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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걸순

충북대 교수

29일이면 중국 상하이 훙커우(虹口)공원에서 열린 일왕 생일 축하와 상해 침공 승리 축하식장에 폭탄을 던져 일제의 간담을 서늘케 한 윤봉길 의거가 일어난 지 꼭 80주년이 된다. 중국의 항일운동을 이끌던 장개석은 이 의거를 "중국의 백만 대군이 해내지 못하는 일을 조선인 청년 혼자 해냈으니 어찌 장하지 않으랴"고 칭송하였다. 이 의거는 한국독립운동을 의혹의 눈초리로 바라보던 중국인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이끌어 내 독립운동의 국면을 획기적으로 전환시킨 사건으로 평가된다.

윤봉길 의거는 김구가 한인애국단을 조직하여 침체된 독립운동의 활로를 모색하고자 했던 것이다. 윤봉길 의거에 앞서 이봉창의 동경의거가 있었다. 이봉창은 1932년 1월 8일 삼엄한 호위를 받으며 궁성으로 돌아가던 일왕에게 폭탄을 던졌다. 의거 직후 중국 신문은 일왕을 명중시키지 못함을 안타까워하는 표현으로 일제히 '부중(不中)', '미중(未中)', '미성(未成)', '미수(未遂)'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보도하였다. 일제는 이 같은 중국 언론의 논조에 강력 항의하였고, 상하이와 칭다오 등 도시에서는 기사에 불만을 품은 일본인들의 폭동이 일어나기도 하였다.

의사와 열사의 투쟁을 합하여 의열투쟁이라고 한다. 그런데 뉴 라이트 계열에서 만든 한국근현대사에는 김구가 한인애국단을 조직하여 항일 '테러' 활동을 하였다고 기술하였다. 또 일부 독립운동사를 폄훼하고자 하는 세력들도 의열투쟁 대신 테러라는 말을 공공연히 사용하고 있다. 이는 일제 강점기 역사의 주체를 한민족과 독립운동사가 아닌, 일본인과 식민지 시혜로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른바 식민지근대화론이라는 반동적 역사해석은 이 같은 가치가 전도된 역사인식에서 나온 것이다.

의열투쟁과 테러의 가장 큰 차이는 역사적 정당성과 대의명분 여부에 있다. 즉, 살인과 파괴에도 정의에 기초한 명분과 정당성이 있다는 말이다. 이는 안중근 의거에서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안중근은 하얼빈 역에서 '맨 앞에 누런 얼굴에 흰 수염을 가진 일개 조그마한 노적(老敵)'을 동양 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로 여기고 권총 4발을 발사하였다. 그러나 자신이 이전에 이토를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의아심이 들자, 곧 바로 그 뒤의 일본인 중 가장 의젓해 보이는 자가 이토일 가능성이 있다고 여기고 그에게도 3발을 발사하였다.

그 때 그의 뇌리 속에는 만일 자신이 두 번째로 쏜 사람이 이토가 아니라면 자신이 '무죄한 사람을 잘못 쏜 불미스런 일'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안중근 의사는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스스로에게 살인의 명분과 정당성을 따졌던 것이다.

우리의 의열투쟁이 그 행위에 명분과 정당성을 지니고 있음은 대한민국임시정부가 1920년 2월 공표한 '칠가살'(七可殺)·과, 의열단이 선정한 파괴와 처단의 대상에서 더욱 명백해진다. 즉, 임시정부는 조선 총독과 매국적 등 죽여도 될 일곱 부류를 선정하였고, 의열단은 조선총독부 등 파괴해야 할 다섯 대상과, 조선 총독 등 죽여야 할 일곱 대상을 선정하여 투쟁에 나섰던 것이다. 곧 한국독립운동의 주축이었던 임시정부와, 의열투쟁의 대표적 결사였던 의열단은 공격의 대상을 분명하고도 엄격히 선정하여 투쟁하였던 것이다.

지난 2004년 탈레반에 의해 처참하게 피살된 김선일 사건은 그야말로 테러이며, 백화점이나 공원 등에서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자살 공격이나 원격 조정에 의한 폭탄 공격은 무차별 살상이고 테러인 것이다. 만일 이봉창 의사가 요요기 경기장에 운동 경기를 보러 온 관중에게 폭탄을 던졌다면, 만일 윤봉길 의사가 훙커우공원에 산책 나온 군중에게 폭탄을 던졌다면, 만일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 역에 전송 나온 사람들을 향해 난사한 것이라면, 그것은 테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자기의 목숨보다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을 염려하되,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자유와 평화를 파괴하는 적의 수뇌부는 반드시 응징하고자 한 것이었다. 이것이 의열투쟁과 테러의 차이이다. 독립운동사를 함부로 재단하고 업신여기는 것은 매우 천박한 역사인식의 소치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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