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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성

제천시선거관리위원회 홍보주임

선거에 당선되기 위해 후보자는 눈에 보이는 것이 없게 된다. 당선이라는 눈앞의 성과물에 달려드는 흡사 불나방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후보자들에게서 한 발짝 물러서서 객관적으로 보게 되면 당연하게 보이는 것들이, 후보자에게는 당연하게 느껴지지 않는 모양이다.

정책과 공약에 의한 선거운동을 하고 자신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상대편에 대한 네거티브(negative) 선거운동을 통해 당선 획책(劃策)을 꾀하는 것은 가장 보편적으로 후보자와 정당이 선호해온 선거운동 전략이다.

이는 우리나라 해방 이후 현대사의 과정에서 끊임없이 되풀이 돼 온 모습이다. 2012년을 넘어서고 있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선거운동 양상과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와있나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그러면 여기서 후보자와 정당·정치인이 왜 그토록 상대방 후보를 비방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흑색선전을 통해 민심을 현혹시키는 네거티브 전략을 세월을 초월해 고수하는 것인지 되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

우리나라는 개개인으로 보았을 때 전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한 민족에 손꼽힌다고 생각한다.

지질학상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는 유비쿼터스 시대에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는 부분이 인적 자원 외에는 없는 것이 사실이다.

얼마 안 되는 인구수로 미국, 중국, 일본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전 세계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한국인의 저력 있는 모습이 이 사실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에서 생겨난다. 개개인의 능력이 뛰어나고 자존심이 강하기에 남에게 굽힐 줄을 모르는 대쪽 같은 심성을 동반하게 된다.

이는 서로 타협하기 힘들고 중재가 어렵다는 말이 된다. 개성이 강하다는 말은 통합보다는 분화와 연결되는 특성을 지닌다.

이런 기질적 특성과 '쉬 더웠다가 쉬 식는다'는 속담이 분명하게 적용되는 한국인의 심성(心性)은 수많은 굴곡진 역사를 겪으며 확고해져 왔고, 정치인들의 당리당략을 위해 끊임없이 다루기 좋은 먹잇감처럼 이용되어 온 것이 역사적으로 검증된 사실이다.

이런 기질적 특성과 심성에 흑색선전과 비방이라는 조미료를 가미하면 사회적 비용의 관점에서 엄청난 부(負)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 최소의 비용으로 상대방 진영에 효과적으로 타격을 가하면서 자신 또는 자기 진영의 당선확률의 기대효과를 상승시킬 수 있다.

결국 정당과 후보자가 선거에서 세월이 무상하게 흑색선전 전략을 고수하는 이유가 이러한 점에 기반하고 있다는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상대방 후보를 깎아내리지 않고 정책과 공약으로 양심에 어긋남이 없이 승부를 겨루는 것은 초등학교 도덕 교과서나, 어렸을 때 열광하며 보았던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돼버린 것이 현실이다.

날 것으로 세상에 자신을 던져 몸으로 부딪혀 체험해보고 고민해 보는 낭만적 경험 부재의 산물(産物)이다. 자기 자신이 참된 방황과 아픔을 겪어보지 않고, 상대방의 아픔을 진심으로 헤아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사랑이란 모든 것을 다 주고도 혹시 모자라지 않나 걱정하는 것이라는 문구를 본 적이 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정치인과 공직선거에 큰 포부를 안고 출마한 후보자들은 정치입문 당시의 초심과 포부의 아름다운 가치가 퇴색하게 일부 정치인과 후보자를 제외하고는 아낌없이 비방하고 헐뜯고도 혹시 모자라고 부족하지 않나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우리나라 정치·선거문화의 슬픈 자화상이다.

이러한 점이 정치와 선거에 대한 유권자의 환멸과 염증을 초래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정치무관심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일신의 영달(榮達)만을 위하는 정치인과 후보자의 모습은, 이에 현혹되는 유권자의 마음은 얻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우국충정(憂國衷情)의 심장을 지닌 유권자의 마음은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을, 세상이 변했는데 자신들만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유권자는 다 알고 있는데 그들만 모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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