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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줍는 참전용사…생계와 전쟁중

치료 기록 없으면 상이군경 탈락… 지원 큰 차이
월 20만원 미만 수당이 전부… 가난도 대물림

  • 웹출고시간2012.06.04 19:11:04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저 멀리 동이 튼다. 새벽 5시쯤 된 모양이다. 6·25참전유공자 변종복(86·청주시 상당구 내덕동)씨 부부가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대문 밖을 나선다. 폐지를 줍기 위해서다.

"당시엔 총알이 박힌 줄도 몰랐어. 삶과 죽음은 종이 한 장 차이였으니깐. 몇 년 전 병원에 갔더니, 글쎄 지금까지 왼쪽 허벅지에 총알이 박혀 있다는 거야."

변 옹의 전쟁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생계라는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됐다. 전쟁 탓에 자식교육은 엄두도 못 냈고, 가난은 대물림됐다.

부인은 평생 남의 논·밭에서 품을 팔았다. 지금은 폐지를 줍는다. 하루 몇 시간을 일해 1~2천원을 번다.

변 옹이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는 대한민국은 그를 가여워하지 않았다. 단지 부상 치료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상이군경에서 탈락시켰다.

변 옹은 "참전유공수당과 노령연금만으로 살아가기가 너무 벅차다"며 "살기 위해 폐지를 줍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노병(老兵)이 사라지고 있다. 포탄이 아닌, 금은보화가 빗발치는 삶의 전쟁을 이기지 못하면서다.

청주보훈지청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충북지역 생존 유공자는 전상군경(상이군경 중 전쟁 부상자) 2천18명, 무공수훈자 980명, 참전유공자(6·25전쟁, 베트남전쟁) 9천800명 등 모두 1만2천798명. 이 중 매년 300명 이상이 병들거나 노환으로 숨지고 있다.

이들의 유공 높낮이를 가르는 기준은 부상 부위도, 정도도 아니다. 다쳐서 치료받았다는 병상일지가 있어야 한다. 아무리 크게 다쳤어도, 기록이 없으면 단순 참전유공자로 격하된다.

노병에게 상이군경 탈락은 '사형 선고'나 다름없다. 보상금액에서 엄청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상이군경은 매월 많게는 400여만원, 적게는 30여만원을 받는다. 생활조정수당, 교통비, 공공요금, 각종 세금 등이 감면된다. 60세 이상의 무공수훈자에게도 월 18만원과 상이군경에 준하는 각종 혜택이 주어진다.

반면 65세 이상 참전유공자들의 월 명예수당은 고작 12만원이다. 부수적 혜택도 거의 없다. 청주시가 지난 2009년부터 월 5만원을 추가 지원하고 있으나, 생계를 꾸려나가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이름 없는 용사들이 먹고 살기 위해 폐지를 주워야 하는 나라, 전쟁의 참상을 딛고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우뚝 선 대한민국의 오늘날 모습이다.

/ 임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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