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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엘 시스테마'를 꿈꾼다

산남복지관, 빈민 아동 20명 오케스트라 창단
음악으로 벗어던진 가난의 굴레… 기적의 화음

  • 웹출고시간2012.09.16 19:39:25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원두막엔 술병이 나뒹군다. 술에 취한 할아버지들이 갖은 욕설을 내뱉는다. 세상에 불만이 많은 듯하다. '가난'이란 그림자는 그렇게 마을을 회색 잿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청주시 A영구임대아파트.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 1천400여세대가 몰려 사는 청주지역 최대 빈민가다. 지난 1992년 건립 후 150여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가난은 어른들도 극복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존재였다.

아빠와 엄마를 잃고, 늙은 할머니 손에서 정부 보조금 몇십만원으로 자라는 아이들. 이 녀석들은 가난의 공포를 너무나 일찍 알았다. 그래서 꿈과 희망도 던져버렸다. 한참 해맑아야 할 녀석들의 표정은 언제나 회색 잿빛이었다.

그런데 올 봄부터 놀라운 기적이 찾아왔다. 아이들의 얼굴에 점점 생기가 돌았다. 마치 무지갯빛 같았다. 아이들은 '새 친구'를 만나는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가난한 아이들의 새 친구는 돈도, 명예도 아니었다. 바로 '악기'였다.

청주산남종합사회복지관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화음을 맞추고 있다. 대부분 저소득층 아동들이다. 이들은 비록 가난하지만, '행복'이란 단어를 오선지에 그리고 있다.

남미 베네수엘라 슬럼가에서 시작된 음악의 기적. 악기를 만나 꿈과 희망을 되찾은 빈민가 아이들의 성공 이야기. 그 유명한 '엘 시스테마'의 선율이 청주에도 울려 퍼졌다. 음악을 전공한 사회복지사가 빈민 아이들을 만나면서다.

대전시립교향악단 출신의 이필진(여·42)씨는 지난 2007년부터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음악봉사를 했다. 대학원에서 '교육학'을 전공할 때였다. "어쩌다보니 청주 산남종합사회복지관과 인연이 닿았어요. 음악과 교육을 접목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긴 거죠.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음악정서치료'라고나 할까요?"

이듬해 3월부터 한 여중생에게 플루트를 가르쳤다. 소극적이고 대인관계가 원활치 않던 여중생은 어느새 고등학생이 됐다. 지금은 학교 오케스트라에서 왕성히 활동 중이다.

이씨는 지난 봄, 아이들을 더 불러 모았다. 남자 5명, 여자 15명 총 20명의 단원이 생겼다. 청주시의 지원을 받아 바이올린과 첼로, 플루트를 장만했다. 옛 동료들이 악기 파트별 강사를 자청했다. 매주 화·목요일마다 복지관 강당에 모여 화음을 맞췄다.

봄, 여름이 지난 초가을 9월. 이제는 제법 소리가 난다. 18일 오후 2시 공식 창단식에선 바하의 미뉴에트와 브라암스의 왈츠를 연주할 계획이다. 전문 악단인 청주 상상국악챔버오케스트라의 축하 공연도 펼쳐진다.

이제 음악의 걸음마를 막 뗀 아이들에겐 꿈이 생겼다. 마을 주민들 앞에서 멋진 연주곡을 들려주고 싶단다. 어른들도 두려워하던 가난의 공포를 음악의 풍요로움으로 물리치고 싶은 게다.

아이들은 소망한다. 음악 앞에선 가난도, 차별도 없는 세상이 펼쳐지길. 그 기회를 만들어주는 건 어른들의 몫이다. 후원 문의 043-288-1428.

/ 임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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