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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수 있나요? 자식 부탁인데…"

황혼 육아에 정신없는 60대 임평씨 부부
개인시간 제로… '베이비시터' 확대 소망

  • 웹출고시간2012.02.09 20:24:36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큰 아들 내외의 딸(15개월)을 돌보는 임평, 유재순씨 부부가 손녀의 재롱에 즐거워하고 있다.

ⓒ 임장규기자
또 칭얼댄다. '볼일'을 본 모양이다. 새벽 4시. 기저귀를 갈아줄 시간이다. 우는 아이 떡 하나 주고 달랜 뒤 잠을 청해보지만, 이미 늦었다. 오늘도 이렇게 설치는가 싶다.

두 달째 '황혼 육아'를 하고 있는 임평(60·청주시 흥덕구 수곡1동)·유재순(56)씨 부부. 큰 아들 내외의 첫째 딸 '지영(15개월)'이를 맡고 나서 모든 생활 패턴이 바뀌었다.

3년 전 결혼한 큰 아들 내외는 모두 직업군인이다. 해군사관학교 3년 선후배 사이인 부부는 2010년 말 아빠를 쏙 빼닮은 지영이를 낳았다.

육아 휴직은 1년 남짓했다. 복귀할 근무 부대는 달랐다. 여러 가지 육아 방안을 고민했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부모님께 부탁하는 수밖에. 매월 육아비 50만원을 드리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청주 할아버지, 할머니 집으로 오게 된 지영이. 벌써부터 걸음마를 떼고 뛰어다니는 이 녀석은 할아버지, 할머니의 정신을 쏙 빼놓는다.

그래도 걷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벌써 10㎏이 넘어요. 한 10분만 안고 있으면 팔이 빠질 것 같다니까요." 할머니 재순씨는 허리에 복대를 차고 있었다. 손녀를 돌보다 삐끗했다.

노부부의 하루는 아침부터 요란하다. 손녀 밥 먹이는 일부터 만만한 게 하나도 없다.

"어라? 저 놈 봐라. 응가하네." 지영이가 빨래 건조대 뒤에 쭈그리고 앉아 볼일을 본다. 여자아이라고 창피한 건 아는 모양이다. "허허, 냄새 봐라." 기저귀를 갈아주는 할아버지의 솜씨가 능수능란하다. 손녀의 '응가'도 사랑스러운 할아버지의 마음이다.

지영이의 할아버지 임씨는 지난 2008년까지 시멘트 회사 실험실에서 일했다. 앞만 보고 달려온 직장생활을 정리한 임씨는 퇴직 후 9인승 승합차를 구입했다. 여행을 좋아하는 아내와 전국을 누비기 위해서였다.

원 없이 황혼을 즐기리라는 임씨의 꿈은 오래가지 못했다. 손녀가 오고 나선 한 번도 청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여행은 무슨, 한 시도 눈을 떼지 못해요. 언제 사고칠지 모르니깐."

임씨 부부는 아무리 힘들어도 내 손으로 손녀를 돌보는 게 낫다. 육아원 같은 곳은 못미덥다. 특히 할머니 유씨 마음이 그렇다. "간혹 아이들을 때리고 수면제를 먹여 재운다는 뉴스가 나오는데, 한편으론 이해되기도 해요. '얼마나 힘들면 저럴까'하는. 그러면서도 내 손주는 못 보내겠어요."

임씨는 '베이비시터(babysitter, 아이돌보미)' 지원 확대를 원했다. 저소득층 위주의 현행 베이비시터 제도를 더 확대해야 한다는 것. 그는 "육아 부담에 시달리는 조부모가 쉴 수 있도록, 일주일에 몇 시간이라도 지원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요즘 임씨 부부는 웃지 못 할 걱정을 하고 있다. 큰 며느리 뱃속에 둘째가 생겼단다. 별 수 없이 돌봐줘야 할 형편이다. 아직 미혼인 둘째 아들이 결혼한다면? 며느리 간 갈등을 막기 위해선 역시 돌봐줘야 한다.

지영이가 장난감을 만지작한다. 동요가 나온다. 졸래졸래 고개를 흔드는 손녀 율동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박수를 친다. 황혼 육아의 피로를 덜어주는 건 역시 손주의 재롱밖에 없다.

/ 임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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