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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물 소리

황석영 (지은이) | 자음과모음, 496쪽, 1만5천원

소설가 황석영이 19세기 격동의 시대를 담아낸 장편소설 '여울물 소리'를 펴냈다.

이번 장편소설은 주제의식과 소재 등 대하소설을 써도 충분할 만큼 방대하지만 작가는 단 한 권으로 집필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압축의 미를 선보인다.

동학, 전기수, 강담사, 작자 미상의 수많은 방각본 소설, 타령 등 다양한 소재들은 소설 곳곳에서 감초 같은 역할을 하며 읽는 재미를 선사한다.

소설의 이야기는 화자 '박연옥'의 회상으로 시작된다.

시골 양반과 기생 첩 사이의 서녀로 태어난 연옥은 이신통에 대한 연정을 한평생 마음속에 품고 원망하기보다는 그리워하며 인내하는 우리네 전통적인 여인상을 가지고 있지만, 사라진 그를 찾기 위해 직접 그의 행적을 따라 길을 나설 정도로 당찬 면모를 보여준다.

소설은 연옥의 입을 통해 모자이크 벽화처럼 이신통의 행적이 드러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이신통은 물론 주변인들의 태생, 성격과 이들이 겪은 일을 손바닥 보듯 훤하게 꿰뚫고 있는 연옥은 사실 3인칭 전지적 작가시점에 근접한 1인칭 관찰자이다.

연옥이 찾아다니는 이신통은 서얼의 서자로 태어나 몰락한 지식인으로서 주변부를 떠돌며 전기수, 강담사, 재담꾼, 광대물주, 연희 대본가, 그리고 나중에는 천지도에 입도하여 혁명에 참가하고 스승의 사상과 행적을 기록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인물이다.

글을 읽는 솜씨가 신통방통하다 하여, 본명 '이신'이라는 이름보다 '이신통'으로 더 잘 알려지게 된 이 인물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영웅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그러나 그의 행적을 통해, 19세기 말 격변의 시대에 엄격한 신분 제도로서 유지되던 유교적 사상을 뒤엎고 '사람이 하늘이다'라는 놀랄 만한 선언을 했던 동학(소설 안에서는 '천지도'라고 지칭한다)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을 스케치하면서 고통과 상처투성이의 근대를 거대한 서사 안에 녹인다.

비록 우리네 역사 안에서, 그리고 소설 안에서 동학 운동(천지도 운동)은 관군과 일본군 토벌대에 의해 50만 명이 희생되면서 좌절됐지만, 우리의 근대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절대 빠질 수 없는, 우리가 가지고 있던 근대화의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천지가 놀랄 만한 일대 사건이었다.

당시의 '이야기꾼'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하는 것이 이 소설의 출발점이다.

그들은 조선 후기 신분제도가 해체되던 시기에 매우 '수상한 중인층'이다. 그 시기의 사회가 신분층의 변동에 의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라면 그들은 더 이상 신분 상승이 불가능했던 독서 계층이었다.

이 독서 계층 중 일부는 동학, 증산도 등의 혁명사상가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일부는 전기수, 강담사로 활약하며 그 시기의 수많은 작가 미상 방각본 소설의 생산자가 되기도 했을 것이다.

이 소설은 외세와 신문물이 들이치며 봉건적 신분 질서가 무너져가던 격변의 19세기를 배경으로 이야기꾼 '이신통'의 일생을 뒤쫓는 내용으로 동학과 이야기꾼이라는 존재를 큰 축으로 하고 있다.

19세기는 세도정치와 삼정문란으로 봉건왕조가 무너져가던 때로, 민중의 근대화에 대한 열망이 제국주의 외세의 개입으로 좌절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동학은 민중의 자생적 근대화 의지가 담긴 사상이었고, '이야기꾼'은 이 작품의 주제의식을 가장 잘 나타내는 존재로, 이신통을 통해 작가의 담론을 펼쳐낸다.

/ 김수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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