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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영삼

한화증권 청주지점 차장

초등학생 아들 녀석은 요즘 백제관련 역사책 읽기에 푹 빠져 지낸다. 지난해 TV에서 인기리 방영됐던 '계백'이 한 몫을 단단히 더했다. 케이블 채널의 재방송분을 다시 시청할 만큼 흥미가 대단하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면 백제역사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곤 하는데 머뭇머뭇 대답하느라 진땀을 흘렸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이런 부끄러움을 만회하고자 아이 겨울방학이 끝나갈 즈음에 백제의 마지막 수도였던 부여로 여행을 갔다. 중학교때 수학여행을 시작으로 경주에는 여러번 가봐서 신라의 문화와 유물들에 대해선 많이 알고 있었으나, 백제문화권을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부여에 가기 전 아들에게 일일 문화해설사가 되어 주고 싶은 마음에 백제 문화재에 대한 자료를 꼼꼼히 살피고 유적지에 대한 정보도 모조리 외웠다.

충남 공주의 금강을 건너 공산성과 무령왕릉을 지나 부여로 가는 길은 그 옛날 웅진에서 사비로 도읍(都邑)을 옮겼던 백제의 신비를 품은 채 음산하고 경건한 기운으로 가득했다. 도착하자마자 백제가 남긴 부여의 네가지 국보인 백제창왕면석조사리감, 백제금동대향로, 금동관음보살입상, 정림사지오층석탑 등을 살펴보며 일정표대로 곳곳의 유적지 탐방을 했다. 지친 허기를 달래고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를 보기 위해 부소산에 올랐다. 그에 위치한 부소산성은 1,400여년전 백제시대의 폐망(廢亡)을 펼쳐주는 곳으로서 평화로운 백제왕궁의 정원의 장소와 동시에 패자의 역사가 고스란히 묻어있는 아픔의 장소이기도 하다. 곳곳을 산책하며 낙화암으로 향했다. 의지왕과 삼쳔궁녀의 슬픔을 간직하고 있는 장소여서 그런지 여기저기 지저귀는 새 소리마저 처량하고 구슬프게 들렸다. 발끝 저 아래엔 짙은 청녹색 빛깔을 보이며 고즈넉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백제의 흥망을 묵묵히 지켜 본 백마강이다.

백마강(白馬江)은 백제의 흥망(興亡)을 품고 흐르는 부여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이며 어머니의 품과 같이 부여를 보듬어 안았던 백마강의 면모를 되돌아 보는 건 단순한 회고 이상의 의미가 있다. 당시에는 백마강이 백제문화를 전파하는 국제해상교통로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부여에서는 이 강을 원래 그 당시 수도의 위용을 받들어 사비수, 사간수 등으로 불렸으나, 백마강으로 불리게 된 이유는 당나라 장수의 전설이 있는데, 당나라의 장수가 백제를 침공하려 13만 대군을 거느리고 강가에 이르렀을 때 강에서 피아 오른 안개가 자욱하여 도무지 앞을 분간 할 수가 없고 비바람과 바람이 거세어 백제의 수도 공격을 할 수가 없었다. 그 이유를 알아보니, 백제의 의자왕이 백제를 수호하는 용으로 변하여 이 강에서 조화를 부린다는 걸 깨닫고 이내 용을 낚기 위해 큰 낚시바늘에 백마의 머리를 미끼로 달고 용을 낚아 냈다고 한다. 용을 낚아내자 자욱했던 안개가 걷히고 날씨가 평온해져 당나라 군사들은 손 쉽게 강을 건너 백제를 함락 시킬수 있었다. 그 전설로부터 사람들은 이 강을 백마강이라 불렀다 한다. 삼국시대에는 말(馬)을 크다라는 의미로 사용해 백마강은 백제에서 가장 큰 강의 의미를 갖는다.

백제시대 도읍지로서 123년간에 걸쳐 화려한 백제문화를 꽃피웠던 부여를 살피는 강, 찬란하면서도 처연한 사비시대 역사를 물속 깊숙히 간직한 채 무심히 흐르는 백마강, 석양에 비친 백마강은 여전히 슬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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