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2.04.25 20:23:44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김기원

시인 · 충청북도문화재연구원 사무국장

생각하면 할수록 분통이 터진다. 독도를 저희 땅이라고 우기더니 이제는 아예 동해가 저들의 영토인양 일본해라 명명하고 국제사회에서 위세를 높이고 있는 일본, 일찍이 그들의 야욕에 철저히 대비하지 못하고 쐐기를 박지 못한 통회가 참으로 크다. 동해가 어떤 바다인가·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 대한민국 애국가 첫 소절을 장식하는 배달민족의 심연이요 외경이요 무한함의 상징이 아니던가· 그런 바다를 세계인들에게 동해가 아닌 일본해로 각인되고 불린다면 이는 분명 나라의 수치요 모욕이 아닐 수 없다. 이에 정부는 물론 학계와 사회단체 나서서 국제수로기구에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토록 투쟁하고 있는바 반드시 관철되기를 희원하며 이 글을 쓴다.

이처럼 우리 조상들은 산이나 바다 같은 사물에 고유명사를 붙이지 않고 앞에 있으면 앞산 뒤에 있으면 뒷산이라고 불렀으며 동쪽에 있으면 동해 서쪽에 있으면 서해 남쪽에 있으면 남해라고 불렀다. 이는 착한 우리 조상들이 소유의 개념이 아닌 공유의 개념으로 그리했으리라는 생각이 들지만 일반명사인 동해(East Sea)로 부름으로서 국제사회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 내지 못한 측면이 없지 않다. 보통명사 동해는 바다가 있는 반도의 나라에 어디든 있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사물은 물론 공공시설에 고유명사를 부여하여 정체성과 독자성을 확고히 갖게 하자. 더하여 이름에 걸 맞는 정신과 혼 까지 담아 낼 수 있다면 더더욱 좋으리라.

우선 도나 시·군에서 설립 운영하는 시설물부터 그리 했으면 한다. 도청이나 시·군청에는 다중이 이용하는 대회의실, 중회의실, 소회의실이 있다. 자치단체의 주요 의사결정이 모아지고 결정되는 매우 중요한 시설이자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회의실의 규모에 따라 구분하여 오래 동안 그렇게 보통명사로 이름 붙여 획일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제는 정신과 혼이 없는 관행에 길들려진 보통명사를 버리고 개성과 상징성이 있는 멋들어진 새 이름을 붙이자. 이를테면 충북도청 대회의실은 충북을 상징하고 충북정신을 고양할 수 있는 "충북도청 선비실", "충북도청 청풍실", "충북도청 목민실" 등으로 충주시청 대회의실은 "충주시청 우륵실"로 영동군청 대회의실은 "영동군청 박연실"로 음성군청 대회의실은 "음성군청 반기문실" 옥천군청 대회의실은 "옥천군청 지용실"로 증평군청 대회의실은 "증평군청 태양실" 등으로 부를 수 있으리라.

그러나 새로운 작명에 신중함이 있어야 한다. 다중이 이용하는 공공시설이므로 이름에 주민들의 정서적 공감대와 자부심이 녹아 있어야 한다. 따라서 자치단체별로 주민 공모방식을 택하든지 아니면 가칭 "공공시설물 새 이름 선정위원회"를 구성하여 공론화 과정을 거친 후 선정하면 좋을 듯싶다. 민선5기를 맞아 격조 높은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되고 있는 구 청주연초제조창 건물들도 1동 2동 3동 등으로 부르지 말고 청주시를 상징할 수 있는 "송범관", "팔계관" 또는 "무심관", "우암관" 등으로 부르면 어떨까 한다. 도내에는 아직도 이름도 없는 공공재들이 곳곳에 있다. 차제에 이를 정비하여 유행가 가사처럼 도민들이 부여하는 사랑의 이름표를 붙여 주고 지역의 자산으로 잘 활용했으면 한다. 이왕이면 내부 치장이나 인테리어도 그 이름에 걸맞도록 보완하고 단장하면 더욱 좋으리라.

생각해 보라. 이를테면 선비적 분위기가 물씬 나는 "충북도청 선비실"에서 중요한 의사결정 회의나 교육이나 세미나를 개최하면 주재자도 참석자들도 선비적 자세와 심정으로 신중히 발언하고 참여하지 않겠는가·

충북의 정체성과 충북의 비전이 무어냐는 물음과 충북의 대표 음식과 충북의 대표 민속이 무어냐는 질문을 곧잘 받는다. 청풍명월이니 양반의 고장이니 하는 흘러간 옛 노래를 앵무새처럼 되 뇌일 수 없어 보다 진취적이고 구체적인 답변을 하려 하나 이내 답변이 궁색해지고 만다. 충북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좋은 정신과 기상을 이어 받는 혼을 심는 작업! 그것은 결코 돈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고 저 멀리 있는 것도 아니니, 자치단체장들이여 주민친화공간인 공공시설에 지역의 정서와 의지가 담겨있는 고유명사를 붙여주는 의미 있는 일에 앞장서시라. 그런 노력이 모여지고 응집되면 충북의 정체성과 독자성·우월성이 눈덩이처럼 커져 가리니.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