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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3.27 17:44:24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이영록

단양국유림관리소장

레이첼 카슨은 '침묵의 봄'에서 "봄은 왔지만 새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는 봄"을 얘기했다.

인간이 새의 침묵을 방관할 때 결국 인간 스스로가 침묵할 수 없다는 실상을 고발한 것이다. '침묵의 봄'에서 새들의 사인인 살충제는 산불을 떠올리게 한다.

3, 4월이면 따스한 봄볕이 산과 들을 풍요롭게 만든다. 산에서는 새들이 짝짓기를 시작하고 포근한 둥지를 만들어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준비한다. 참으로 평화롭고 경이로운 광경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 때쯤이면 반갑지 않은 손님도 함께 찾아온다. 다름 아닌 산불이다. 날씨가 건조하고 바람이 많이 부는 시기다.

연중 가장 많은 산불이 발생하고, 강한 바람을 타고 대형 산불로 번지기도 한다. 이러한 산불은 산에 살고 있는 동·식물은 물론이고 인간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안겨 준다.

2005년도 강원도 '양양산불'은 심각한 피해로 우리 기억 속에 악몽처럼 남아있다. 산림 973ha가 잿더미로 변했고 주택 163동과 문화재 22점이 소실됐으며 가축 수천마리가 불에 타 죽거나 화상을 당했다.

산림자원과 수백 년 동안 지켜온 우리의 귀중한 문화재가 한 순간에 사라진 것이다.

이러한 산불의 원인은 대부분 사람의 작은 부주의에서 발생하고 있다. 농번기를 맞아 시골에서 농사를 짓기 위해 논ㆍ밭두렁을 태우다가 산으로 옮겨 대형 산불로 확산되기도 하고 주택가 주변에서 생활 쓰레기를 소각하다가도 산불로 번진다.

또한 봄철 입산객의 취사행위나 담뱃불로 인해 애써 가꿔온 숲이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변하기도 한다. 이러한 산불은 생태계를 파괴하고 우리의 귀중한 산림자원을 소실시킨다. 숲은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우리에게 맑은 산소를 공급해 생명을 유지시켜 준다.

또한 숲에 살고 있는 동물들의 안식처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요즘은 웰빙시대를 맞아 삼림욕을 통해 피톤치드를 마셔 스트레스의 해소, 심폐기능의 강화 등 건강을 위해 산을 찾는 사람들도 많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가 이처럼 숲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잘 가꾸어진 숲을 산불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평소 산불에 대해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사전에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다.

이러한 산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산림 관련기관과 공무원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참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산림과 연접된 지역에서 논·밭두렁을 태우거나 영농부산믈을 소각해야 할 경우에는 가까운 해당관서에서 사전 허가를 받아 불씨가 산림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미리 예방 조치를 하고 소각해야 한다.

산행 전에는 입산통제, 등산로 폐쇄 여부를 해당 관서에서 확인하고 산불 위험이 높은 통제지역에는 산행을 하지 않아야 하며 입산 시에는 담배를 피우거나 불씨를 다루기 위한 성냥, 담배 등 인화성 물질을 소지하지 않는 것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

또한 산림 내에서는 취사를 하거나 모닥불을 피우지 않고 집에서 요리한 음식을 가져오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산불을 발견하거나 산불이 발생할 위험이 있는 상황을 보면 즉시 산림관련기관이나 경찰서 등에 신고해서 산불을 조기에 진화할 수 있는 협조도 잊지 않아야 한다.

우리가 평소 산불에 대한 관심과 주의를 잊지 않는다면 산불로 인해 겪는 고통은 줄어들고, 산으로부터 돌려받는 혜택은 많아 질 것이다.

산불은 환경 재앙과 생태계 파괴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소중한 산림의 가치를 잘 보존해 후세까지 혜택을 누리게 해주는 것이 현세대가 해야 할 의무이며 책임이 아닌가 한다.

새들의 울음소리가 사라져 버린 침묵의 세계는 결국 인간이 살아갈 수 없음을 뜻한다. 국토의 64%가 푸른 산림인, OECD국가 중 4번째로 산림비율이 높은 대한민국의 봄이 '침묵의 봄'이 아닌 '희망의 봄'이 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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