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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9.26 16:26:15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김기원

시인·문화비평가

치매라는 말만 들어도, 치매라는 글씨만 보아도 나는 얼굴이 화끈 거리고 울화통이 생긴다. 아니 분노를 넘어 적개심마저 든다.

치매란 놈이 사랑하는 내 어머니를 앗아갔고, 내게 씻을 수 없는 불효자의 멍에를 씌운 원수 같은 놈이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15년 전 당뇨병을 앓다가 치매에 걸려 참으로 어이없는 삶을 살다가 돌아 가셨다. 평소에 집안에 먼지 하나도 용납하지 않던 정갈한 어머니셨는데 말년에는 아들도 몰라보고 벽에 똥칠까지 하며 비참한 삶을 살다 가신 것이다. 더욱 원통한 것은 지어미 보다 할머니를 좋아 했던 손자들의 애틋한 정까지 앗아가 버리고, 자식들 뒷바라지에 고생만 하시다가 이제 편히 살만할 때 그러하니 어찌 통탄하지 않겠는가· 참으로 원망스런 병이었다.

자식들은 저 먹고 살기 바빠 그런 어머니를 살뜰히 못 돌봐 주어 늘 죄인 된 심정으로 살아야 했고, 그렇게 보내드린 죄스러움이 한스러워 평생 피멍을 안고 살아야 했다. 치매가 바로 그런 병이다.

인간은 누구나 생로병사의 사이클 속에 살아간다. 태어나면서 노화는 시작되고 늙어지면 노안이 오듯 체내에 노후 된 부품들로 인해 성인병·노인병이라는 불청객과 마주하게 된다. 특히 치매와 중풍은 노인들에게만 오는 게 아니라 최근에는 젊은이들에게도 발병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문제는 치매와 중풍이 당사자들의 삶의 질뿐만 아니라 가족과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심대한 공공의 적이라는데 그 심각성이 크다.

금년도 치매치료에 들어간 사회적 비용이 10조원을 넘어 선다고 하니, 이는 당사자들만의 비극이 아니라 21세기를 사는 우리 사회 전체의 비극인 것이다. 다행히 현대의학의 발달과 국민건강검진시스템의 작동으로 예방과 치료의 효율이 높아져 가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민선 5기 충북도가 최근에 놀라운 정책과 비전을 발표해 주목 받고 있다. 광역자치단체인 충북이 전국에서 최초로 이런 '치매·중풍 걱정 없는 충북'을 선언한 것이다. 참으로 통쾌하고 멋진 선언이 아닐 수 없다.

우선 도정 슬로건의 목표와 가치가 구체적이고 명징해서 마음에 든다. 특히 도민의 삶의 질과 직결된 보편적 복지와 인간애가 흐르는 지속가능한 정책이라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그러나 본 시책이 성공을 거두려면 시·군과 힘을 합쳐 전국 최고의 치매·중풍 관리 인프라를 구축해야 될 터이고, 예방관리프로그램 운영은 물론 돌보미를 비롯한 전문가 양성과 지역사회 민관협력체계도 구축해야 될 것이다. 그렇게 해서 예방에서 사후관리 까지 단계별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면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그게 어디 말처럼 쉽게 되는 일이던가· 의당 많은 재원과 인력과 시간이 소요될 터이니 도의회를 비롯한 지역의 산·학·연과 언론계와 종교계가 한마음 한 뜻으로 지원하고 성원했으면 한다.

민선4기 '경제특별도 충북'이나 민선5기 '생명과 태양의 땅 충북'은 선언적·상징적·지향적인 도정 슬로건이나 '치매·중풍 걱정 없는 충북'은 성과지표의 계량화·객관화가 가능한 실체적인 대 도민 약속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과가 체감되지 않으면 질타를 받을 수밖에 없어 충북도로서는 위험부담을 안고 추진하는 도전적인 시책이다. 국가도 엄두를 못내는 노인·장애인복지와 보건의료정책이 융·복합된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이시종 지사와 충북도 보건복지국 직원들의 의지와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교통사고가 남의 일이 아니듯 치매와 중풍도 남의 일이 아니다. 교통사고는 보험시스템이 작동되는 불의의 사고이지만, 치매와 중풍은 공동체를 피폐케 하는 엄청난 재앙이다. 그러므로 충북도의 야심찬 계획이 반드시 성공을 거두어 이 분야 전 세계의 롤 모델이 되기를 충심으로 기원한다.

'치매·중풍 걱정 없는 충북에서 살리라'는 노래가 들불처럼 번질 그날을 위해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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