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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7.08 19:46:38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이영선

현도초등학교 교감

아침 출근길, 질주하는 차량행렬을 벗어나 교문을 들어서면 학교 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서 등교하는 1학년 아이를 만나곤 한다. 자동차 소리에 뒤를 돌아보며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하는 저 아이도 여름방학이 끝나면 도시로 이사를 할 예정이어서 아침마다 운동장 가에서 만나는 반가움을 더는 느낄 수 없으리라.

학교 뜰에 세워진 천하대장군과 여장군은 오늘도 마냥 즐거운 얼굴이다. 아이의 조그만 어깨너머 잠 덜 깬 운동장이 부스스 몸을 일으킨다. 아이가 웃고 내가 웃고 천하장군님들이 웃음으로 시작하는 아침, 언제부턴가 학교는 내게 생명체가 되어버렸다. 아이들이 등교하면 함께 호흡하는 생물이 되었다가 일과를 마친 아이들이 학교 버스를 타고 일제히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오후 4시경이 되면 학교는 일순 정적에 잠긴 무거운 건축물이 된다. 그래서인지 아침마다 학교 버스를 기다리는 마음은 마치 가족을 기다리는 마음처럼 설렌다.

이윽고 노란 학교 버스가 교문을 들어선다. 재잘거리며 버스에서 내리는 아이들의 얼굴이 각양각색이다. 잠 덜 깬 얼굴, 밝게 웃는 얼굴, 찡그린 얼굴들이 학교 현관을 들어서면 모두 물 먹은 화초처럼 생기로워지는 것을 보면 학교는 분명 생명의 기운을 지닌 곳임이 틀림없다. 지난밤 깊이 잠들었던 학교를 깨울 수 있는 힘은 아이들의 몫인 것이다. 전교생 50명이 채 안 되는 자그마한 시골학교 아이들의 아침 등굣길 풍경을 보면서 자주 생각한다. '학교는 아이들에게 어떤 곳인가? '매일 아침 아이들을 어떻게 만날 것인가?'

교육이란 곧 소통을 의미하는 것이다. 만나지 않고 어떻게 교육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아이들을 만날 것인지를 고민하고 구상해야 할 것이다. '아이들이 오고 싶어 하고, 교사는 근무하고 싶어 하며, 학부모는 자녀를 보내고 싶은 학교'가 명품학교라면 아이들 개개인에게 의미 있는 성장과 학교 공동체 구성원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국방정환재단과 연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가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이 느끼는 주관적 행복지수가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4년 연속 OECD 23개국 중 최하위에 머물렀다. 한국학생 53%가 학교 수업 시간 불행하다고 한다. 이는 한국 교육은 학생도, 학부모도, 사회도 만족하게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학교의 역할은 아이들이 미래를 설계하고 건축하도록 다양한 교육활동을 통하여 잠재력을 키워주는 일일 것이다. 교육의 공공성이 강화되어야 교육은 희망의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종종 '오래된 미래'를 잊는다. 과도한 경쟁풍토가 학교를 질식시키고 있다. 경쟁이 아닌 소통과 협력의 학교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서로 돕고 존중하는 노력이 수업과 학교생활 전체에서 살아나도록 해야 한다. 학교구성원 간의 협력문화를 꽃피우고, 교육의 질적 성장을 위해 부지런히 노력하는 학교, 실천하는 선생님의 모습은 생각만으로도 든든하다.

문화적 혜택으로부터 소외지역인 농촌학교는 학교 의존도가 높아서 학부모의 기대치는 늘 정상을 향한다. 아이들의 바람직한 성장을 도모하는 일에 학교도 학부모도 서로 책임에 대한 우선순위를 잊어야 하리라. 교육정책이 어떠하든 교실은 언제나 즐거운 만남의 장소가 되어야 한다. 아이의 강점을 인정해 주고 약점을 보완해 주는 선생님으로부터 아이들은 희망을 배운다. 희망을 공부한 아이들이 펼쳐낼 세상은 얼마나 근사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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