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등 수도권의 경우 올해 들어 매매는 17주 연속, 전세는 6주 연속 하락세지만 청주는 영 딴판이다. 최근 몇 년 새 형성된 청주지역 아파트 거품은 여전히 빠지지 않고 있다.
지난 주말 김씨는 흥덕구 분평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를 찾았다. 청주에서 주거환경이 가장 좋다는 분평주공아파트의 시세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김씨는 중개업자의 첫 마디에 기가 죽었다. 79㎡(옛 24평) 전세가 1억2천만원이라고 했다. 5년 전 3천500만원~5천만원 하던 가격이었다. 더 기 막힌 것은 1997년 분양 값이 5천만원 초반대였다는 사실. 김씨는 이제야 결혼하게 된 자신을 탓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동네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최근 2~3년 새 형성된 거품이 도무지 빠지질 않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4월 셋째 주 청주지역 아파트 평균 시세는 3.3㎡당 매매 543만원, 전세 370만원이다. 각각 지난달 보다 1.13%, 1.75% 올랐다.
1~2년 전의 급격한 상승보다는 더디지만, 여전히 소폭 상승하고 있다는 게 지역 부동산업계의 설명이다. 올해 아파트 거래량이 급감하고 있다는 수도권 흐름은 청주에선 통하지 않는다.
그나마 무뎌진 상승 폭이 위안거리. 분평주공 같은 대단지나 신규 택지개발단지의 매매·전세값이 멈춤세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아파트값 상승 기대치가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공급량이다. 시장에 나오는 중고 아파트 자체가 적다. 특히 전세는 내놓기 무서울 정도다. 더 이상 오르기 전에 계약하려는 심리에서다.
김씨도 같은 입장이다. 대출을 받아서라도 24평 전세를 1억2천만원 선에서 결정할 생각이다. 그런데 지난해 전세사기를 당한 친구가 문뜩 떠올랐다. 김씨의 친구는 '이중 계약' 수법에 당했다.
임대인에게 월세 계약을 위임받은 중개업자가 임차인인 김씨의 친구와 전세 계약을 한 뒤 전세 보증금을 가로챈 것이다. 주변 시세보다 상당히 싼 아파트를 선택한 게 실수였다.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전세금에 전세사기 위험까지 부담해야 하는 '이중고'는 신혼의 달콤한 꿈에 빠진 김씨를 삭막한 현실로 내몰고 있다.
/ 임장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