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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걸순

충북대 교수

지난 주말 개최된 한국근현대사학회 월례발표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호칭을 둘러싸고 학자들 사이에 논쟁이 있었다. 어떤 용어가 역사적 사실을 정확히 함의(含意)하고 있는가에 대한 논쟁이었다. 이 논쟁은 다소 진부하긴 하나, 최근 '위안부' 대신 '성노예'란 용어를 사용하면서 촉발된 것이다.

'정신대'와 '위안부'의 차이

'위안부'란 일제가 만든 용어이다. 일본군 막사에 설치되었던 '위안소'가 그 파생어이다. 그런데 해방 후 미군을 상대한 한국 여성들에게도 이 용어가 사용되었다. 따라서 '위안부'는 일제의 가장 반인륜적 범죄를 은폐하고 역사적 진실을 호도하는 용어로 사용되었다. '위안부'는 영어로 comfort woman으로 직역되었다. 이는 역사적 사실에 합치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피해 당사자 여성을 두 번 죽이는 치욕스럽기 그지없는 용어이다.

한때는 '위안부'를 1944년 일제가 여자 청소년의 노동력을 동원하기 위해 징발한 '여자근로정신대'와 혼동하여 사용하기도 하였다. 아직도 일부 '위안부' 관련 단체에서는 '정신대'를 단체명으로 사용하고 있다. 물론 잘못된 용어의 사용이다. '정신대'란 남녀 모두에게 사용되었으며, '(일왕을 위해) 몸을 던지는 부대'란 의미를 지닌 용어이다. 따라서 일본군의 성적 노리개로 동원한 천인공노할 '위안부'와는 엄밀히 구별해서 사용해야 할 것이다.

노예보다 못한 그녀들의 삶

1990년대 이후 '위안부'의 역사적 반동성이 지적되며 그 대용어로 모색된 용어가 일본군 성노예이다. 최근 중국은 자국 교과서에서 성노예란 표현을 쓰기로 결정하였다. UN에서 이 문제가 논의될 때에는 '일본군 성노예(Japanese Military Sexual Slavery)'로 번역되었다. 사실 그녀들은 노예 이하의 삶을 살았다. 따라서 성노예라는 용어는 일정하게 타당성을 지닌다. 그러나 이 용어를 사용하면 그녀들의 삶과, 일제강점기 한민족의 역사가 너무 처참해진다. 생존해 계시는 피해자 할머니들도 이 용어에는 거부반응을 보인다. 그래서 이 용어가 아무리 실상에 적확한 것이라 하더라도 선뜻 쓰기에 주저하게 된다.

학술회의에서는 여태껏 이 불행한 역사 용어 하나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데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있었다. 또한 '일본군 성폭력 피해자'라고 부르자는 대안도 제시되었다. 그러나 이 용어는 '성폭력'이 지니는 광의성에 대한 논의만 유발한 채 합의에 이르지는 못하였다.

일본의 우경화와 우익의 망언

지난 8월 21일, 차기 일본 총리가 유력한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은 "위안부가 일본군에 폭행과 협박을 당해 끌려갔다는 증거는 없다. … 있다면 한국에서 내놨으면 좋겠다."라고 하였다. 이는 1993년 '위안부' 동원의 국가적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의 담화를 전면 부정하는 망언일 뿐이다.

이 망언에 대해 차기 자민당 총리로 유력한 아베 신조가 "용감한 발언이었다."라고 옹호하고 나섰다. 아베는 이전부터 '위안부' 강제 동원을 부정하며, "한국에는 기생집이 많이 있어 위안부 활동도 일상적"이란 망언을 했던 자이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자민당이 집권하면 과거 식민지 지배를 반성하고 사과한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 담화와,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수정하겠다고 공언하였다. 게다가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 도지사의 과거사 망언도 속출하고 있다.

일본의 권력 실세이자 우익 삼인방의 반동적이고 천박한 역사인식이 향후 동아시아의 관계를 어둡게 할 것은 명약관화하다. 차제에 '위안부'는 호칭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적 진실의 문제임을 직시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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