이같은 배경에는 체육회의 예산차이와 선수풀의 부족 등이 주요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시각이다. 현재 충북도체육회에 한 해에 지원되는 예산은 110억 원으로, 올해 초 기준 전국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