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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옥

수필가

중국여행 중이었다.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여성가이드가 차안에서 방송했다. 이 나라는 내 어머니만 진짜고 나머지는 모두 가짜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니, 아무가게나 들어가 쇼핑하면 속는다. 그러니, 본인이 안내하는 곳에서만 물건을 사라는 거였다. 이국땅에서 우리말을 듣는 것이 신기했고, 높낮이가 일정한 목소리, 거짓을 모를 것 같은 고운 미모는 무작정 신뢰를 동반하고 나를 무장 해제시켰다.

결국 별무더기처럼 반짝이는 엄청난 보석에게 혼을 빼앗겨 앵두만한 진주알을 들고 계산대를 지났다. 혹시나 했는데 한국에 와서 세팅하려고 감정하니 역시나 가짜였다. 속아도 크게 배 아프지 않을 액수이기에 망정이지…. 한번은 누가 밥을 사줘서 잘 먹었다. 고맙다고 인사를 했더니 "뭘요, 더 좋은 것으로 대접해야 하는데…." 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공금으로 사는 거라고 누군가 귓속말을 해주는 거다.

공금이건 개인 돈이건 잘 먹었다고 인사 한 것이 틀린 건 아님에도 속은 느낌이 들었다. 계주생면(契酒生面)이라는 말이 있다. 여러 사람이 모은 곗돈을 가지고 자기가 내는 것처럼 생색을 낸다는 말이다. 이런 한자성어가 있는 걸 보면 예나지금이나 사람이 모이면 누군가는 속이고 한편에서는 속는 사람이 늘 있어 왔지 싶다.

한두 번도 아니고 장기간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이 있다. 이리보아도 저리보아도 잘 어울리는 혼기 찬 선남선녀와 가까이 지내고 있었다. 양쪽에 전화번호를 주었더니 몇 달 뒤 결혼청첩장을 건네주는 것이 아닌가. 나는 심히 기뻐 맘껏 축복했다. 그런데 그 뒤 이년 가까이 거짓말을 주기적으로 하며 살게 될 줄이야.

전화번호만 주었을 뿐 결혼은 본인들이 하고선 하루가 멀다 하고 티격태격하며 상담 요청을 해오는 거다. 나중엔 양가 시어머니들까지 불만을 내게 쏟기 시작하는데 네 사람 모두 피해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러다 가정이 깨지는 건 아닌가 하여 큰 근심이 됐었다. 점점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하여 어느 시점에서 지혜를 짜냈다. 네 사람 모두가 서로를 만난 것을 나와 하나님께 감사하고 있더라. 하고 하얀 거짓말을 각자에게 했다. 그랬더니 스펀지에 물이 스며들 듯이 슬슬 먹히었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잘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두 아이가 중학생인데 가족 간에 모두 화기애애하게 잘 살고 있어서 보람을 느낀다.

세상은 가짜와 거짓말투성이다. 그런데 가짜라고 다 나쁘지 않고, 거짓말이 사람을 행복하게 하기도 한다. 때로는 참말이 사람을 불행하게도 하고 거짓말이 사람을 웃게도 한다. 아무리 그렇기로 하얀 거짓말도 거짓말인데 예수 믿는 사람이 길 다면 긴 시간을 거짓말을 꾸며 대다니. 상황에 맞게 하려면 보통일은 아니었다.

처음엔 어색하던 것이 자꾸 하다 보니 천연덕스러워 지는 건 섬뜩한 일이 아닌가. 권장할일이라면 당연히 성경을 통해 하나님께서 말씀하셨을 것인데 그런 말씀은 없다. 그렇담 난 칭찬받을 일을 한 것인가 회개할 일을 한 것인가. 하지만 한 가정을 지키는데 큰 몫을 했으니, 이그러진 진실보다 낫지 않느냐고 자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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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길형 충주시장 "부담 없는 시민골프장 추진"

[충북일보] 조길형 충주시장이 공익적 차원에서 시민골프장 조성 계획을 세우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비싸진 골프장 요금과 관련해 시민들이 골프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인데, 갑론을박이 뜨겁다. 자치단체장으로서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는 시민골프장 건설 계획을 어떤 계기에서 하게됐는지, 앞으로의 추진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여부에 대해 들어보았다. ◇시민골프장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충주의 창동 시유지와 수안보 옛 스키장 자리에 민간에서 골프장 사업을 해보겠다고 제안이 여럿 들어왔다. '시유지는 소유권 이전', '스키장은 행정적 문제 해소'를 조건으로 걸었는데, 여러 방향으로 고심한 결과 민간에게 넘기기보다 시에서 직접 골프장을 만들어서 시민에게 혜택을 줘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충주에 골프장 많음에도 정작 시민들은 이용할 수가 없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시민골프장 추진 계획은. "아직 많이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오랜 기간의 노력을 들여 전체 과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 볼 수 있는 시민의 공감을 확보했다. 골프장의 필요성과 대상지에 대해 시민들이 고개를 끄덕여 주셨다. 이제는 사업의 실현가능성 여부를 연구하는 용역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