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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숙

복대중 교사·교육학 박사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시간을 '크로노스(Kronos)'와 '카이로스(Kairos)'로 구분지어 생각하였다. 크로노스란 지구의 공전과 자전을 통해 결정되는 시간을 말한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세슘 원자의 92억 번 진동을 1초로 하는 객관적 측정이 가능한 물리적 시간이다. 이에 반해 카이로스는 기쁨, 슬픔 등 특별한 감정을 느끼는 주관적인 시간, 즉 순간의 선택으로 인생을 좌우하는 기회와 결단의 시간을 의미한다. 따라서 그것이 더없이 행복한 순간이든 더없이 고통스러운 순간이든 일상적으로 흐르는 시간에서 벗어나 특별한 의미를 가지게 되면 그것은 곧 카이로스가 된다.

시간을 카이로스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시간의 노예가 아니라 시간의 주인이 되어 새로운 삶을 창출해 낸다. 단 한 번뿐인 인생을 살면서 자신의 삶이 아무 의미 없는 크로노스로 결론나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때문에 사람들은 누구나 크로노스 속에 존재하면서 카이로스를 열망하는 이중성에 시달린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는 것이 자신의 삶을 카이로스로 가득 채우는 삶일까·

필자는 그 해답을 최근 한 모임에서 찾았다. 평소 나눔의 선행으로 존경받는 선배님이 한 분 계신다. 이 분은 고3 담임을 오래 맡으시면서 특히 부적응 학생들에게 봉사의 소중한 의미를 깨닫게 하신 분이다. 이 분은 과거 교사시절 소위 우리가 '문제아'라고 일컫는 학생들을 데리고 주말이면 사회복지시설로 봉사활동을 다니셨다고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후 학생들의 삶의 목표가 바뀌고, 삶의 방향과 진로가 바뀌게 되는 것을 여러 번 목격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을 변화시키는데 소외된 이웃에 대한 봉사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늘 입버릇처럼 말씀하신다.

나는 이 선배님을 오래 전부터 존경해 왔지만, 선뜻 나서서 돕지는 못하였다. 말은 쉬워도 실상 몸으로 뛴다는 것이 결코 녹록한 일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교단에 서서 늘 제자들에게 봉사와 나눔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도 필자 스스로는 행하지 못하는 부끄러움이 있었고, 이것은 언제나 마음의 짐으로 남았다.

그런데 얼마 전, 이 분과의 모임에서 "강 선생, 꼭 빨래를 해주고 목욕을 시켜주고 그런 힘든 일만이 봉사가 아니야. 동화책을 읽어주고 잘 놀아주는 것도 봉사야." 순간 이 말이 가슴에 콱 꽂혔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새로운 봉사모임을 하게 되었다. 재직하고 있는 학교급, 나이, 성별, 살아온 이력. 어느 것 하나 일치하는 것이 없으나, 한 방향을 보고 같은 꿈을 꾸며 사람들이 모이게 되었다. 이제 다음 달부터는 작은 그룹 홈을 후원하고, 매월 방문해 봉사활동을 하게 된다. 드디어 해묵은 숙제와 마음의 빚이 해결된 것이다.

동장군의 기세에 날씨는 점점 매서워지고 있지만, 마음만큼은 어느 때보다 훈훈하고 행복하다. 아마도 이것이 봉사와 나눔을 통해 카이로스를 살아간다는 기쁨이 아닐까·

이탈리아 토리노박물관에 가면 신기하게 생긴 조각상이 하나 있다. 그 조각상의 형상을 보면, 앞머리는 무성하나 뒷머리는 대머리이며, 발에는 날개가 달려 있고, 손에는 칼과 저울을 들고 있다. 그리고 그 조각상 밑에는 이러한 문구가 적혀 있다.

"앞머리가 무성한 이유는 사람들이 나를 봤을 때 쉽게 붙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고, 뒷머리가 대머리인 이유는 내가 지나가고 나면 다시는 나를 붙잡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며, 발에 날개가 달려 있는 이유는 최대한 빨리 사라지기 위함이다. 저울과 칼을 들고 있는 이유는 나를 만났을 때 정확하게 판단하고 신속하게 결단하라는 의미이다. 나의 이름은 '기회'이다."

이제 2012년도 불과 한 달여밖에 남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 앞에는 '크로노스'와 '카이로스'가 나란히 놓여있다. 선택은 바로 '나'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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