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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8.26 16:45:44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서석호

봉명초 교사

직무 연수 강의가 한창 무르익을 무렵, 전화벨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선생님, 여기 학굔데요. 혹시 어제 00이를 집에 데려다 주셨어요?"

"네, 어제 교감 선생님 부탁으로 집까지 데려다 주었어요."

"어, 어떡하죠? 지금 파출소에서 전화가 왔는데 실종 신고가 되었답니다."

순간 머리카락이 쭈뼛 서고 등에는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6학년 여학생의 실종, 마지막으로 데려다 준 나로서는 눈앞이 캄캄했다. 일단 정신을 차린 후, 강의를 급히 마무리 짓고 학교로 향했다. 조급한 발걸음으로 교무실 문을 여는 순간 이 곳 저 곳으로 전화하시는 교감선생님과 선생님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 학교는 몇 년 전만 해도 수업을 받던 6학년 아이들이 중학생들의 문자를 받자마자 서슴없이 학교를 나가는 일도 있었고, 가정불화로 인하여 가출을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였다고 한다. 그런 일이 생기면 생활지도 담당선생님과 교감선생님께서는 자정이 넘도록 학생들을 찾아 헤매셨다고 한다. 하루는 가출 횟수가 잦던 학생의 부모님을 만나기 위해 가정 방문을 하였는데, 부모님은 일하러 가시고, 집안에는 빨래가 나뒹굴고, 중학생 형은 대여섯 명의 남, 여 친구들과 자욱한 담배 연기 속에 파묻혀 있었다고 한다. 이런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었을 아이를 생각하며 쓰린 마음을 안고 돌아왔다고 하셨다. 교감선생님께서는 '내가 △△라면 나 또한 가출을 했을 지도 모르겠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아이들의 이러한 생활지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감선생님을 비롯한 여러 선생님들께서는 주변 중학교의 협조를 얻어 수소문 끝에 일명 짱이라 불리는 중학생들을 파악하고 수십 번 상담을 실시하였다. 또한 학교 주변 우범지역을 중심으로 수시로 순회를 실시하고, 가정불화로 인한 위기 학생들과 가출 학생을 위해 Wee클래스에서 전문상담사가 수시로 상담을 실시하는 등 체계적인 관리를 하였다. 학급에서도 담임 상담 시간을 늘리고, 학부모 상담을 통한 긴밀한 연계를 통해 가정과의 협력 체제를 강화하면서 학생들의 학교생활은 조금씩 안정되어 갔다. 이외에도 지역아동센터와 협력하여 나홀로 학생들을 방과후와 저녁 늦은 시간까지 돌봐줌으로써 생활지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다음날, 사방팔방 찾아 나섰던 교감선생님과 선생님들 덕분에 실종되었던 00이는 무사히 가정과 학교로 돌아올 수 있었다. 00이는 나를 보더니 멋쩍은 미소로 인사를 해왔다. 말은 못해도 많이 미안했던 모양이다. 아이를 보며 '처음부터 문제아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환경이 문제아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멀리서는 피곤한 모습으로 학교 화단을 가꾸시는 교감 선생님의 얼굴에는 굵은 사랑의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상처받은 영혼들이 무사히 자신들의 꿈을 찾아 행복 여행을 떠나기를 희망하는 마음으로……, 오늘따라 깊게 패인 교감선생님의 주름이 유난히 아름답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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