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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순

제천시 홍보전산과

겨울바람이 클래식처럼 부드럽다가도 강한 클라이막스에 도달하는 베토벤의 운명처럼 쾅쾅거리며 가슴을 후려내고 있던 어느 날 우리 집엔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

아주 초롱하고 까만 눈을 가진 이놈들은 오던 날부터 재롱잔치로 귀염을 떨었다.

집안에서 키우는 동물이라면 질색팔색을 하던 나도 햄스터 쥐를 키우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을 보면, 어쩌면 정에 굶주려 살아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안녕? 잘 잤니?"

알아듣지도 못하는 쥐방울만한 녀석들한테 눈뜨면 인사를 하고... 퇴근해서 집안에 들어서면서 "오늘은 뭐하고 놀았냐"고 주절거린다.

그런데 비단 나만 그런 느낌과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딸아이는 집에만 들어오면 문을 두드려야지만 얼굴을 볼 수 있었는데, 요 녀석들이 오면서부터는 거실로 나와서 수시로 얘들에게 애정을 쏟고 있는 것이 보였다.

"엄마!"

"이름을 뭐라고 지을까요?"

"네가 부르고 싶은데로 지으렴."

"토리와 토순이가 좋겠어요."

"그럼 그렇게 부르자."

이름까지 얻은 토리와 토순이는 우리집 가족이 되어서 같은 공간속에서 살아가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 토순이의 까만 눈동자가 반은 감겨져 있고, 코에도 작은 상처가 나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두 놈이 한판 대결을 한 눈치다.

아이는 토리에게 잔뜩 화를 냈다.

"야! 이 나쁜 놈아! 토순이 눈과 코를 왜 물어뜯었어?" 분이 풀리지 않는지 빈 박스에 토리를 담아서 추운 베란다로 격리를 시켜버렸다.

제 잘못을 아는지 토리는 빈 박스에 코를 박고 괴로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긴 겨울 밤바람은 매섭게 윙윙거리며 울음을 토해냈다. 아이는 곰곰 생각하더니 토순이가 있는 집에다가 토리를 다시 넣어주었다.

약을 발라줄 수도 없는 눈 부위의 상처..... 토순이의 상태가 점점 안 좋아 보였다.

잠시도 가만있지 않고 자그마한 앞발로 해바라기씨를 까서 먹다가 목을 있는데로 빼고서 물을 쫄쫄 빨아 마시기도 하며 그네를 정신 사나울 만큼 돌리던 토순이는 눈을 다치고 나서부터는 구석쟁이에 앉아서 병든 닭처럼 꾸벅꾸벅 졸고 있는 시간이 점점 늘어만 갔다.

토순이의 병세가 악화돼 가면서 아주 신기한 광경을 목격했다.

잠을 잘 때면 토리의 등에 토순이가 올라앉아서 자고 있는 것이었다.

잘못을 인정하고 있는지 망아지처럼 날뛰던 토리는 아주 얌전하게 웅크리고 앉아서 토순이가 편하게 잠자는 것을 허락하고 있는 것이었다.

정말로 기이한 일이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함께 살아가는 것은 세상사 다를 바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맘에 들지 않으면 싸움을 걸고 상처를 내고 그러다가 화해를 하고..... 또 같이 붙어서 살아가고.....

토순이의 상처가 얼른 아물어서 다시 쳇바퀴를 쌩쌩 돌리는걸 보고 싶었는데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던 토순이의 몸은 어느 날 아침 겨울나무보다 더 차갑게 굳어있었다.

겨울바람 겨울나무 차가운 공기..... 우리 아이의 얼굴도 2월의 겨울나무처럼 외로움을 삭히고 있었다.

거실커튼을 열어젖히자 하얀 세상이 우리집 거실을 들여다본다.

아이는 그날 토순이를 하얀 눈 속에 묻어줬다. "잘 가거라...토순아!"

비록 작은 동물이지만 우리가족으로 받아들였고, 아끼고 사랑하는 맘을 나누었던 토순이가 하늘나라로 가고 나서는 마음이 너무나 울적했다.

이렇게 가슴이 아픈 느낌이 드는 것은 작은 동물일지라도 가족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일 것이다.

토순이가 떠나고 난 후 토리는 한동안 아주 사나웠다.

옥수수 통을 넣어줬더니 앙앙거리며 이빨을 갈면서 불안해하는 것 같았다.

홀로 되어 외로운 토리에게 우리 가족은 예전처럼 토리에게 말을 걸어주었다.

"얌마! 토리야! 오늘 잘 놀았니?"

"토리씨! 너 임마 엄청 먹는다. 꼭! 돼지 같아" 알아듣는지 입을 오물오물한다.

토리는 금새 온순하게 돌아왔다. 동물이든 사람이든 관심과 사랑을 주면 평온을 되찾는 것 같다.

냉기가 흐르던 내 마음도 토리 녀석으로 인해 클래식음악을 듣는 것처럼 봄처럼 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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