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2.03.20 13:57:55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없는 것이 많아서 자유로운

도은| 여연 | 하연 (지은이) | 행성B잎새, 336쪽, 1만4천원

세 모녀 에코페미니스트의 좌충우돌 성장기로 한 걸음씩 배우고 발견하고, 자유로워지는 삶에 대한 이야기 '없는 것이 많아서 자유로운'이 출간됐다.

이 책은 서울대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방송 구성작가와 대안학교 교사로 일했으나 농사짓는 삶이 의미 있다고 생각해 자신은 물론 아이들 손에까지 흙을 묻히려고 애쓰는 중년 아줌마 도은씨와 첫째 딸 여연, 둘째 딸 하연 세 모녀가 함께 만들었다.

이 책의 저자는 가난한 시골에서 태어났지만 도시로 나와 장학금을 받으며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잠시나마 유학이란 것도 해보고, 결혼해서 아이도 낳고, 숨 가쁘게 돌아가는 체제 속에서 평범하게 순응하며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인생의 어느 순간, 몇 번의 우여곡절을 경험한 후 '쉴 틈 없이 쫓기며 꼭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다른 길은 없는 걸까·'를 고민하게 됐고, 결국 '체제'로부터 벗어나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자신의 인생을 살아내는 삶을 선택하게 된다.

그녀가 두 딸 아이와 선택한 삶은 바로 '땅으로 돌아와 농사짓고 사는 삶'이었다.

그러나 이 책은 자연과 이웃들과 어울려 시골 텃밭을 일구며 소박하게 살아가는 멋진 귀농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야생초처럼 뿌리를 내리기 위해 뙤약볕에서 두 딸아이와 씩씩대고 싸우며 밭을 일구고, 이런저런 관계 속에서 날카롭게 상처를 주고받으면서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자신의 판단과 선택으로 세상에 맞설 수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변화와 성장과 고투의 기록이다.

첫째딸 여연이는 학교도 안 가고 엄마와 토닥대며 농사일을 해내고 있는 씩씩한 열아홉살이다.

둘째딸 하연이는 학교를 안 다녀서 자기 인생이 꼬였다고 구시렁댈 때도 있지만, 그래서 인생이 느긋하게 피어나고 있다고 싱글벙글할 때가 더 많은 열다섯 살 소녀다.

"우리 집에는 남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몇 가지 물건들이 없어. TV와 인터넷, 신문, 에어컨이나 전자레인지 같은 것들이야. 휴대폰도 없고 자동차와 냉장고도 없지. 공교육의 혜택이나 도시 속의 편리함 같은 것들 또한 우리가 '갖지 않은 것들' 증에 하나야. (…) 최첨단 음향장비 없이도 내가 직접 연주할 수 있는 악기가 있고, 휴대폰에 저장된 전화번호는 없지만 수첩에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주소가 있어. (…) 공교육 속에 들어가지 않아도 공부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고, 큰돈이 없어도 간절히 원하면 길은 항상 있을 거라는 믿음도 있지. 무엇보다 우리한테는 여유를 가지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넉넉한 시간이 있다는 거야."-<본문 228~229쪽 여연의 글 중에서>

이렇듯 이 책은 공허하게 울리는 글이 아니라 저자의 삶이 치열하게 녹아든 실천적 기록이기에 남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저자는 싱글맘으로 두 딸아이를 키워야 하는 농부지만, 세 모녀가 이야기하는 삶은 어느 대목도 구질구질하지 않다.

오히려 자신이 선택한 삶에 대한 긍정이 책 곳곳에 녹아들어 꿋꿋하고 씩씩하기까지 하다. '개발'과 '경쟁'을 부르짖는 이 산업사회에서 소비하는 삶이 아닌 생산하는 삶을 통해 인간 본래의 힘을 회복할 수 있다고 믿는 저자는 '없는 게 많아서 오히려 더 자유로울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에게 진정으로 충만한 삶이 무엇인지 일깨워줄 것이다.

/ 김수미기자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