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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6.28 17:25:00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박운섭

K-water 충청지역본부 고객지원팀장

나는 시골에서 자랐다. 드물게 다니는 버스가 지날 때마다 신작로까지 나가려면 족히 30~40분은 걸어나가야 했다. 게다가 초등학교는 더 멀리 있었기에 1시간 반 이상은 열심히 걷거나 뛰어야만 지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시절에는 많은 사람들이 걸어서 다니던 때라 그다지 불편한 줄 몰랐다. 가장 불편한 것은 물이었다. 청주근교에 위치한 곳임에도 수도는 커녕 펌프물도 귀했다.

우리 동네에는 동네 한 가운데 우물물이 두 개 있었다. 하나는 식수전용, 다른 하나는 빨래를 하는 우물이었다. 막내이긴 했지만 어머니를 돕는 방법은 우물물을 길어오는 것이었고 요령이 없어서 물의 반은 길에도 쏟는 것이 허다했다.

어렵게 길어온 물인터라 가족 모두 물 한 방울이라도 헛되게 버린 적이 없었다. 구정물 수준에 가까운 설거지 물은 항상 텃밭에 뿌려졌다.

그러다가 들어온 것이 펌프였다. 우리 집에 펌프시설을 설치한 날을 잊을 수가 없다. 한 바가지의 물만 있으면 지하에서 물이 펑펑 나오는 것이 어린 나에게는 신기할 따름이었다. 여름이었는데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밖에서 훤히 보이는 샘에서 가족 모두가 등목을 했다. 어푸어푸하며 차가운 물에 엄살을 부리는 내 등짝을 내리치시며 그렇게 좋냐고 웃으시던 어머니의 음성이 그리워진다.

그때가 벌써 40년 전이다. 펌프질을 하느라 팔이 아프더라도 콸콸 쏟아지던 시원한 물에 감사하던 때가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수도꼭지만 틀면 아무 때나 물을 쓸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감사함이란 말을 헌신짝 버리듯 뒤로 한 채….

104년만에 오는 가뭄이라고 연신 언론보도와 온갖 가뭄에 대한 화제로 온 국토가 떠들썩하다. 논바다이 갈라지고 농작물이 피해를 입는 등 농부들의 마음은 타들어 가지만 도시사람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최근 언론보도에 의하면 가뭄이 심각한 곳에 우리들이 마시는 수돗물을 직접 농업용 저수지에 흘려보내 타들어가는 논바닥에 식수를 제공함으로써 단비를 붓고 있다고 한다. 이 기사를 보면 도시에 사는 필자로서 물 한방울이라도 아껴 농민의 시름을 덜어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필자가 근무하는 K-water 충청지역본부에서 공급하는 충청지역의 수돗물 연간 공급량이 2007년에 3억톤, 2010년에 4억톤, 2012년 연말 추정 5억톤에 달하는 등 물의 사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물 문제를 해결하려면 공급은 늘리고 수요는 줄여야 한다. 공급 정책의 일환으로 4대강 살리기사업을 통해 대청호 정도의 물그릇을 확보 했고 물 부족이 예견되는 곳에 댐을 건설하기 위해 노력하나, 댐 건설 등을 통한 공급확대는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고 개발적지의 감소 및 민원다발 등으로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므로 물 사용을 줄일 수 있는 수요관리에 대한 노력을 같이 기울여야 한다.

수요관리를 위한 방법으로는 가격정책을 통한 경제적 수요관리, 누수방지·절수기 보급·중수도 시설확대 등을 통한 기술적 수요관리, 물 홍보 및 교육프로그램 개발과 이를 통한 물 절약운동 전개 등 사회적 수요관리가 있다. 이러한 수요관리 수단 중 가장 강력한 방법은 시민들이 물 절약에 동참할 수 있는 계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원가 이하의 낮은 물값은 물의 과소비를 부추겨 수돗물 생산비용 상승, 하·폐수 증가와 이에 따른 하천수질 악화 및 엄청난 수처리비용 발생 등의 물 문제 악순환의 주요원인이 되고 있다.

물값 현실화가 단기적으로 국민생활에 추가적인 부담을 주겠지만, 결국 물 사용량을 줄여 시설 투자비를 절감하고 수질개선을 통한 환경문제 해소 등 장기적으로는 국민 부담을 크게 줄여줄 것이다.

더불어 물도 이젠 석유와 같은 전략자원이므로 수자원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정부의 실효성 있는 정책추진과 함께 국민들의 물 소비습관 개선을 위한 환경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

날씨가 무척 덥다. 가뭄이라 하니까 더욱 더운 것 같다. 이런 날은 어머니가 시켜주는 등목이 그리워진다.

같이 계실 때는 어머님이 귀한 줄 모르다가 돌아가시고 안 계시니 절실히 그리워진다. 마치 늘 우리 곁에 있는 소중한 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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