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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걸순

충북대 교수

어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그간의 입장을 바꿔 과거사에 대해 사과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아버지의 딸이 아닌 18대 대선 후보로서 5·16과 유신, 인혁당 사건들이 헌법 가치를 훼손하고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인정하며 피해자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한 것이다. 지금까지 아버지로서 박정희와 독재자로서 박정희를 구분하지 못하던 역사인식으로부터 진일보한 관점이라 하겠다.

딸과 정치 지도자의 구분

그러면서도 그녀는 딸로서 아버지의 무덤에 침을 뱉을 수 없다고 하고, 자신의 불행한 가족사를 강조하며 국민의 감성에 호소하고자 하였다. 국민은 그 누구도 그녀에게 딸로서 아버지의 무덤에 침을 뱉는 패륜적 언행을 요구하지 않았다. 다만,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공인으로서 올바른 역사인식을 가져야 한다는 엄숙한 요구였다.

그녀의 사과는 3자 구도가 형성되며 대선 판이 요동치고 야권 후보의 컨벤션 효과 여파로 지지율이 하락하자, 추석을 앞두고 민심을 다잡기 위한 고육지책에서 나온 대책이었을 것이다. 지난 22일 한 공중파 방송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박근혜가 과거사에 대해 사죄해야 한다는 의견이 58.3%였고, 역사에 맡겨야 한다는 박근혜의 입장을 지지하는 견해는 37.7%에 불과하였다. 이런 여론도 그녀를 압박하였을 것이다.

비욘드 대선

이번 대선을 비욘드(beyond) 대선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선 후보가 넘어야 할 두꺼운 벽이 있다는 말이다. 박근혜는 유신 독재자인 아버지 박정희의 그늘과 원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고, 문재인은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장의 한계와 참여정부의 과실을 뛰어 넘어야 한다는 것이며, 안철수는 서민과 동떨어진 삶의 궤적을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선 후보가 그 자신의 정치철학이나 미래지향적 가치를 기준으로 제시한 공약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 기준이 된 상대적 평가라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면이 있다. 그런데 이번 대선은 후보의 역사인식이 이슈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지난 17대 대선은 경제가 키워드였다. '경제만은 확실히 살리겠다!'는 말에 국민들은 큰 기대를 걸었었다. 그러나 MB정부가 들어서자마자 그 기대는 실망으로 변하였다. MB를 선택한 사람들의 자성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경제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것은 깨달은 뒤늦은 후회였다. 역시 이번 대선에서도 경제 민주화가 중심 가치로 제시된 것은 지난 대선과 다름없다. 그와 함께 후보의 역사인식이 중요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우리의 정치 수준이 퇴보한 퇴행적 현상이 아니라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과거와 싸워야 미래가 있다

박근혜는 기자회견에서 "과거와 현재가 싸우면 미래를 잃는다."라고 말하였다. 그 어떤 역사 이론에도 없는 이상한 발상이다. 오히려 밝은 미래는 어두운 과거와의 치열한 투쟁으로부터 쟁취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사과 한마디쯤으로 과거를 덮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만하고 독선적인 착각이다. 역사에 맡겨야 한다는 논리도 그럴 듯하나, 이미 대법원 판결이 난 사실조차도 부정하는 것은 심각한 역사인식의 왜곡상을 드러낸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과거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하여 박근혜에게만 그 시비가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역사에는 음영이 있다. 그 어두운 면만 부각시켜 생채기 내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문재인과 안철수는 박근혜 비판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반사이익의 유혹에만 빠져서는 안 된다. 그들도 자신들의 역사인식을 당당히 밝히고 국민들로부터 엄정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 박근혜 때리기로 역사인식의 검증을 어물쩍 넘어가려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 자신들의 과거사 인식을 토대로 미래 비전을 내놓고 평가를 받아야 한다. 대선주자로서의 첫 일정으로서 국립현충원을 참배하고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는 것을 단순한 통과의례로 여겨서는 안 된다. 경제와 복지만 중요한 가치가 아니다. 이제 국민들은 그 이상의 가치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 역사인식과 괴리된 언행을 하는 대통령을 두 번 다시 보지 않기 위해 두 눈 부릅뜨고 그들의 역사인식을 따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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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 "재정 자율화 최우선 과제"

[충북일보]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은 "도체육회의 자립을 위해서는 재정자율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간 민선 초대 도체육회장을 지내며 느낀 가장 시급한 일로 '재정자율화'를 꼽았다. "지난 2019년 민선 체육회장시대가 열렸음에도 그동안에는 각 사업마다 충북지사나 충북도에 예산 배정을 사정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는 것이 윤 회장은 설명이다. 윤 회장이 '재정자율화'를 주창하는 이유는 충북지역 각 경기선수단의 경기력 하락을 우려해서다. 도체육회가 자체적으로 중장기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보니 단순 행사성 예산만 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선수단을 새로 창단한다거나 유망선수 육성을 위한 인프라 마련 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충북은 종합순위 6위를 목표로 했지만 대구에게 자리를 내주며 7위에 그쳤다. 이같은 배경에는 체육회의 예산차이와 선수풀의 부족 등이 주요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시각이다. 현재 충북도체육회에 한 해에 지원되는 예산은 110억 원으로, 올해 초 기준 전국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