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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옥

수필가

추석명절이 며칠 지난 뒤, 사과 상자가 도착했다. 모든 선물이 남편이름으로 왔는데 내 이름이다. "盤中(반중) 早紅(조홍)감이 고와도 보이나다.(노계)" 맛있는 사과를 보니 어머니 생각이 나네요. 어머니께선 좋은 음식은 늘 나누셨지요. 어머니가 하늘나라로 가신지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맛있는 걸 보면 마음 속 좋은 분들이 생각나는 건 습관이 되었네요." 문학동호인이 시 같은 편지와 함께 마음을 보내셨다.

열하나, 열둘, 열셋, 발간사과에 담긴 은혜가 열네 알이다. 한 알 한 알마다 연세를 가늠하기 어렵도록 늘 열네 살 소년의 표정을 짓는 그분 모습이 있다. 동봉해온 시 같은 편지를 읽으며 간절한 기도문 하나 만들어 냉장고에 붙였다. 부디, 이대로만 나이는 잊으시고 감수성은 잃지 않으시기를. 부디, 건강 잃지 않고 오래오래 곁에 계셔 주시기를. 하루에 한 알씩 먹으면서 이 기도 잊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아름다움을 생명삼아 표현되어 탄생한 예술은 산이나 강, 달이나 별과 같은 것. 음악은 선율을 매개체로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무용은 몸동작으로 감정과 의지를 표현하고, 미술은 다양한 도구와 색채로 예술을 형상화한다. 그리고 문학은 언어로 인간다움을, 자연을, 표현한다. 언어로 행복을 주는 그분은 진정한 문학인이구나.

나를 흔들고 요동시키는 것이 세상이라면 나를 안정시키고 확립시키는 것은 성경말씀이다. 하나님께선 반평생동안 교회 안에 잡혀있던 나를 세상으로 보내시면서 그리스도의 편지가 되라신다. 교회 밖 삶의 내공이 부족한 나는 마치 사진기의 조리개를 통하여 보듯, 사물의 다음 구도를 기다리는 마음이 된다. 그늘에선 검게, 양지에선 짙은 파란색을 가진 눈으로 보듯 사람들을 조심스럽게 만난다. 연속되는 여러 빛깔의 층을 가지고 다가오는 사람들을 정성껏 마음에 담으며 내가 그리스도의 편지임을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한 사람의 단면을 보고 전체를 한정 짓지 아니하고, 진심으로 대해야만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다는 평범한 진리도 깨닫는다.

시누이가 과수원을 하니 집안에 사과가 흔해서 이웃과 나누어 먹는다. 그러나 나는 오늘도 그 사과만을 골라 기도한 후에 천천히 먹었다. 한입 베는 순간 사각거리는 사과살맛과 함께 입안 가득히 달콤한 향이 번진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토양이 좋은 우리나라사과는 당도가 매우 높지만, 이 사과 향을 어느 향과 비길 수 없는 것은, 그분 마음에 내가 있다는 말이 좋아서다. 넘쳐나는 사과 나누어먹으면서 유독 그 사과만은 아껴먹는 나를 보고 남편이 웃는다. 오늘 들여다보니 한 알 남았다.

내일이면 사과는 다 먹는다. 먹어 없어지는 사과처럼 빠르게는 아니어도 사람의 마음이나 우정은 계절처럼 흘러가 언젠가는 그분과 이 세상에선 만나지 못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 말씀이 영원하듯 혼을 담아 내놓은 글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사과를 먹으며 생각한다. 나는 주님이 부탁하신 것처럼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하면서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는 그리스도의 편지처럼 살고 있는가 자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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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