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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옥

주중초등학교 교장, 동화작가

내게는 언제부터인가 처음부터 끝까지 알지도 못하면서 혼자 흥얼거리는 노랫말이 있다. 그 노랫말은 마음이 우울하거나 초조할 때,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고 싶을 때면 마음을 달래기 위해 그냥 혼자 흥얼거리는 노랫말이다. 살아가는 방법이 다 다르듯이 어느 때 부터인가 혼자 터득한 방법이다.

"그리우면 왔다가~ 싫어지면 가버리는~ 당신의 이름은 무정한 철새~" 정든 아이들의 눈망울을 뒤로 한 채, 학교를 옮길 때 흥얼거리는 지정곡이다. 나는 무정한 철새가 되어 그들 곁을 떠나오곤 했다.

요즈음에 혼자 흥얼거리는 노랫말은 '당신 정말 못난 사람~'이다. 처음부터도 아닌 유행가의 끝 구절을 혼자 흥얼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화요일 아침, 평소 좋아하던 후배와 마주 앉았다.

"선배님, 어제 종례시간에는 실수를 하셨습니다."

"아니, 실수라니요· 내가 무슨 실수를 했지요·"

"저희들을 타이르는 것은 좋은데 다른 때와는 다르게 말씀하시는 모습에 실수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수를요· 저는 실수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그런 소리도 못합니까· 그게 무슨 실수예요·"

실수를 한 적이 없다고 눈을 동그랗게 뜬 나에게 당황한 후배는 자기가 들어 봐도 평소의 넉넉함과는 다른 태도였다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 날 오후, 그와 마주 앉아 차근차근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의사 전달에 있어서 좀 매끄럽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이야기 할 걸' 곧 후회가 되었다.

'아하, 그래요· 그럼 어떻게 이야기 했으면 좋았을까요·'

'네, 그렇군요. 부드러운 말로 이야기하는 것이 상대방을 훨씬 더 크게 감동시켜 큰 울림을 준다는 것 을 잊지 말아야겠네요. 고마워요.'

순간, '당신 정말 못난 사람'유행가 가사가 입안에 맴돌기 시작했다. 진정한 충고를 바르게 받아들이는 자만이 큰 그릇임을 알고는 있었지만 내 작은 그릇은 그만 용량이 부족하여 넘쳐흐르고 말았으니 내 모습이 너무나 작아 보여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니 요즈음 생각의 추돌사고가 자주 일어남을 알 수 있었다. 남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지도 않은 채, 처음만 듣고는 그냥 나의 잣대로 생각하고 결정하여 오해하고 원망하는 일. 엉뚱한 대답으로 상대방을 어리둥절하게 하는 일. 잘 듣지 않은 이해부족으로 상대방으로 하여금 다시 설명하게 하는 일.바쁘다는 핑계로 얘기는 대충하고 상대방이 완전히 이해하기를 바라다가 오해하고 가슴 아파 하는 일. 요즈음 생각의 과부하가 걸려 얽히기 시작한 내 모습이다.

언제부터인가 바쁘다는 핑계로 나를 헹구어 내는 일에 게으름을 피웠다. 마음도 가끔 헹구어 주어야 깨끗해짐을 잠시 잊고 살았나보다. 참깨를 털 듯 찌든 마음을 훌훌 털어내야 겠다. 오늘 저녁엔 달빛 이불을 덮고 누워 별을 헤어보고,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 풀잎에 매달린 이슬에게도 속삭여 보아야겠다.

이런 큰 깨달음을 준 후배에게 감사를 드리는 순간, 내 노래는 이미 '당신 정말 잘난 사람'으로 바뀌어졌다. ~ 당신 정말 잘난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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