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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영삼

한화증권 청주지점 차장

얼마전 집안 대청소를 하면서 오랜 시간 굳게 닫힌 채 베란다 한구석에 방치 되어 있던 큰 종이상자를 열었다. 그 속에는 졸업앨범, 일기장, 책, 물감, 피리, 체육복 등 학창시절 애용한 온갖 잡동사니로 가득했다. 20여년의 세월을 담고 있어서인지 먼지가 가득했다. 옛 기억을 떠올리며 물건 하나하나 정리하던 중 하얀 보자기에 싸여 있는 조그마한 카세트 하나를 찾았다. 그 시절 나의 안식처가 되어준 나의 보물 1호 미니카세트 였다.

당시 미니카세트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어서 청소년들 사이에선 부의 상징이자 가장 갖고 싶어하는 것 중 단연 으뜸이었다. 생일선물로, 졸업과 입학 선물로도, 때론 시험성적을 미끼로 부모님과 협상의 카드로 아주 요긴하게 쓰일 정도로 그 인기가 대단했다. 젊은층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은 미니카세트의 열풍은 일본 소니사(Sony-社) 의 워크맨이라는 제품이 그 중심에 있었는데 음질과 성능 디자인 모두가 독보적이어서 미니카세트계의 1등 그 자체였다. 국내 기업들도 앞다투어 소니의 워크맨 따라잡기에 나섰는데 삼성의 마이마이, 금성의 아하 대우전자의 요요라는 제품이 출시되어 미니카세트 열풍을 선도했고 그 당시의 화려한 브랜드 광고가 아직도 생생할 정도다. 지금이야 동전 크기의 MP3플레이어를 목에 걸고 수 천곡의 원하는 노래 무엇이든 마음껏 들을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발전했으나 그때는 휴대하면서 음악을 듣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놀랄 만 한 일이었다. 듣고 싶은 노래를 얻으려고 녹음기 틀어놓고 라디오 공개방송이라도 있으면 통째로 테이프 한 두 개에 녹음한 후 계속 반복해서 들었던 일들이 생각난다. 감성이 가장 풍부했을 때의 기억은 영원히 추억이 되어 가슴 한 켠에 남아 있나 보다.

해외출장을 자주 다니던 어느 음악 애호가가 비행기 안에서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기존 카세트의 무겁고 불편함을 없애고 걸어다니면서 음악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작은 호기심에서 탄생한 WALK MAN(워크맨), 개인용 음향기기의 서막을 알리며 한 시대 화려한 영화(榮華)를 누렸던 시간을 뒤로한 채 1979년부터 판매해온 소니의 워크맨이 2010 년말에 판매종료를 선언했다. 90년대 후반 이후 확산된 인터넷과 디지털 혁명의 빠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점이 강

력한대항마 MP3 등장과 함께 서히 퇴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전세계에 2억 2천만대를팔아 80-90년대 전자왕국 소니의 신화창조에 큰 공을 세웠던 추억의 카세트, 아쉽지만 긴 여운을남긴 채 시장속에서 서서히 잊혀져 갔다.

한때 세상을 풍미했던 워크맨으로, 또 세계 가전시장을 휩쓸던 강력한 브랜드 파워로 일본 경제를 이끌었던 소니의 화려한 날은 이제 과거지사가 되고 만 것이다.

이제는 직장인이 된 30-40대들은 어린시절 워크맨의 전성기와 함께했고 지금의 학생들은 워크맨의 새로운 변화와 함께 추억을 만들어 가고 있다. 요즘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 보면 사람들 대부분은 핸드폰 이나 스마트폰을 가지고 사진을 찍고 문자를 보내거나, TV를 시청하며 혹은 게임에 몰두하고, 음악을 듣기도 하는 등 손안에서 많은 재미를 찾는다. 그만큼 호사스럽고 소중한 개인 필수 휴대품이 된 것이 많아 졌다. 음악의 기술 발전이 TAPE, LP, CD, MP3, 스마트폰 등으로 이어지며 세대별로 경험했던 방식은 달라도 그 경험의 한가운데 시작은 바로 WALK MAN 이라는 걸작이 있었다는 것을 이제는 추억으로 남겨두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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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