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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11.11 17:33:46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장우원

청주고인쇄박물관 직지홍보담당

요즈음은 각 도시에서 만들어 내는 각종행사와 시설들을 보면 마치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를 연상하게 한다. 도시도 크게 보면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아서 자기의 얼굴을 갖고 있고, 새로운 얼굴을 만들고자 온갖 노력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한 개인의 성공의 성패는 자기 노력뿐만 아니라 선조들의 후광이 큰 도움이 되듯이, 도시 또한 역사, 지리, 자연환경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하여 저마다 특색을 갖게 마련이다. 이런 연고로, 사람들은 도시의 이름만 들어도 설레거나, 고개를 가로젓기도 한다.

맑은 고을 청주! 우리 청주시는 아쉽게도 여느 도시와 같이 그리 크게 내세울 것이 없는 도시 중 하나다. 상당산성, 무심천, 수암골, 육거리시장 등등 나름대로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다고 자랑하고, 이야기 하고 싶지만 수원 화성(華城), 전주 경기전(경기전), 한옥마을 등 다른 도시에 산재된 문화재나 문화시설과 비교해보면 크게 내세우기도 어렵다. 오죽하면 타지사람들은 청주와 충주를 헷갈려 말하고 있겠는가!

청주시에 큰 자랑거리가 없는 것은 앞에서 말한 역사적, 지리적인 상황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한 것이겠지만, 청주인 만의 통일되고 합치된 힘이 없고 새롭게 나고자 하는 노력이 없음을 방증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우리 청주에서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이 만들어 졌다는 역사적 사실은 가뭄에 단비같이 소중한 유산이 아닐 수 없다. 주지하다시피 세계최고(世界最古) 금속활자본 직지가 우리 고장에서 만들어 졌다는 한가지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해 전부터, 청주시에서는 '청주! 직지의 도시'라는 하나의 지향점을 정해서 활발히 움직여 왔다. 직지란 매개물을 활용하여, 유네스코 직지상을 제정하고, 직지특구를 지정받고, 시내 곳곳에 직지BI와 직지상징물을 만들고, 개인택시와 배전판에 붙이고, 심지어 가로등, 맨홀뚜껑까지 직지라는 말로 도배 하다시피 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 중에는 예기치 않는데서 고민을 만들어 내는데, 타지에서 온 손님들이 직지가 도대체 무엇이기에 청주시는 이렇게까지 노력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늘 마지막에 받는 질문! '그래서 어쩌자고·' 이 말을 들을 때마다 '그래, 그래서 무엇을 하자는 말이지·' 정확히 무엇을 향해나가야 하는가란 고민을 마주하게 된다. 청주시청에, 고인쇄박물관에 근무하는 나에게 주어진 숙제다.

직지를 갖고 물질적으로 풍성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이루 말할 수 없이 좋겠지만, 불철주야 노력하는 다른 많은 이들의 수고에 비하면 관심이나 노력은 조족지혈(鳥足之血)이고, 능력 또한 미천한지라 다른 데에서 그 의미를 찾게 된다.

함께 같은 길을 걸어도, 나들이 가는 사람은 경치를, 나무를 키우는 사람은 가로수를, 교통표시판 만드는 사람은 교통표시판을, 옷만드는 사람은 사람들의 옷을 보는 것처럼, 관심이나 직업 그리고 경험 등에 의하여 각기 다른 것을 보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아닌가.

그럼에도 잘 살고 싶어하고, 잘 산다는 것의 공통점은 열심히 노력하고, 남들의 인정받고, 자긍심을 갖고자 하는데 있다 할 것이다. 이런 면에서 직지는 일견, '잘 산다'는 명제에 어울리는 요소들이 많이 함축하고 있다.

금속활자 복원과정을 지켜보면, 금속활자 하나를 만들기 위한 수 많은 노력이 있고, 책이라는 소중한 산물로 남아 있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 이렇게 수고를 아끼지 않은 선조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이를 바탕으로 고인쇄박물관을 만들고, 유네스코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유네스코직지상을 만들어 커다란 자긍심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어째든, 옛 것을 그대로 고지식하게 쓸 수는 없고, 옛 것을 오늘날 어떻게 해석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야 하느냐 하는 것이 관건인데, 지금 시대에 맞추어 열심히 노력하고, 인정받고, 자긍심을 갖게 하는 새로운 그 무엇이 필요함을 절실함을 느끼게 한다.

그러고 보면, 직지라는 소중한 유산은 우리 모두 합심하고, 노력해서 이 시대에 맞는,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청주만의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야한다는 큰 과제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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