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2.02.12 16:26:01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강대식

법무법인 주성 사무장·사진작가

올해는 60년 만에 돌아온다는 흑룡의 해다.

지난 한 해 답답하고 힘들었던 저마다의 가슴에는 새로운 희망을 갈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새해 새로운 기운을 받아들이고 싶을 때 '따뜻한 녹향'에 취해 한해를 설계하는 것은 어떨까.

나는 갑자기 전남 보성의 다원을 찾아가 새로운 기운을 받고 싶다는 충동이 생겼다.

세상 사람들이 달콤한 단잠 속으로 빠져드는 시간 자정.

나는 카메라 장비를 챙겨 집을 나섰다.

내가 움직이는 차 소리에 따라 여기저기서 견공들의 합창소리가 산하로 메아리친다.

밖은 이미 엄청난 한기로 세상의 모든 것을 얼려버릴 듯 매서운 추위가 기승을 부린다.

차 앞 유리창도 하얀 성애로 가득 차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그렇게 어둠을 헤치고 새벽 5시가 되어 도착한 보성 대한다원.

그런데 이곳에는 생각보다 많은 눈이 오지 않았다. 아름다운 설경을 고대하고 달려온 나를 맥 빠지게 만들었다. 아직도 해가 뜨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데….

나는 해뜨기 전까지 잠을 청하기로 했다. 고요한 새벽에 차 시동 소리가 잠을 청하기도 어렵게 만들었다. 그냥 조용히 눈을 감고 삼라만상이 깨어나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묵상의 시간을 가졌다.

잠시 후 동쪽 하늘에 여명이 깃들었다. 대한다원에 아침햇살이 비추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해서 다향각 전망대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동쪽에서는 희미한 여명이 밝아오고 서쪽 하늘에는 흰 구름이 흘러간다. 아직 많은 빛들이 다원을 비추지 않고 있지만 그래도 여명의 빛에 드러난 다원의 능선이 아름답다.

날씨가 너무 추운 탓에 많은 촬영을 할 수 없게 된 나는 서둘러 차 안으로 들어왔다.

다시 대한다원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주차장으로 향한 나는 차를 주차장에 세우고 다원 입구로 걸어갔다. 그런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없던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1인당 2천 원 정도니까 비싸지는 않았지만 자유롭게 드나들던 곳에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마음이 어딘가 이상했다.

입구를 따라 들어가자 하늘을 찌를 것만 같은 아름드리 삼나무가 양쪽으로 도열해 열병식을 하고 있다. 담양의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길도 멋지지만 대한다원 입구의 삼나무길 또한 무척이나 운치있고 아름다운 길이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녹차밭에는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 않아 너무나 고요했다.

눈이 내려 녹았다 얼었다를 반복한 길이 가파른 언덕으로 인해 걸어 올라가기 힘들 정도로 미끄러웠다. 그래도 아침햇살에 반짝이는 흰 눈의 결정체와 겨울을 이겨내고 있는 녹차잎새의 푸른색감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길게 산 중턱을 따라 가래떡처럼 늘어선 나무위로 떡가루처럼 하얀 눈들이 흩뿌려져 있고, 향긋한 녹차의 아스라한 맛을 꿈꾸는 나의 심신은 그렇게 겨울의 눈꽃 속으로 동화되고 있다.

새봄 여린 잎으로 태동할 그 소중한 잔가지에 소복이 쌓인 겨울의 전설이 다가온다. 이렇게 조용한 이곳이 봄이면 수많은 사람들의 감탄과 호흡소리로 가득찰 것이다. 벌써부터 그날이 기대된다.
이 기사 주변 소식 더 자세히 보기
현재위치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