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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

충북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나는 올해 2월에 출간한 내 책 '위기관리론'의 1장 1절 첫 문단을 다음과 같이 쓰면서 시작했다.

"위기관리는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다. 그러므로 위기관리에서는 인간은 태어난 그 자체로서 존중받아야 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존중하는 것이 학문적 논의의 출발점이다. 인간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거나 혹은 건강을 해칠 수 있는 모든 위기 요인을 관리하는 것은 사회뿐만 아니라 우리들 자신의 사명이자 소명이다. 그렇게 할 때 비로소 우리들 자신이 기꺼이 존중받을 수 있는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위기관리는 인간의 존엄성(human dignity) 구현을 학문적 지표로 삼는다."

며칠 전 평소 잘 알고 계시던 지역사회 어른께서 전화를 주셨다. 늘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노력하시던 분이셨기에 많은 분들로부터 존경받는 분이셨고 나 또한 평소 그분의 삶의 자세에 대해 나름 존경해오던 터였다. 평소에도 가끔은 회의 준비 등으로 상의하실 일이 있거나 하면 연락을 주시곤 했었는데, 마침 다음 날 회의가 있었기에 전화를 받으면서도 짐짓 회의에 관한 내용일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내용은 사뭇 의외였다. 당신께서 이번 주말 희망식당을 주최하는데 시간되면 그곳에 식사하러 와 주었으면 한다는 말씀이었다. 어제 나는 희망을 만나기 위해,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해고노동자를 돕기 위한 희망식당에 가기 위해 한 시간을 걸어서 갔다. 요즘은 어찌된 일인지 대학교수 생활하기가 쉽지 않음을 넘어서 힘들기까지 하다. 그러다보니 운동할 시간을 별도로 만들지 못해 수시로 집에서 학교까지 걸어 다니거나 주말을 이용해서 산책삼아 자주 걸으려고 노력한다. 나는 비교적 신경이 무딘 편이기에 그래도 시간을 내지만, 예민한 교수들은 그나마도 시간을 빼지 못하고 마음으로만 운동하는 이들도 있다.

휴식이나 운동도 노동이 있을 때 가능한 것이리라. 어쩌면 노동이 없으면 휴식이나 운동도 사치일 것임은 분명하다. 사실 해고노동자 뿐만 아니라 우리들 모두에게도 노동은 삶의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대학생 시절에 내가 꿈 꾼 세상은 모두가 희망을 품고 행복하게 사는 세상이었다. 하지만 내가 읽고 본 실제 세상은 모든 이에게 희망이 가득한 세상이 아니라, 누군가의 희망을 기반으로 해서 다른 누군가가 행복한 세상이었고, 이루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의 가난과 고생이 가득한 슬픈 세상이었다.

우리는 때론 가장 단순하면서도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산다. 평범이 진리라는 사실을 말이다. 누구나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는 사실을 기반으로 마치 중요하고도 대단한 사람이라는 착각 속에서 살기 쉽다. 다른 사람이나 다른 가족은 몰라도 나와 내 가족만큼은 희망을 안고 영원히 행복을 구가하리라는 근거 없는 믿음을 갖고 말이다. 하지만 잘못 설계된 세상에서는 우리들 누구나 삶의 덫에 잘못 걸리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지고 다시는 그곳에서 헤어날 수 없다면 얼마나 슬픈 일일까.

누구나 사람으로 태어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존중받을 수 있는 세상, 티 없이 맑은 어린 눈으로 희망을 볼 수 있는 세상,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모두가 협력해서 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주고 싶다. 지금도 내가 꿈꾸는 세상은 그 희망이 가득한 세상이다.

아침, 새소리에 눈을 뜨는 날이면 이루 말 할 수 없이 하루가 상쾌하다. 어쩌면 내가 잠자리에 들 때, 창문을 살짝 열어 놓고 자는 이유도 거기에 있으리라. 아침 새소리가 가져다 주는 희망의 소리를 듣고 싶어서일 것이다. 여러분, 오늘도 희망을 만드는 힘찬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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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 "재정 자율화 최우선 과제"

[충북일보]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은 "도체육회의 자립을 위해서는 재정자율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간 민선 초대 도체육회장을 지내며 느낀 가장 시급한 일로 '재정자율화'를 꼽았다. "지난 2019년 민선 체육회장시대가 열렸음에도 그동안에는 각 사업마다 충북지사나 충북도에 예산 배정을 사정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는 것이 윤 회장은 설명이다. 윤 회장이 '재정자율화'를 주창하는 이유는 충북지역 각 경기선수단의 경기력 하락을 우려해서다. 도체육회가 자체적으로 중장기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보니 단순 행사성 예산만 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선수단을 새로 창단한다거나 유망선수 육성을 위한 인프라 마련 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충북은 종합순위 6위를 목표로 했지만 대구에게 자리를 내주며 7위에 그쳤다. 이같은 배경에는 체육회의 예산차이와 선수풀의 부족 등이 주요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시각이다. 현재 충북도체육회에 한 해에 지원되는 예산은 110억 원으로, 올해 초 기준 전국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