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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11.14 19:19:32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이혜진

옥천교육지원청 교육과장

얼마 전 집을 비운 사이에 친구가 우리 집을 다녀갔다. 무공해 채소라며 애호박 몇 덩이와 고추, 오이, 호박잎 등을 올망졸망 봉지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두고 갔다. 한 쪽엔 예쁜 선물 상자도 놓여있었다.

고맙다는 전화를 넣었다. 포장된 선물상자는 우리 친정어머니 생각이 나서 준비했다며 전해드리란다. 아마도 친정어머니 건강이 별로 좋지 않다는 소식을 접하고 챙겨 온 선물인 것 같았다. 속 깊은 친구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 마음이 하도 따뜻하게 전해져 무어라 표현 할 수 없는 감동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각박한 세상 살아가면서 이렇듯 마음 따뜻한 친구가 곁에 있다는 것이 참 든든하고 행복하다. 친구와 나는 서로의 직장에 매여 있어서 그렇게 자주 만나지 못해도 늘 자주 만나는 느낌으로 산다. 소식 없으면 잘 지내고 있으려니 하면서 마음의 안부만 보내고 각자 일에 열중한다. 어쩌다 전화해도 방금 만나고 헤어진 것처럼 스스럼없이 대화가 오가는 친구다.

상자속의 선물이 참 많이 궁금한데도 어찌나 예쁘고 꼼꼼하게 포장되어 있는지 뜯어보다가는 포장지가 망가질 것 같아 애써 참았다가 휴일에 친정어머니께 가져갔다. 친정어머니는 딸의 친구에게서 선물을 받았다는 것이 미안하고 행복하신지 연신 고맙다고 되뇌신다. 정성이 담긴 선물은 언제나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누군가 자신을 위해 선물을 고르고 기억해 준다는 것은 엄청난 축복이고 사랑이기 때문이다.

꼭 선물을 주고받아야 친한 친구이고 가까운 사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이 오고가며 상대가 어떤 아픔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사이라야 친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와 그녀는 서로에게 한 번도 힘들다고 푸념하거나 어려움을 얘기하지 않는다. 얘기하지 않아도 그녀는 나의 고통을 눈치 채고, 나 또한 그녀의 아픔을 알아챈다.

친구(親舊)의 '친(親)'자는 나무 위에 서서 지켜봐 주는 것이라고 한다. 진정한 친구는 지켜보다가 어렵고 힘들 때 말없이 다가와 다독여 주는 사이이며, 모두가 떠날 때 다가 오는 사람인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고마울 때는 친구가 나의 마음을 알아 줄 때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가장 바라고 싶은 것은 친구의 맘속에 내가 영원히 간직되는 것이라고 한다.

정말로 좋은 친구는 짓궂은 장난을 하며 놀기도 하지만 또 전혀 놀지 않고 오랫동안 함께 있어도 지루함을 느끼지 않는 사이라야 할 것이다. 자주 만나지 않아도 자주 만나는 느낌이 들고 무언가 많이 묻고 답하지 않아도 서로의 사정을 알 수 있는 친구 말이다. 사람이 이 세상 떠날 때까지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 셋만 있어도 성공한 삶이라 하지 않던가.

나는 그 동안 친구가 나에게 베풀어준 따뜻하고 소중한 마음에 대한 보답을 다하지 못해서 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산다. 이런저런 핑계로 기회를 잃거나 놓쳐서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염치없이 받기만 하는 처지가 되었다. 누군가에게 관심을 갖고 애정을 쏟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받으면 행복해 하면서도 실천하기 어려운 것이 마음이 담긴 선물을 전하는 것이다.

살아가다가 힘겹다고 느껴질 때 나는 친구를 생각한다. 위로 받고 싶을 때도 친구를 생각하며 전화기를 든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지만 눈에서 멀어진다고 해서 마음까지 멀어지는 것은 진실한 우정이 아닐 것이다. 진실한 우정이라면 눈에서 멀어질수록 마음은 그만큼 더 가까워져야 하지 않을까.

혹여 친구에게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내 이름이 제일 먼저 떠올랐으면 좋겠고, 마음의 위로가 되는 존재로 기억된다면 더 좋겠다. 애호박 몇 덩이와 까칠까칠한 호박잎 한 묶음으로도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그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친구의 마음이 함께 들어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날씨가 많이 차가워졌다. 무탈하게 추위 잘 이기고 열심히 살다가 어느 날 행복한 미소 머금고 만날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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