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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영호

시인

가을이 되면서 부쩍 바빠졌다.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출판업은 날이 추어지면 바빠진다. 각종 동호인 모임이나 행정 사회단체 어느 곳이든 내년도 사업계획과 예산을 세우고 연말이 돌아오면서 결산마감으로 일감이 늘어난다. 일감이 많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너나없이 경기가 어려운 요즈음이다.

개인적으로 바빠졌지마는 각종 문학행사와 예술행사가 더블로 겹친다. 사진, 미술, 시화 공예전시회 등 전시사업으로부터 가을음악회, 청소년음악회, 오지마을 순회공연, 찾아가는 예술공연, 우리가락 좋을씨구, 창작가곡제 등 매주 1~2회 이상 예술행사를 치르자니 혼이 빠질 지경이다. 거기다 등단한 사람 등단식과 각 동인회와 개인 창작집의 출간기념식이 연이어 열린다.

바뿐 중 짬을 내 이발소엘 들렀다. 출판사 앞에 있는 이발소는 내가 30년이 넘도록 이용하는 단골 이발소다. 그 이발소는 요즘 현대식으로 으리번쩍하게 꾸미지도 않았거니와 최신헤어스타일 어쩌구 하는 수식어와는 거리가 멀다. 오래된 시설에 손때가 묻은 기기(器機)들이다. 나보다 일곱 살 정도 위인 주인과 나의 30년 정(情)과 같이 낡은 것들은 나를 푸근하게 해 준다. 그러니까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도 오늘 같을 거라는 변하지 않는 것들이 주는 안정감이 서려있다. 그런 낯익고 평안한 것들이 나를 안온하게 하여 의자에 앉자마자 스르르 잠이 들곤 한다. 언제 머리를 깎았는지도 모르게 이발을 끝내는 것이다.

대형 거울을 통하여 부처님의 실눈으로 이발사의 손놀림을 본다. 고개를 갸웃거리고 가까이 또는 좀 떨어져서 전체적인 윤곽과 어울림을 눈 저울질 하고는 이내 능수능란하게 가위질을 시작한다. 손놀림이 여간 빠르지 않다. 초벌 깎기를 하고 다시 떨어져 이쪽저쪽 자리를 바꿔가며 균형을 본다. 그 다음 발 고운 빗과 가위를 바꿔 다듬질을 한다. 그러는 동안 나는 또 잠이 드는 것이다.

깜빡 잠든 사이 이발이 끝났다. 여느 때 보다 달포가 넘었으니 더부룩하기가 이를 데 없는 머리를 짧게 쳐 내고나니 날아갈듯 싶은데 세상에……. 이럴 수가· 거울을 보니 딴사람이다. 머리한번 잘랐는데 이렇게 달라보이다니. 내가 기뻐하는 모습을 본 이발사가 으쓱하며 자기 솜씨를 자랑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부용예술가라 자칭한다. 그렇다. 이용이나 미용도 예술이다. 부용예술인 것이다.

고객의 의견에 미용사의 예술적 감각을 적합해서 유행의 흐름에 맞게 얼굴형과 모질량을 고려한다. 고객의 의견을 존중하고 고객에 맞는 컬러나 웨이브의 굵기를 선택하여 예술을 발휘하며 시술하는,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의견이 반영된 조각이나 그림과 같이 자유예술로서 독창성을 작품으로 작품화할 수 있는 예술과는 다르다.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창조하는 일에 목적을 두고 작품을 제작하는 모든 인간 활동과 그 산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부용예술이라 부르는 것이리라.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창조하는 일에 목적을 두고 활동하는 분들을 일러 부용예술가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발을 하기전과 후. 불과 30분 전과 지금의 내 모습이 전혀 다른 사람 같다. 깔끔하고 단정하고 개운한 느낌은 상쾌하다. 어떤 예술품을 감상하고 나서 이토록 기분 좋은 느낌을 받았던 적이 있던가. 예술계에 몸을 담고 있지만 이런 감동을 받는 명징한 작품을 얼마나 창작했었고, 또 앞으로 써 낼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본다.

지금 이 순간, 이 기분처럼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감명 받는 아름다운 작품을 쓰고 싶다.

오늘따라 이발소 형님이 멋져 보인다. 그는 부용예술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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