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박천호

영동 황간초 교장

'송알송알 싸리 잎에 은구슬/ 대롱대롱 거미줄에 옥구슬/ 조롱조롱 풀잎마다 총총/방긋 웃는 꽃잎마다 송송송//고이고이 오색실에 꿰어서/달빛 새는 창문가에 두라고/포슬포슬 구슬비는 종일/예쁜 구슬 맺히면서 솔솔솔// 권오순 시인의 「구슬비」'

싸리 잎 위로 '송알송알' 내린 비는 거미줄에 '대롱대롱' 걸려있고, 풀잎 끝에 맺힌 빗방울은 '조롱조롱' 매달려 있다. 우리말의 「ㅇ」과 「ㄹ」의 흘러내리고 튀어 오르는 감각을 절묘하게 표현한 이 의태어들은 구슬비 노래를 꾸며주는 말로 모자람이 없다. 이 말들이 있는 한 우리말은 '고이고이 오색실에 꿰어서 달빛 새는 창문가'에 두고 싶은 반짝이는 옥구슬과도 같다.

지난 연말 어느 신문사에서 한국의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좋아하는 단어를 조사했는데, '사랑합니다.', '어머니', '행복', '고맙습니다.'의 순서였다고 한다. 수긍이 가는 결과다. 거울 앞에 서서 '사랑합니다.'라고 입속으로 중얼거리면 나도 모르게 얼굴 가득 미소가 떠오르며 마음이 편해진다. '어머니', '행복', '고맙습니다.' 이런 말들도 혀 속에 넣어 굴릴수록 마음이 환해지고 예뻐지는 느낌이 온다.

얼마 전 어느 TV 방송에서 동네 오락실에서 중학생 두 명이 게임을 하며 나누는 대화를 취재했는데, 놀랍게도 두 사람이 나눈 대화중에서 욕을 빼면 남는 건 감탄사뿐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실제 통계를 내봤더니 게임을 하는 중에 상대방과 자그마치 백 번이 넘는 욕을 사용했다고 한다. 어쩌면 그 학생의 말처럼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대화중에 욕이 저절로 내뱉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욕설을 사용하는 연령층이 점점 낮아져 초등학생들까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제 아이들은 기분이 좋거나 나쁠 때와 상관없이 일상적으로 욕을 입에 달고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학교에서는 올해 '바른 언어 사용하기'를 학교 특색사업으로 정하여 학생들에게 '스마일'운동을 통해 바른말 고운 말을 사용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스마일'운동은 '스스로 마음 예쁜 언어를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는 운동'이다, 그래서 아침마다 교실에서 아름다운 동시를 낭송하게 하고, 악기 연주를 통해 바른 심성을 길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평소 욕설이나 거친 말을 적게 한 학생들에게 바른 언어상을 수여하며, 친구를 칭찬하는 말을 많이 한 학생에게도 상을 주고 있다.

「물은 답을 알고 있다」라는 책에는 말을 듣고 반응하는 물의 결정 사진이 나온다.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들은 물의 결정은 순간 투명하게 반짝이며 아름다운 형상을 나타내고, 반면에 '짜증나' 같은 말을 반복해서 들은 물의 결정은 보기 흉한 모습으로 변한다. 우리 몸의 70%를 차지하는 물이 그렇게 반응하니 당연히 좋은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반대로 기분 나쁜 말을 들으면 몸도 안 좋은 상태로 반응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속담에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라고 했다. 아름다운 말은 사용하면 할수록 좋은 파장을 일으켜 우리의 몸과 마음을 더욱 건강하게 해준다. 지금 누군가 힘들거나 어려운 여건에 처해있다면, '잘 했어요.', '당신 정말 멋져요.', '당신을 믿어요.'와 같은 말들을 머릿속에 떠올려 자꾸 되뇌어 보라. 아름다운 말들은 우리를 결코 실망시키지 않는다.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 "재정 자율화 최우선 과제"

[충북일보]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은 "도체육회의 자립을 위해서는 재정자율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간 민선 초대 도체육회장을 지내며 느낀 가장 시급한 일로 '재정자율화'를 꼽았다. "지난 2019년 민선 체육회장시대가 열렸음에도 그동안에는 각 사업마다 충북지사나 충북도에 예산 배정을 사정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는 것이 윤 회장은 설명이다. 윤 회장이 '재정자율화'를 주창하는 이유는 충북지역 각 경기선수단의 경기력 하락을 우려해서다. 도체육회가 자체적으로 중장기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보니 단순 행사성 예산만 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선수단을 새로 창단한다거나 유망선수 육성을 위한 인프라 마련 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충북은 종합순위 6위를 목표로 했지만 대구에게 자리를 내주며 7위에 그쳤다. 이같은 배경에는 체육회의 예산차이와 선수풀의 부족 등이 주요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시각이다. 현재 충북도체육회에 한 해에 지원되는 예산은 110억 원으로, 올해 초 기준 전국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